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마음 앞에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음 담아 밤 편지를 보내보아요. 글 앞에서 주저하시는 여러 작가 지망생 친구분들에게서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과, 저 자신에게서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을 이 밤에 끄적거리며 꼬깃꼬깃 접어 브런치에 투척해보네요.
안녕하세요. 일주일을 넘게 쉬며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그나마 꾸준히 올리던 때와는 달리 잠깐 올리지 않았다고 두려운 마음이 쌓여갔어요. 내 완성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올려도 되는 걸까 고민되었어요.
근황 토크를 하자면, 저는 요즘 시골집에 내려와 나른한 시간을 보내며 그런 의문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깨달은 바가 있는 데요. 처음엔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몰랐어요. 뭐랄까 어느 정도는 가슴속으로 알고 있어서 그게 뭘까 그게 뭘까 어렴풋이 감을 잡으며 스스로에게 물어왔는데 오늘 알게 되었어요. 오늘 엄마와 함께 샐러드를 먹다가 알게 되었지 뭐예요?
엄마는 양파와 샐러리와 사과를 잘게 다져 마요네즈와 섞어 소스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소스 맛이 이상한지 망했다며 고개를 젓는 거예요. 저는 제가 소스 맛을 좀 바꿔봐도 되느냐고 묻고 마요네즈와 꿀을 추가해보았어요. 그러자 엄마는 다시 샐러드를 한 입 드시더니 물으셨어요.
"너 혹시 이 샐러드에 무슨 주문 외웠어?"
저는 엄마의 색다른 칭찬에 "풉" 하고 웃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진지하게 그러는 거예요.
"아니 진짜야. 너 그거 알아? 원래 주문을 걸면 더 맛있게 만들어지게 되어 있어."
사실 요 근래 제가 만든 음식이 전부 다 맛있었거든요. 심지어 커피 가루와 설탕과 우유로만 믹스커피 맛을 재현해 냈거든요. 엄마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언제 누가 컵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선물을 했어. 근데 이상하게 그 컵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이 선물한 컵에 음료를 따라 마시면 이상하게 다른 컵에 따라 마신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실험까지 해보았어. 같은 액체를 다른 두 컵에 따르고 선물 받은 컵에 따른 액체를 분석해보았는데 선물 받은 컵에 담긴 액체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거야. 맛있는 성분으로 말이야. 알고 보니까 그 컵을 만든 사람이 그 컵을 빚으면서 계속 주문을 건 거야.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너도 그런 주문을 외운 거 아니야? 네가 한 음식은 이상하게 다 맛이 있어."
저는 엄마의 진지함에 잠시 생각해보았어요. 내가 그런 주문을 외웠던가?
예전에 저도 물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엄마가 말한 대로 물을 가지고 실험을 했더랬죠. 물을 두 그룹으로 나눠 따르고 한쪽에 둔 물에는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행복하다는 말처럼 사랑이 담긴 말을 했어요. 다른 한쪽에는 싫어한다 미워한다 짜증난다와 같이 분노가 담긴 말을 했죠. 나중에 성분을 확인해보니 실제로 두 성분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고 해요.
저는 주문을 외웠냐던 엄마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했어요.
"맞아. 사실 내가 먹는 걸 사랑하잖아. 그래서 만들 때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요리를 했거든? 이걸 넣을까 저걸 넣을까 생각하면서 즐겁게 말이야. 어쩌면 그래서 그랬는지도 몰라.
이상하게 괜히 요리하기 싫은 요리를 하면 그렇게 맛이 없더라고. 매번 요리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 같아."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샐러드를 먹으면서 저는 사랑을 담아서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그 어떤 일에도 사랑을 담을 수 있다면 난 글을 그만큼 사랑하는가 의문을 품었어요. 글을 쓰다 보면 참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쓰고 고치는 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드는데 막상 돌아오는 건 뭐가 없으니까요.
저는 그동안 꽤 오랫동안 공모전에 꾸준히 참여해 왔어요. 오랜 시간 배출한 노력에 비해 돌아온 결과는 사실 공기보다도 가벼웠죠. 좌절감이 들고 무기력해지더라고요. 힘들어져서인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나 이거 왜 하냐.
브런치를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시는 글쓴이 분들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신으로 변하곤 해요. 나에게 글 쓰라는 공지를 보내는 브런치 네가 내게 해 준 게 뭐냐. 결국 글을 써도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다. 참 많은 괴로움을 저는 드문드문 보았어요. 그 고통을 이해해서 더 와닿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사실 새해가 막 시작하고 공모전은 더 이상은 참가하지 말자고 했어요.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엊그제 공모전에 글을 써서 보냈어요. 하하. 그렇게 글을 보내 놓고는 또, 다음에 진행하는 동화 공모전을 준비했어요.
근데 이상하게 글이 너무 쓰기가 싫은 거예요. 그래서 아 진짜 쓰기 싫다 이러면서 동화 공모전에 낼 글을 쓰고 있는 데 있죠. 엄마가 그러는 거예요. 그냥 쓰지 말라는 거예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말이더라고요. 요리하기 싫을 때 요리해봤자 맛없을 텐데, 굳이 쓰기 싫은 걸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쓰는 일을 멈추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주제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서 글을 고치다 보니 어느새 글은 홀쭉해지고 글이 목적을 찾아가면서 재미를 잃어버렸어요. 아니, 제가 목적에 맞춰 글을 쓰다가 어쩌면 재미라는 걸 잊어버린 건지도 몰라요. 당연히 하고 싶지 않으니 사랑하기도 쉽지 않아요.
남들이 좋은 글이라 칭한 글이 되고자 나 자신을 깎고 고치고 있었어요. 공모전이 "당신이 이번 공모전의 주인공!"이라며 사탕발림으로 건네는 손짓에 넘어가면서 말이에요.
저는 저 자신에게 물었어요. 왜 공모전에 참여하는 거냐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글로 '빵' 뜨고 싶고, 돈 벌고 싶고, 글 쓰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컸더라고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런 결과만을 원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어쩌면 영영 내가 원한 해패앤글(쓰기 인생) 결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사는 게 쓰는 게 계속 힘들었어요.
그런데 있죠. 어제 엄마가 갑자기 동영상을 보다가 해준 말인데요. 언젠가 박신양 배우가 선생님에게 물었대요.
"선생님 저는 왜 인생이 이토록 힘이 들까요?"
그러자 선생님이 되물었대요.
"왜 인생이 힘들지 말아야 하나요?"
왜 인생이 힘들지 말아야 한다고 난 생각했을까요. 사실 그 힘든 삶을 내가 잘 버텨내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난 날 칭찬해주어야 하는 건데요. 나는 성공하지 못한 나를 나도 모르게 탓하고 세상을 탓했더라고요. 좌절하는 무기력과 어차피 결과는 같은 거라는 생각들은 점점 저를 침식하게 만들었더라고요.
공모전도 좋고, 좋은 글을 만드는 발전도 좋고, 자기 계발도 좋고 다 좋은데.
나 그냥 놀고 싶어요. 나 그냥 나대로 쓸래요. 이제 고치는 일은 귀찮아요. 여기서 만큼은 안 할래요.
어떤 결과가 돌아오지 않아서 힘들었다면 그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거였더라고요.
나는 물었어요. 지금 내가 놀고 있는지 말이에요.
글을 쓰는 일은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일이에요.
근데 있죠. 오늘 엄마와 샐러드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어요. 내가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 부족하다는 걸 말이에요. 그래서 사투는 그만 벌이고 그냥 같이 놀아 보려고요. 이 공간이 놀이터가 되어주었으니까 그냥 재미난 농이나 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의지를 다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낼래요. 혹시 글이 당신에게 어느 해피엔딩을 주지 않아 좌절한다면 당신도 그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이 놀이터로 와주었으면 해요.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 마음이 담긴 진실된 글이 어떤 결과를 마주하지 못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시는 분들에게 모든 응원의 마음을 보내요. 우리 사투는 그만 벌이고 같이 놀아요. 우리 글 쓰는 일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내기로 해요.
저도 이제는 그냥 즐기려고요.
이 브런치라는 공간을 놀이터로 삼고 이것저것 아무거나 그냥 막 다 한번 써보고 나눠보려고요.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 못할 재미가 삶 곳곳을 스며들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놀아요.
어때요?
그렇게 저도 이제는 그저 즐기려는 마음으로 어쩌면 제가 느낀 좌절감을 느끼실지 모르는, 그 어딘가에서 괴로워하는, 저의 친구인 당신에게 글을 써 보았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아보았어요. 그래도 제 손을 잡아 주었으면 하고, 저도 놀이터에서 당신과 함께 방방 뛰어보고 싶어요.
아. 드디어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늘어놓았어요.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나니 참 속이 시원하네요.
앞으로도 저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이야기
열심히
하고 싶은 대로 끄적여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