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한 것들.

좋다 잊혀질만한 그 부분 부분들이

by 모다

상세한 것들이 좋다.

버스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거 말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산뜻했다라던가,

앞으로 길게 늘어진 나무들이 인상 깊었다든가,

버스를 탔는데 너무 추워서 옆자리 사람에게 물어보고 에어컨을 껐다던가 하는

짤막하고 잊혀질만한 부분을 난 좋아한다.

인상 깊은 어느 구절보다 그 주위의 것을 사랑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언제나 나는 짧고 굵게 치고 들어가는 편이어서. 사람을 만날 때도, 글을 쓸 때도

늘 짧고 굵게 펀치라인을 만들려 노력했다.

어릴 때는 자기 발전 서적을 자주 읽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정해진대로만 하면 내가 큰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런 말들보다 내 삶을 온전히 느끼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점점 더 소설과 에세이가 좋아졌다.

전에는 그런 생각이었다. 좋은 글이라는 게 과연 있는 걸까. 내 눈에만 이 작품이 별로인 걸까 하는 생각.

멀리한 글을 가까이 두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들이 내 뱃속으로 힘차게 들어와 가슴을 뛰게 하는 풍족스러운 기분이었다. 향기로운 100첩 반상이 펼쳐진 기분이었다. 좋은 글의 한 구절을 읽을 때 등골 사이로 흘러내리는 땀방울마저 오싹해졌다.

하늘의 태양뿐 아니라 화성과 금성까지 내 뱃속으로 파고드는 맛. 그 맛을 한입 베어 물자 불만족이 기억상실에 걸리고 나는 지구의 온갖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흡수시켰다.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던가.

없다.

글을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 이런 기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을 느낀다는 건 신기하다. 마치 내가 다 컸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많은 감정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삶 속에는 그 밖에도 무수한 맛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글과 사랑에 빠지며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상세한 부분을 나열하는 일들을.

사람에게는 결코 돌에 지나지 않는 부분과 스치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내 가슴에 스며들면

나의 세상은 또 하나의 새로운 맛과 향으로 요동치며 심장을 적셨다.

그래서 좋아졌다. 잊혀질만한 그 부분 부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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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잊혀질만한 그
부분 부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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