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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Dec 23. 2021

하늘에 뜬 구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뜬구름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면

나는 지금 핀란드 땅 한가운데에서 멀미로 고생 중이에요.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는데 멀미 때문에 등골이 서늘하네요.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적도에 가까워져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싶어요. 한 번도 이 정도로 멀미를 한 적이 없었는데......


안개에 가려진 길을 냅다 굴러 내려가는 기분으로 멍하고 아찔해요. 찻길이 삐뚤빼뚤 틀어지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려 앞 좌석에 머리를 처박고 연신 앓는 소리를 내게 돼요.


버스가 잠시 정류장에 멈췄어요. 친절한 핀란드 기사님께서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시며 멀미약은 없고 진통제 있는데 그거라도 먹겠느냐고 물으시네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 심하면 말씀드리겠다고 중얼거리듯이 말하다 다음 정류장에서 진통제를 한 입에 욱여넣었어요.

     


어찌어찌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오는 길에 멀미가 심해 진통제를 먹었다고 하니, 호스트님께서 묻네요.


  "며칠 뒤에 도시로 갈 일이 있는데. 

  그때 버스 타지 말고 

  내 자가용 차를 타고 가면 좀 낫지 않겠어요? 

  원한다면 태워줄게요."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물으니 기름값만 조금 보태라고 하시네요. 


이틀 뒤, 우리는 시내로 가는 호스트님 차 속으로 냅다 뛰어올랐어요. 기름값을 보태며 호스트님에게 감사하다고 외쳐댔어요. 그렇게 우리는 몇 천 원도 내지 않고 몇 백 킬로를 달려 도시로 향하고 있어요. 밤 새 달리는 핀란드의 하늘에는 아직도 지지 않은 해가 떠있네요. 


백야(白夜)예요.

새벽 3시인데 오후 3시 같이 하늘이 연분홍색이에요.


그런데도 나는 자그마치 자가용 앞자리에 앉았으면서도 멀미하는 기색을 내보이는 중이에요. 정말 적도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게 분명해요. 호스트님께서는 내 보랏빛 얼굴을 흘끔 보시더니 다시 눈길을 바깥의 보랏빛 하늘로 옮기시며 말하시네요.


  “저기 저 구름을 봐요.”

  “네? 구름이요?”


  “네. 멀리 봐요.

  지나치는 차나 나무를 보지 말고 

  저기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봐요. 

  그럼 멀미가 덜 날 거예요.”     


이상하게 멀미를 한다고 하면 다들 멀리를 보라네요. 한국에서는 산을 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구름을 보하고 해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핀란드에는 산이 별로 없어요. 평평한 평지에서 높게 떠 큰 움직임이 없는 건 뜬구름뿐이에요. 하늘에 흩어진 구름을 보니 중얼거림도 절로 나오네요. 


  “뜬구름.” 


  “뜬구름.”


뜬구름이 아름다워 멀미가 조금씩 사그라들어요. 참 다행이에요. 한참을 멀미도 죽어가는데 갑자기 차가 반대 반향으로 꺾었어요. 급작스러운 차창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 보이질 않아요. 당황스러워요. 당황스러워요. 눈길 둘 데가 없어지니 또다시 속이 울렁거려요. 어쩌죠? 

   


정신이 아찔해지려는 찰나, 다시 차가 방향을 꺾네요. 다시 하늘에서 몇 점 구름이 보여요.

   

나는 다시 나타나 준 뜬구름에 고마워 더욱이 눈을 부릅뜨며 구름을 노려보는 중이에요. "뜬구름" "뜬구름" 중얼이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내 중얼거림을 작은 생각이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오네요. 


아니. 한마디 말이었던가요.


  “뜬구름 잡는 소리 하네.”


언젠가 수많은 이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에요. 정신 차리라는 뜻이죠. 쓸데없는 생각은 좀 그만하라는 말인지도 몰라요. 그래도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듯 본 뜬구름은 아름다워요. 


언젠가 들은 누군가의 목소리에게, 뜬구름 잡지 말라는 소리에게 나는 되려 물어보았어요.


  "하늘에 뜬 구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그래요. 지금 나에게 뜬구름은 소중해요. 당신은 나에게 이상주이라 그런 거라고 말해요. 맞아요. 아마도 이상이 현실보다 아름다워서 난 뜬구름 잡는 소리를 지껄이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거 알아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다 보면, 어쩌면, 어지러운 세상사에 나는 멀미가 가라앉을지도 모르잖아요. 마음에 뜬 구름을 보고 울렁거림이 조금 가라앉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얼토당토 없는 소리라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가 좋아요. 뜬구름 잡는 소리는 뜬구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걸요. 나는 저물지 않는 하늘의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되뇌고 싶어요.  


  “뜬구름.”   

   

  “뜬구름.”


아무렴 텅 빈 하늘보다는 구름 몇 점 뜬 하늘이 좋으니까요. 


그래요. 나는 뜬구름이 좋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뜬구름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왜?

그 이유야 간단하죠.

뜬구름은 아름다우니까요.





Imagine (Ultimate Mix) -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It's easy if you try

당신이 노력하면 어렵지 않아요


No hell below us

지하에 지옥은 없어요


Above us, only sky

머리 위에 오직 하늘이 있을 뿐


Imagine all the people Livin' for today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 보세요


-


Imagine there's no countries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


It isn't hard to do

그건 어렵지 않아요


Nothing to kill or die for

무엇을 위해 죽거나 죽이는 일도 없어요


And no religion, too

신앙도 역시 없어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 life in peace

모든 인간이 평화롭게 산다고 상상해 보세요


-


You may say I'm a dreamer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But I'm not the only one

그러나 난 몽상가가 아니에요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나는 언젠가 우리가 그날을 맞을 때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러면 우리의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


Imagine no possessions

소유물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I wonder if you can

저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욕심도 굶주림도 없어요


A brotherhood of man

인간에 대한 사랑만 있을 뿐이에요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모든 사람이 서로를 도우며 산다고 상상해 보세요


-


You may say I'm a dreamer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But I'm not the only one

그러나 난 몽상가가 아닙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나는 언젠가 그날이 올 때에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라요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원하는 방식으로 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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