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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ug 20. 2022

변하지 않는 것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오늘도 널 사랑해.




어제 오랜만에 담이 언니를 만났어. 정말 오랜만이었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말야. 이상하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져서 난 표정이 없고, 무미건조한 말들을 내뱉지. 가끔 웃지만 그건 가식이야. 진심까진 아닌 거지. 그런데 말이야. 언니를 만났는데 아주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내 모습이 나오는 거야. 내가 진짜로 웃더라고.

정말 오랜만이어서 놀랍고 새롭고 재밌었어.

“언니. 나 이 흥 진짜 엄청 오랜만에 맥시멈으로 올라온 거다? 언니에겐 여전히 흥 많은 동생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언니가 그러더라.

“아니야. 너 흥 많이 죽었어.”

“아 진짜?”

나는 언니에게 내 평소 모습이 어떤지 설명했지, 그리고 지금 이 모습은 정말 근 6개월 만에 처음이라는 것도. 이렇게 웃고 떠든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언니도 놀라더라. ‘그래도 혼자 있을 때는 언니랑 있을 때처럼 흥이 많아’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래 언니가. 

언니는 사진기를 가져왔어. 엄청 거대한 사진기였는데, 난 몰랐는데, 언니가 그 사진기로 음식을 찍은 게 아니라 예술을 했더라고. 내 사진이 무슨 외국 야시장에서 찍은 사진처럼 나왔다니까?



사람들은 말해. 세상의 모든 건 변한다고. 나도 알아.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어. 하지만 말야. 나는 평범하고 보통의 것이면서 평범하지 않고 보통의 것이 아닌 걸 말하는 거야. 세상엔 너무나 편안하고도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어. 난 그것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난 두려움이 많아서, 버림받지 않을까, 당신이 날 버리지 않을까 두렵곤 했어. 특히 친구 관계에서도 내가 버림받고 미움받을까봐 두려웠지.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어. 정말 좋은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마치 내가 아무리 슬프고 외롭고 비록 당장은 만날 사람이 없더라도, 전화 한 통에 언제나 같은 톤 같은 목소리로 “여보세요?”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 같은 것 말이야. 난 그런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하. 하지만 이런 설명은 너무 추상적이지? 난 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어. 한때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전부 거짓으로 드러나고 너는 가슴에 상처가 잔뜩 생기고 배신감과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매일 밤 울더라도 말이야. 정말 의도치 않게 생각지도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과의 시간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슬픔 때문에 묻혔던 너 자신에 생명력이 가득 차는 걸 느끼는 거지. 그러면 넌 다시 생각하게 될 거야. 세상엔 사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말야.


하지만 그런 것들은 너무 소중해서 너무 평범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미안. 더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난 네가 나의 말을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늘도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ps - 아. 그리고 이젠 다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중이야. 드디어 <사랑하는 그대에게>를 끝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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