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에게는 절대적 후원자와 좋은 스승이 있었다

인생에서 나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는 축복

by 몬순

가우디 인생에 구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가우디가 구엘을 만난 것은 졸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것도 가우디가 일을 구하려고 발품 팔다 만난 것이 아니라, 구엘이 먼저 갓 졸업한 가우디를 수소문해 찾아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른두 살의 구엘은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가우디가 만든 코메야의 장갑 진열대를 보고 그를 찾아왔고 스물여섯 살의 젊은 가우디에게 가구 제작일을 맡긴다. 이후 10여 개의 크고 작은 건축 프로젝트를 맡기며 전폭적인 후원을 하는데 특히 구엘 저택을 지을 때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지어보라며 다소 호기로운 신뢰를 보여주기도 한다.

구엘 저택 (출처 : webzine.sticho)
나는 당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저 당신이라는 건축가를 존경할 따름입니다. - 에우세비 구엘


가우디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건축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스물여섯 가우디의 잠재력과 예술성을 알아본 구엘의 안목도 놀랍다.

Eusebi Güell i Bacigalupi, portrait of 1915 (출처 : Wikipedia)

그렇다면 가우디 인생에 조안 마르토렐(Joan Martorel)이라는 스승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가우디의 건축학교 교수로 자신의 주요 고객인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을 가우디에게 소개해 주고 바르셀로나시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와 성가족 대성당 건축가로 가우디를 추천했던 인물이다.


실질적인 쩐주가 아니였기 때문인지 조안 마르토렐은 가우디를 만든 결정적인 인물로 구엘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가우디에게 코메야스의 장갑 진열대 제작 업무를 맡기지 않았다면 구엘은 가우디를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가 성가족 대성당의 건축가로 가우디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성가족 대성당은 없었을 수도 있다.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마다 자신이 욕심 내기보다 제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가우디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도해준 조안 마르토렐과 같은 스승이 있었기에 가우디의 재능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에서 나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그것도 사후에 만나 뒤늦게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그런 사람을 만나 빛을 봤다는 것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천운이 따라야 한다.


신은 가우디에게서 가족을 모두 앗아간 대신에 조안 마르텔이라는 스승과 구엘이라는 절대적 후원자를 보내주었다. 마치 영화 '서편제'에서 딸이 득음의 경지에 이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눈을 멀게 했던 아버지처럼 신은 그를 철저히 고독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어 그의 예술이 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 그러한 가운데 후원자와 협력자를 보내 그의 건축이 시대의 암흑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게 한 것은 신의 치밀한 계획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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