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다 Aug 18. 2022

사랑에도 형태가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요즘 많은 생각을 해. 그 생각들을 전부 너에게 늘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넌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넌 키가 작을까 클까? 넌 미소 지을 때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을까? 난 때때로 이런 껍데기의 것들을 상상해보곤 해. 하지만 너의 영혼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지.


우리는 가슴이 가득 채워지는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하고, 사랑에 빠져버리게 될 거야. 난 다만 너인 척 네가 아닌 껍데기를 잘 걸러내기 위해 마음의 눈을 키우는 중인 거야. 때때로 휘청여도 두 눈 크게 뜨고 알아볼게.


기대돼. 네가 나에게 오는 그날. 내가 너에게 가는 그날. 서로를 알아볼 우리가. 우리를 기대하게 돼.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어.


                                             - 사랑하는 너에게 -




사랑에도 모습이 있다면 알파카 모습이 아닐까?


안녕? 난 알파카야~

홍콩에서 왔지. 너의 친구가 시장에서 날 보고는 행복해졌대. 그래서 날 너에게 주고 싶었데. 나를 보자마자 마음의 슬픔 걱정 외로움이 다 사라졌다는 거 있지?


통화 초반에는 너에게 비밀이라더니 통화 중에 벌써 내 모습을 너에게 보여줘버렸잖아~ 기억하지?


"이거 선물이야~ 한국으로 보낼게~ 슬퍼하지 마. 넌 이 알파카를 본 순간 슬프고 괴로운 마음은 전부 잊고 행복해질 거야."


네 친구는 그런 주문을 나에게 씌우고 택배 소포에 날  넣었지~ 그래도 넌 날 바로 꺼내보진 않더라... 내가 택배 소포에서 얼마나 갑갑했는지 알아? 그래도 날 꺼내자마자 네 얼굴에 햇살처럼 번진 미소를 생각하면 다 용서가 되긴 해.


요즘 난 너의 슬픔을 담당하나 봐. 넌 가끔 날 꼭 안고 울더라. 내 털이 더 부스스해진 것도 다 네가 매일 밤 날 네 옆에 두고 자서 그래. 넌 요즘 부쩍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해. 하지만 언제든. 언제든. 나에게 뭐든 물어봐. 그럼 내가 답해줄 거야.


"응! 괜찮아~! 넌 뭐든 잘 해낼 거야! 넌 멋져!"




루루의 알파카


택배 소포에서 꺼낸 알파카는 부드러웠다. 찾아보니 진짜 알파카 털로 만든 인형이었다. 코끝에 대고 맡아보니 커피 오일 같은 냄새가 났다. 코코넛 냄새도 살짝 섞인 것 같았다.


사랑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습을 한 것을 보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어서. 루루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고, 문자에 답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한 달 전 전화가 왔다.


"스텔라. 잘 있는 거야? 인스타는 안 쓰는 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너에게 부칠 게 있어. 뭔지는 비밀인데 네 주소와 핸드폰 번호가 필요해. 너도 이걸 보면 슬픔과 힘듦을 모두 잊어버릴 거야."


난 소포에서 꺼낸 알파카를 빤히 보았다. 정말 이 알파카가 내 슬픈 마음을 없애주는지를 관찰하면서. 아마. 조금은? 그런 것도 같았다. 알파카를 보면 마음이 전부 깨끗해질 거라는 루루의 말이 온전한 사실이 되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알파카를 보면 루루 생각이 났다. 루루의 따듯한 마음이 알파카에 씌어서 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고마워. 난 요즘 매일 알파카를 곁에 두고 자."

며칠 전 루루에게 말하고 여기서 더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괜스레 조심스러워졌다. 그 애가 소중해서 자꾸만 내 행동이 신경이 쓰였다. 혹시 내 의도치 않은 말이 상처 줄까 봐.


루루의 마음은 알파카에 잔뜩 담겼다. 어쩌면 사랑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알파카의 모습.


나는 때때로 두려움이 찾아들 때마다 알파카를 들고 중얼거린다. 그러면 미소를 잃지 않는 알파카가 늘 같은 말을 해주었다.


"응! 괜찮아~! 넌 뭐든 잘 해낼 거야! 넌 멋져!"


알파카 인형과 친해진지는 몇 주 되지 않았지만 나의 불안이 알파카의 모습이면 좋겠다. 불안에도 이름을 붙여준다면 그게 너라면 좋겠다. 알파카파카.

사랑에도 형태가 있다면

아마

알파카의 모습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다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