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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Mar 17. 2022

온 가족 확진이 더 나은 걸까?

성적표를 받기 전 날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 보건소 문자


  지난 화요일, 보건소로부터 큰 아이의 코로나 확진 문자를 받고 지금까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시간만 희미하게 흘러간다.

  큰아이의 코로나 양성 문자를 확인한 화요일, 확진자의 동거가족으로 PCR 검사를 받았고 어제 오전에 코로나 음성 안내 문자를 받았던 둘째 아이마저도 오늘 새벽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가 거리를 좁혀오며 한 명, 두 명 우리 아이들을 잠식해 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나마 13살인 큰아이는 이틀간 미열과(37.5 정도) 두통, 가래가 생기는 증상이 있었고 몸살감기처럼 지나갔는데 11살인 둘째 아이는 고열과(39.5 정도) 기침, 가래 증상이 있다.




  둘째 아이가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 때부터 진료를 받았던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은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참는 성향인  같으니 엄마가 각별히 주의하는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키우면서 지켜보니 큰 아이의 경우 아프기 시작할 때 아픔의 강도를 100프로나 110프로를 표현한다면 둘째 아이의 경우 아프고 난 후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아픔의 강도를 70프로나 80프로만 이야기한다.

  둘 다 참을성이 많은 편이라 아파서 울기보다 억울할 때 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둘째 아이가 아프다며 쳐지고 울먹이는 걸 보니 정말 심각하구나 싶었다.




  해열제를 먹여 둘째 아이의 열을 잠재우고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학원 수업을 시작하는 걸 보고 집을 나섰다.

  어제 PCR 결과 음성이 나온 우리 부부도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이마트로 가서 짧은 시간 제법 많은 종류의 식재료를 사 왔다.

  열이 날 때 자가진단키트를 해도 음성이 나온다는 말들이 있기에 열이 내린 저녁, 둘째 아이의 자가검진키트를 했는데 선명한 두 줄, 양성이 뜬다.

  검색해 보니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5번 출구 쪽에 있는 광진 광장 임시선별검사소가 매일 1시부터 9시까지 운영(연중 무휴)을 한다고 하길래 차를 타고 서둘러 출발했다.

  화양교회 앞에 있는 공터에 있는 임시선별검사소인데 규모가 생각보다 컸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방문한지 2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큰 아이를 제외한 가족 모두 PCR검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나머지 세 명도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성적표를 받기 전 날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검사 결과 문자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니 참 씁쓸하다.

  이 상황이라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가족 모두 코로나 확진이 되는게 더 나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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