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성 분이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 갖는 기분이었다. 티 내고 싶지 않아 속으로 삭히고, 옛사랑에 아파하느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는데, 그분이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왜 이렇게 늘 헛다리만 짚는 걸까.
그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괜히 가슴 한켠이 아프다.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상처받고도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난 사랑이 하고 싶다. 쿨한 척했지만 새벽까지 잠 못 자다 브런치에 자잘한 마음을 옮겨 적으며 이런 내가 뭔가 찌질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냐고 다정히 이마에 키스해주고 싶다. 가끔 여기서 만나자고 하고 멋진 연극을 보여주며 깜짝 놀래켜주고 싶다. 눈을 맞추고 들은 그 사람의 세세한 숨소리를 기억하고, 그 사람을 위하고 싶다. 갑자기 바다에 가자고 할 때 난 "갑자기?"라고 물었다가 방긋 웃으며 가자고 하고, 저녁까지 함께 수다를 떨다 잠에 들고 싶다. 가끔 깔깔대며 배꼽이 빠질 정도로 서로를 웃기고 싶기도 하다. 밤바다를 걷고 사랑한다 속삭이며 또 그 속삭임을 기억하고 싶다. 그 기억을 초콜릿처럼 녹여먹는 밤들을 보내고 싶다.
순정한 마음 그 자체로 서로를 사랑할 나의 짝은 어디 있을까. 있긴 한 걸까?
나의 헛다리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하다가.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생각하기로 했다.
몰래 키운 호감도 끝났고, 옛사랑도 끝났다. 완전히 모든 게 끝나서 조금 혼란스럽지만 생각해보니까 나 비혼주의자였다. 왜 결혼이 하고 싶었던 걸까.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사랑 때문이다.
그렇게 뒤척이다 난 또 다짐했다.
찾자. 내 반쪽을. 찾아내자 내 사랑을.
그때까지는 아마 또 시간이 꽤 걸릴테니까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두어야겠다. 언젠가 당신을 만났을 때 더 많이 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사랑해주어야겠다. 그럼 내가 당신에게 더 많을 걸 줄 수 있을 테니까.
기다려요. 내가 당신을 찾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