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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자신의 욕구에 따른 선택이다

공간의 심리학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다

by soulgarden

공간은 우리가 있는 자리를 말한다. 그 자리는 넓을 수도 좁을 수도,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우리가 공간을 인지하고 느끼게 되면 공간 속에서 지금 그리고 여기를 공유(共有: 함께 가지는 것) 하게 된다.

하지만 공간에서의 공명은 서로가 원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의 다른 생각과 욕구는 함께 있는 것이 괴롭게 되며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공간에 대해 ' 공간은 시간의 주름이다'라고 고미숙 작가님은 말씀하셨다. 공간은 시간을 지나온 것이 소중히 접혀 있는 곳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였다. 만약 집이라는 공간을 생각해보면, 과거부터 현재 이 시점까지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지나와 생긴 주름이라는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공간에는 시간 속에 있는 사람 그리고 기억들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계에서 생기는 칠정-희로애락 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도 공간에 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억들도 공간과 연결되어 기억된다.

그래서 공간은 시간과 사람, 관계의 감정이 복합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에는 그 시대 시간만의 특성과 사람들, 건축물과 관계된 사람들의 감정과 욕구, 기원 등이 담긴다.

살면서 우리는 특정한 곳 즉 공간을 방문하면 무언가를 느낀다. 그 무언가는 우리가 그 공간에서의 시간과 사람, 관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공간에는 빛의 세기, 천장의 높이로 인해 결정되는 공기의 흐름, 여러 가지 물건들의 재질과 호흡, 같이 방문한 사람들의 에너지 등의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요인들도 있을 수 있다.




< 공간의 심리학 >이라는 책에서는 환경적 요인, 진화적 요인으로 인해 무의식 중으로 잠재된 행동들이, 여러 심리적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공간에 대한 심리적인 행동이 즉 공간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즉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화 심리와 환경 심리가 여러 종류의 공간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카페나 도서관, 비행기 등의 자리에서 우리는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 이는 인간의 몸이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햇빛 효과를 체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포근한 빛은 감정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생활 리듬, 호르몬 분비와 체온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소꿉놀이를 하는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방의 모서리 쪽에서 이러한 놀이를 한다. 그 외에도 음식점의 좌석만 봐도 벽 쪽부터 사람들이 앉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눈은 앞의 모습까지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뒤에 벽면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시야의 절반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심리적으로 피곤함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게 되고, 또 인간의 본능상 무언가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댈 수 있고 막혀 있는 벽면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역으로 공간을 이용하여 우리의 심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천장의 높이에 따른 우리의 심리 변화에 관한 내용이 그것이다.

미국의 솔크 연구소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 하버드대나 메사추세츠공대(MIT)에 있을 때보다 솔크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오른다 ”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솔크 연구소는 현재 1,000여 명의 연구원과 400여 명의 스태프가 상주하는 작은 연구소지만, 노벨상 수상자만 5명을 배출하고 수십 명의 수상자가 거쳐 간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연구 기관이다. 이들은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도록 하는 근원을 ‘ 다른 데보다 높은 천장 ’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통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실험 결과 천장 높이가 3m나 되는 방 안에서 문제를 풀 때 상대적으로 천장이 낮은 건물에서 문제를 풀 때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두 배 이상 더 잘 풀었으며, 2.4m 높이에선 창의적인 문제는 잘 못 풀었지만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더 잘 푸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천장이 높아지면 창의적인 사고가 활성화되고, 천장이 낮아지면 집중을 더 잘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된 셈이다 (필자가 실제로 체험하기도 한 내용이기도 하다)



위와 같이 다양한 환경적 요인, 진화적 요인으로 인해 무의식 중으로 잠재된 행동들이 공간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공간 선택에 따라 건강 및 감정을 조절하고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가 신경 건축학이다)



더운 여름, 다른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기분 좋아지고 편안한 공간, 정화와 치유로 인해 시원함이 느껴지는 공간과 시간을 디자인해보길 소망한다.



로망 공간.jpeg




< 참고자료 >

[1] 집과 공간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https://1boon.kakao.com/micshowtime/154)

[2] 치유가 빨라지는 병실은 따로 있다 (http://webzine.lxsiri.org/wp/2018/07)

[3] 신경 건축학: 뇌에게 ‘행복의 공간’에 대해 묻다

(http://s-space.snu.ac.kr/bitstream/10371/92374/1/07)

[4] [책꽂이-공간의 심리학] 나는 왜 창가 자리가 좋을까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RF52Y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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