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5.
'연기하는 코치'
연기하는 코치가 되기 위해 나는 KBS 성우 취미반의 문을 두드렸다.
첫날,
각 사람에게는 시나 수필과 같은 짧은 글이 여럿 주어졌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주어진 글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낭독을 하는 것이
이번 과정의 미션이었는데,
나에게는 노래 가사가 눈에 띄었다.
첫 도전이며 8주간의 짧은 과정이기에
연기를 배우고 싶은 목표는 아직 저 멀리 보이지만
‘아하, 이렇게 하는구나!’하는 감을 아주 조금 잡았다.
2분기에 갑자기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서
입문 과정으로 바로 넘어가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시작하리라 다짐해 본다.
정확한 발음을 익히고 목소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발성도 해보고
광고에 목소리를 입히는 연습을 통해 실감 나는 낭독에도 참여했다.
마지막 날 미션 발표가 다가왔을 때
나는 첫날 눈에 띄었던 노래의 가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나는 낭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읽어도 맛이 나지 않아 노래를 부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성우가 노래도 하지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노래를 시작했다.
KBS 안에 있는 실제로 사용한다는 여러 장치가 갖추어진 스튜디오에서
나는 노래를 불렀다.
4개의 이어폰 중에서 하필이면 내 목소리가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을 선택하는 바람에
마치 진공 상태에서 노래를 하는 듯 먹먹하고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불렀지만
발표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는 나를 향해 엄지 척을 해주는 시청자들로 한껏 들떴었다.
언젠가는 인생을 연기하는 코치를 꿈꾸며 오늘도 같은 노래를 흥얼거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z5bayJX4M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