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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Be Mee Dec 30. 2022

와인색을 좋아하지만 와인을 마시지는 못해요

그녀는 외로움의 고수입니다

20년 전의 일이다.

고향은 울산이지만 한 명은 서울, 한 명은 대전, 한 명은 울산에 있는 세 명이 만났다. 

(물론 그 중의 한 명이 나이다)


" 너는 무슨 색깔 좋아해 ? "

" 나는 청록색 . 그 색깔이 나에게 잘 어울린다 생각해 "

" 나는 연보라색. 연보라의 느낌이 좋아 "

" 나는 와인색. 와인잔에 담겨있는 와인은 빛이 어디에서 비치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나도 와인처럼 어떤 컵이냐에 따라, 빛의 비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

( 색채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청록색은 이상적 생각, 상쾌함, 발랄함, 도덕성, 젊음을 의미하고

  보라색은 귀족, 양면성, 자기 보존, 이성과 감정의 조화를 의미하고

  와인색은 자아, 의미, 깊이, 사색, 변화를 의미하는 색이다)


 색의 의미는 우리 각각을 잘 표현하는 색이기도 했다.

 청록을 택한 서울에 있는 친구는 작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갔지만, 작가 아카데미에서의 선배작가와의 갈등으로 인해 출판사에 취업을 한 상태였다. 그녀에게는 썸남들만이 가득했다.

 보라색을 택한 대전 친구는 영어교사, 피부 관리사를 거쳐 외국인 남자 친구와 외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완인색을 선택한 친구는 회사에 다니면서 직업에서의 업그레이드 및 제 2의 직업을 찾고 있었다. 그 당시 3년간의 첫사랑과 헤어진 그녀는 마음앓이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들은 자신의 20대의 일과 사랑을 각자 자신의 색깔대로 만나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와인색의 인연이 시작되고 20년 뒤 

나에게 20년 전의 물음이 던져져왔다.


" 좋아하는 색깔이 뭐예요 ?" 


20년 동안

흰색, 검은색, 회색 ,카키색을 거쳐

20년 만에 와인색이 생각났다.


그녀가 말한다.

" 와인색이요 "

" 독특한 색깔인데요 "

그가 말한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20대가 생각났다. 

그녀의 20대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녀의 모습이 달라졌었다.

그녀의 친구는 외국에 있는 친구, 공부하는 친구, 춤추러 다니는 친구, 음악하는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구는 머리가 좋다

누구는 순수하다, 감성적이다

누구는 속을 알 수가 없다, 말이 너무 없다

누구는 편안하다,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다

누구는 감정적이다, 대하기가 조심스럽다

누구는 도도해보인다, 다가가기가 힘들다

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그랬던 와인색의 나는 여전히 아직도 있는걸까 ? '

그녀는 상념에 빠진다.


 20대라는 나이는 도전과 변화, 새로운 일과 관계의 시작, 성취와 좌절의 순간을 넘나드는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 속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다닐 수 있었고, 그러면서 돈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첫사랑과의 이별 후처럼 늘 빈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빈 공간의 이름은 외로움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 공간이 외로움이었음을 안다.




외로움은 내 마음을 꽁꽁 감싸고 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로움은 누군가에에 마음을 열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을 한다.

외로움은 내 자신과 마음을 돌아보라는 신호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20년 전에도 지금도 와인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녀는 20년 전에도 지금도 컵에 담긴 와인을 바라본다.

다양한 컵과 다양한 색깔들의 와인들을 찾아가고 발견하며 바라볼 수 있다.


그녀는 외로움을 마시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


그녀는 외로움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외로움의 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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