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 사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 Be Mee Jan 06. 2023

외로움을 배부름으로  달래다

행복으로 충만한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

교정을 걷는다. 차가운 공기에 햇살은 따스하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일을 하던 도중 이렇게 휴식을 취한다.


교정을 걷다 보면 분수가 있고 

분수의 소리가 나를 반기고

스피커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린다.

원래 없던 음악소리였는데 누군가의 제안으로 들리게 된 축복이다.


한 사람만으로도 세상을 둘러싼 에너지가 변했다.

그로 인해 적어도 나 한 명은 행복해졌다.


이 행복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오늘 만났던 화학과 학생이 말한다.


" 원자는 고정된 존재예요. 그런 원자들이 움직이려면 전자들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어요. 

   원자와 전자의 모습은 마치 사회의 모습 같아요 "

" 너에게 있어 전자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니? "

...

"대화와 돈 정도...?"


우리는 같이 웃는다.


" 다음 주에는 못 올 것 같아요. 가족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어요 "

" 알겠습니다. 다다음주에 봐요 "


그 학생에게는 자신을 움직이는 전자가 가족도 되는 듯하다.




교정을 거닐면서 햇살에 너무 따뜻해 너무나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점심을 먹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생각난 메뉴는 컵라면과 삼각김밥.

사실 어제 점심에도 먹었던 메뉴이긴 하다.

친숙하고 익숙하고 포근했다.

생각해보니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채워졌던 나의 배 때문이었다.

그들로 인해 나의 배가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충만해졌다.

그렇게 나에게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사랑스러웠다.


편의점에 들른다.

편의점 사장님은 나와 간간히 행복을 나누는 사이이다.


" 멋쟁이님 오셨네 " 라며 맞이해 주신다.

" 올해 복을 여기서 받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복 있으면 좀 주세요. 그 복 받아서 나도 돌려 드릴게 "

" 복 받으십시오. 그리고 복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또 봐요 "

" 네네 "


학생들을 챙겨주시는 사장님답다.

받으면 늘 되돌려주신다.


자신의 것인 양 움켜쥐지 않고 되돌려주시는 분들이 항상 있다.


그 한 분으로 인해

세상이 복되어진다.


세상에 복이 생긴다.


받은 복으로 무엇을 할까 

다시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나는 편의점의 그들을 기꺼이 선택하고 맞이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맛보며 생각한다.


' 나는 그들은 왜 기꺼이 맞이하는 거지? '

 (여기서 그들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이다)


외로움이었다.

나는 따뜻하고 행복하고 충만했다. 복도 받았다.

그런데 혼자 걷고 있었다.

그래서 걸으면서 이런저런 혼잣말을 했던 것이었다.


" 너무 따뜻해 "

" 햇살 너무 좋아 "

" 해는 너무 좋아 "

" 행복하다 "

" 여기 너무 좋다 "


나의 혼잣말들이다.




외로울 때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나를 배를 채워줌으로써

내 외로움을 잊게 해 준다.

머리에 있던 외로움이 

나의 배를 채우면서 

외로움을 잊게 한다.


외로움이 컵라면과 삼각김밥, 그들로 인해 배부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외로움은

채워지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외로움은  

충만하고 싶은 마음이다.


편의점에 있는 그들로 인해

외로움이 

채워지고 충만해졌다.


어쩌면 

나는 외로울 때마다

나를 채우고 충족시키기 위해

먹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동안

외롭지 않기 위해 먹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으로 만들어진 습관이라는 구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