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 줌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가우디는 74세에 전차 사고로 죽었다. 20세기 초 유럽인들의 평균 수명이 50세 이하 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우디는 당대에 천수를 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나이 마흔둘에 과도한 단식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도 있었고 그의 나이 쉰아홉에 브루셀라병에 걸려 요양을 갔어야 했을 때도 있었지만 가우디는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질병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당시 바르셀로나 최고의 부호로 평생 가우디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던 구엘은 72세에 가우디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가우디의 누나가 죽으며 그에게 맡겼던 조카 Rosa Egea도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처럼 죽음이란 부자라고 해서 또는 젊다고 해서 천천히 오는 것도 아니고 가우디처럼 평생 병을 달고 살았다고 해서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다. 죽음의 시간과 방법만큼은 온전히 인간의 통제 밖 아니던가. 그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하루하루 가우디처럼 최상의 것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우디의 죽음과 관련된 글만 읽으면 눈물이 난다. 검소한 행색의 늙은 가우디를 길거리 부랑자로 생각하고 사고 직후 그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사람들은 외면했다. 그를 일찍 병원에 태우고 갈 수도 있었던 택시도 네 대나 그를 그냥 지나친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는 이들...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지라고 했는데, 우리는 어떤가? 그들을 마음 놓고 비판할 처지가 될까?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은 장례를 간소하게 치러달라는 가우디의 유언도 무시하고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가우디는 카사 밀라를 만들며 밀라 부인의 화장대 옆에 이러한 글귀를 새겨 넣는다.
인간은 한 줌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한편으로는 그를 외면했던 사람들로 인해 초라한 죽음을 맞게 된 가우디의 마지막이 흡사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안토니 가우디 이 코르네트
레우스 출신.
향년 74세.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위대한 예술가이며,
경이로운 이 교회의 건축가.
1926년 6월 10일, 바르셀로나에서 세상을 떠나다.
이 위대한 인간의 부활을 기다리며.
편히 잠들기를.
이십 대의 내가 처음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감탄하기에만 바빴던 것처럼 바르셀로나를 관광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의 건축물이 뿜어내는 황홀한 아름다움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의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더 위대했던 가우디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며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