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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ug 21. 2022

가족 중 누군가 아파하고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마음이 아프고 상처받은 당신에게 -


안녕하세요. 전 가족 중 예민하고 상처 많고 슬픔 많은 역을 담당하는 첫째입니다.

아마 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내가 말하는 역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언젠가 가족 중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이 밉다고

당신이 싫다고

울부짖으며 화를 내고

당신에게 상처를 줬다면

용서하세요.

제가 바로 그 역할을 했던 첫째랍니다.      


저는 가족들을 싫어했어요. 제 주위에 절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저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나는 사랑이 받고 싶은데, 되려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자꾸만 화가 났어요.     


우리는 모두 성격이 달라요. 분명 가족은 맞는데 쟤는 대체 뭘 잘못 먹었길래 성격이 저럴까 싶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만약 당신의 집안에 누군가 당신에게 울면서 화를 내고, 당신이 밉다고 한다면, 고통 때문에 귀를 닫지 말길 바래요. 울부짖는 그 사람은 지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 사람은 당신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어요. 방황하고 있죠. 당신을 너무 사랑하는데, 당신이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울부짖는 것일지 몰라요.     


가족이란 건 참 이상해요. 완벽하지가 않죠. 모든 가족에게는 작고 큰 이야기와 다툼이 있어요. 그 다툼의 크기가 달라서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다툼이란, 오해로 인해 부딪치고 서로를 표출하는 좋은 일이예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방문을 두드리는 것이죠. 너무도 비슷하지만 너무도 다른 서로를 향하는 문이 열리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용기를 내보인다면,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걸 보게 될 거예요.     


어느 날 전 동생에게 울면서 말했어요. 넌 날 몰라. 넌 날 몰라. 넌 날 왜 몰라.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너는 왜 날 몰라? 난 아파. 가슴이 아파.      


당연히 동생은 놀랐겠죠. 그리고 슬펐데요.     


그런데 그날 우리는 소통이란 걸 시작했어요. 소통을 하고 보니까, 외면하려는 서로를 애써 붙잡고 보니까. 우리는 정말 서로를 너무도 많이 오해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니까 당신이 싫다는 말이, 아마 그 말이, 날 좀 잡아줘란 말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만약 당신을 향해 울부짖고 밉다고 한다면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왜 미우냐고 물어보세요. 미안하다고 안아주고, 마음을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걸 보게 될 거예요.     

얼마 전 동생은 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어요.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 우리가 막 소통을 시작할까 하는 시기 즈음 엄마와 함께 바다로 여행을 갔었어. 아마 크고 작은 이유들로 서로에게 서운함이 가득했었던 것 같아. 밤에 방에서 우리는 다퉜고 엄마는 그만하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어. 그리고 언니의 말들을 내가 드디어 귀담을 수 있게 되었고, 나 또한 나의 속상함을 토해냈을 때 우린 서로를 이해했고 따듯하게 끝났지. 그때 나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었을 정도로 언니와 나로 가득했던 시간이었어. 엄마가 조금 있다 입을 떼고 했던 말이 우리가 멋지다고 참 잘 커줬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 그때 방안은 오렌지 빛으로 가득했었어.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울부짖는 일원이라면. 슬퍼말아요. 난 그 슬픔을 잘 알아요. 그 슬픔은 작고 작아 보이는 당신의 나아감으로 생각지도 못하게 나아질 거예요. 하지만 멈추지 말고 싸우라는 말은 난 못 하겠어요. 대신 잘 쉬어주세요. 잘 쉬어주면 당신에게 보이지 않던 문이 열릴지도 몰라요. 참지 못하겠을 때는 참지 말아요. 이야기해요. 두려울지 몰라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 길을 먼저 걸은 한 사람으로서 난 그 고통의 길 끝이 꽤 아름답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싶어요. 이제 우리 집의 빛은 더는 삭막하고 날카롭고 예민하지 않아요. 집안 한가득 오렌지 빛으로 가득하거든요.     


오늘 당신의 밤에도 향긋한 오렌지 빛깔이 가득하길 바라요.

희미해 보이지만 또렷한 평온이 마음에 깃들길 바래요.

사랑하고,

잘 자요♡


사진 제목: 행복으로 가는 길

출처: 담이 언니

(언니 고마워. 언니 사진들은 내가 요리조리 잘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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