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어둠을 숨죽여 응시하면 어둠이 어둠을 벼려 생경한 빛의 단면을 내보일 때가 있지. 아프지 않게 베어 진실하게 배어난 빛의 얼굴을.
그땐 허공을 더듬던 손가락의 무게가 느껴지고, 서릿발처럼 날카로운 몸의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돼. 사물이 아닌 사람과, 타인이 아닌 자기와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순간이야.
어둠이 어둠을 벼려 한 조각 빛을 창조하듯, 흐르는 땀방울,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까맣게 타버린 강물에 풀어 서로를 밝혀 줄 등불이 된다면, 그런 묘약이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