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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초록 mocholog Jun 13. 2024

나의 최소한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나의 미니멀의 크기는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접하고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자기 계발서를 무척 좋아했는데, 어느 날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있던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디자인을 보고 홀린 듯 집어든 후 - 지금까지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역시 책 표지는 중요하다)

미니멀에서 체하면 요요가 온다. 다시 맥시멀 라이프.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 완전히 정착했어! 는 개뿔. 반짝반짝 빛나는 미니멀 그 자체의 방에서 물건으로 뒤덮인 이른바 돼지우리까지 한 세 바퀴 정도의 사이클을 경험했다.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나의 특성도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나는 무민에 등장하는 스너프킨을 좋아한다. 주관이 뚜렷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제 이런 사람들은 인기가 많고, 만화에서 스너프킨도 인기가 많다. 스너프킨은 겨울이 되면 무민 밸리를 떠났다가 봄에 돌아온다. 이때 등에 짐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아마도 이 짐이 스너프킨의 전부인 듯하다. 꼭 필요한 것들만 들어 있겠지.

그런 스너프킨에게 소중한 필수품은 '하모니카'이다.


미니멀라이프는 필수품만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모니카는? 이것도 필수품이라면. 스너프킨에게 하모니카는 어쩌면 정체성이기도 하며 매일의 행복을 주는 물건일 것이다. 삶의 필수품이라 하면 난 생존을 떠올렸지만, '나'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도 당연히 있는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무용하고 그저 부수적일 뿐인 것들이 나에게는 필수품이라면, 그 범위가 아주 넓다면.


보편적인 미니멀라이프에 가까운 삶을 실천하고 있을 때, 처음에는 고요한 주변환경과 정돈된 듯한 삶이 마음에 들고 실천을 성공했음에 뿌듯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삶의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다. 그렇게 맥시멀라이프로 튕겨 나오고 말았다.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건이 많이 필요한 취미를 하는 나는 그 물건들을 쳐내면서 관심사도 함께 쳐냈고, 억지로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다. 공간의 쾌적함을 누리기 위해서. 나는 날 무시했고, 완전히 병들고 말았다.

나는 '이것저것 다 하네' 소리를 정말 많이 듣고 살았다. 칭찬이지만 나는 늘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선택과 집중, 내 공간을 마음대로 할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실천해 보았지만 이상하게 정신건강이 안 좋아졌다. 돈은 돈대로 쓰고,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좁은 기숙사를 거쳐 6평 원룸으로 들어온 것도 원인이었다.

사실 원룸은 보편적이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에는 조금 부족한 공간인 걸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 필요한 물건은 많고. 맘 편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며 무기력해진다. 정리를 못 하는 건 다 내 탓이니깐.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이상적인 미니멀라이프라면 음악을 하고 싶으면 연습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화실에 가서 -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대여하면 되는데 이건 금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조금 시도해 보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그때 털어 쓴 돈을 메꾸느라 빈털터리가 되었다..

문득 둘러보니 생계유지에 필요한 아이템들은 이미 미니멀하게 잘 챙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 '나'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물건들은 어떤 것일까. 어디까지가 그 선일까.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 현실에 타협하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방식,

<나의 미니멀의 크기는>이라는 제목으로 '최소한'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보고자 한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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