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담 Jun 07. 2021

칼로리 말고 영양

1년에 1kg씩

옛날 사진을 보다 보니 고작 몇 년 지났을 뿐인데 나의 얼굴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사회 초년생의 초롱초롱한 눈빛, 그리고 동그란 턱선. 각도 때문일 거라고 위안을 삼아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십 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1년에 1kg씩 쪘다. 1년에 1kg,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나니, 몸무게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옷 입을 때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절대 넘지 말아야지 마음먹었던 몸무게에 이르렀다. 이십 대 때보다 먹는 양도 줄었는데, 왜 찐 거지? 나잇살이라는 게 이런 건가?



다이어트한다고 아이돌 식단처럼 샐러드, 달걀흰자, 고구마만으로 배를 채우는 건 자신이 없었다. 하루 세끼 밥 다운 밥을 챙겨 먹되, 그 양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간식 바닐라라떼와 빵을 끊어보기로 했다. 밀가루와 가공버터, 시럽과 같은 당류만 끊어도 뱃살이 줄더라. (처음엔 먹고 싶은 유혹을 참기 정말 힘들었다)




칼로리 말고 영양

칼로리가 높은 음식, 즉 고열량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다이어트를 한다며 하루 종일 거의 굶다가, 촬영 때문에 초콜릿 한 조각만 먹고 스튜디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초콜릿에 어떤 마법이 있길래, 우리는 이 한 조각의 힘을 빌려 시험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걸까?



내가 음식을 선택할 때 삼는 기준은 칼로리가 아니라, 영양이다.


면역력이 한참 약해졌을 때 내 식습관을 돌이켜 보면, 고열량 음식에 의존했다. 싼 가격으로 빠르게 한 끼 해결할 수 있으며, 포만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사내 식당에서 입맛에 맞는 반찬만 골라 먹고, 퇴근길에 샌드위치, 김밥을 사서 저녁으로 때웠다. 간편한 한 끼와 건강을 맞바꾸고 있음을 알지 못한채.


이때는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아도 혓바늘이 났다. 몇 달 동안 혓바늘이 사라지지 않는 최악의 몸 상태를 경험하고 난 후 식습관부터 바꿨다. 제철 나물, 과일, 해산물이 가득한 식탁. 식습관을 개선하니, 웬만한 스트레스에도 끄떡없을 뿐만 아니라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물론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땐 먹는다. 시간에 쫓기는 아침에, 그리고 쌓여 있는 일을 쳐내야 하는 압박감에 간단히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그러나 나만의 시간이 보장된 저녁만큼은 제철 음식 먹기를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제철 나물 고유의 다채로운 향을 느끼며 집밥 먹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뒤에는,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달음식에는 없고, 집밥에는 있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