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아 너의 가치를 기억해
대학교 1학년 때 집안에 일이 생기고
그 구멍에서 나오는데 12년이란 시간이 걸렸었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삶이 찾아왔다.
그 이후 5년이 지나
새로운 구멍에 빠졌다.
거기에서 나오는데 다시 12년이 걸렸다.
그렇게 24년을 보내버렸다.
또 다른 새로운 삶이 찾아왔다.
이번의 삶은 계획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구멍이 되어 버렸다.
예전 구멍과 다른 점은
덜 깊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나왔다 들어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멍에 살아봐서
깊이를 강도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매번 구멍 안에 있을 때 생각한다.
'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
' 왜 되풀이되는 거지? '
구멍에서 나와서 생각했다.
' 다 내가 만든 것이구나 '
' 구멍을 파는 것 자체가 내 습관이구나 '
사실
구멍은 나의 안식처이기도 했다.
구멍 안에 있는 것이 오히려 편하기도 했다.
구멍은 나의 방공호였다.
나의 안식처와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나는 구멍이 필요했다.
구멍이 필요하지 않고
그저 쉬었다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슴은 쿵쾅거리며 구멍을 찾을 때가 있다.
원인은 불안이었다.
불안할 때 나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사람이 없으면 안식처, 방공호를 찾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감추기 위해
불안은
내가 구멍에서 나오지 못하게도 하지만
불안은
내가 나를 지키게도 하는 것이다.
불안아
너무 불안해하지는 마
너무 구멍 안에 있으려고만 하지 마.
불안해해도 돼
밖에 나와 쉬어도 돼.
네가 있어서
내가 나를 보호하고 살 수 있어.
너의 가치를 기억해.
또 누군가는
불안할 때 분노와 원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 왜 나를 이런 상황에 처하게 하는가''
' 왜 이런 상황을 나에게 주는가 '
' 왜 삶은 나를 시험하는가 '
이럴 때의 불안은 대립하는 대상이 되며
대립은 해소와 해결을 필요로 한다.
얘기를 할 사람과
대안이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불안은 쉴 때가 아니다.
불안아
네가 있어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자가 될 수 있어.
너는 주체적인 존재야.
늘 불안이 있음을
불안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함을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나의 그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