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이야기
그녀의 내면에 있는 남성성, 아니무스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남 장녀였다. 그녀는 집안의 첫째 손녀로 태어났다. 집안의 모든 어른들이 그녀의 탄생을 기뻐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이름은 남동생이 둘이 생긴다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남동생 둘의 탄생을 이룩하며 인생에서의 그녀의 첫 번째 임무를 다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는 많이 싸웠다. 물건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는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같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부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그녀는 관찰자이자 방관자로서의 유년시절을 보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녀에게는 목표가 생겼다. 초등시절 바로 앞 석차 한 자리 차이로 인해 우등상을 받지 못해서 생긴 목표였다. 그래서 그녀는 중학교 졸업 시 전교 9등으로 졸업을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녀는 자신의 형제를 위해 총을 쏘며, 목숨을 바치는 영화들에 빠졌다. 홍콩 누아르 영화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ㄴ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공부도 되지 않았고, 공부를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하얗게 비우기 시작하였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로봇처럼 움직였다. 학교에 가고 집에 오고 시험 치고 밥 먹고 싸고.... 그녀의 고등 시절은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 그저 하얀색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그녀에게 다가오는 친구는 있었다.
대학 시절 드디어 그녀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이혼 1년 후 그녀의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새로운 여동생이 태어났다. 그녀의 대학시절은 이유모를 분노가 가득한 시절이었다. 그때도 그녀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라보는 대상은 그때마다 바뀌는 그녀의 남자 친구가 되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을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구별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진학하였다. 취업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의 전공 덕분에 그녀는 전공 관련 일을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운도 좋았다. 대기업과 대학교에서 일할 수 있었고 결혼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결혼 후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결혼은 자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남편을 선택했고 자신과는 다른, 자신의 욕구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들어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서로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아이만이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었다.
나를 만난 그녀는 얘기한다.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고, 나와 같이 대화하며 놀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는 필요했다고. 내 삶은 너무나도 외로웠다고. 때로는 아빠 같고,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선생님 같은 남편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성취해보겠다고.. 상대나 가족들을 위해 양보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며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신의 내면의 상황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것은 운명으로써 외부의 사건으로 일어난다
- C.G.Jung -
그 남자의 마음속의 여성성인 아니마는 감정적인 기능을 맡으며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가게 돕는 것이고
그 여자의 마음속의 남성성인 아니무스는 지성의 형태로 나타난다. 아니무스가 부정적일 때, 그것은 완고한 생각, 무의식적인 망상, 집단적인 견해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이러한 의견은 일반적으로 볼 때는 옳지만 주어진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신의 아니무스에 자각이 없는 여자는 고집이 무척 강하다. 그녀들은 아니무스에 사로잡혀 자신이 가정을 지배하려 하고, 남성을 화나게 만들고, 남성을 여성화시킨다.
여자가 자기 자신과 아니무스를 구별할 수 있을 때, 아니무스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의문을 품고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의 생각인지를 검토해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그녀 안의 남성성인 아니무스는 그녀에게 모험심과 용기, 객관성, 영적 지혜를 부여한다.
융에 따르면 여자들의 아니무스도 4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의 아니무스는 운동선수나 근육이 발달된 남자의 모습으로 남성의 신체적인 힘을 형상화한다. 이 단계의 아니무스를 가진 여자에게 남자란 단순히 씨를 뿌리는 종마에 불과하다. 그녀에게 남자는 여자를 임신시키고 여자에게 아이를 낳게 하게 위해 존재한다.
두 번째 단계의 아니무스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 계획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아니 무스를 가진 여자들은 독립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의 일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자의 개성을 인식하기보다는 지위나 직업 같은 사회적 기준으로 남자를 파악한다. 그리하여 집 주위에 머물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보하자가 되어줄 남편이자 아버지 같은 남자를 찾는다.
세 번째 단계의 아니무스는 로고스 logos 즉 이성 혹은 논리로 나타난다. 이 단계의 아니무스를 가진 여자는 전통적인 교육에 커다란 존경심을 품고, 교수나 성직자 같은 남자를 꿈꾸며, 자신의 지성을 계발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환영한다. 그녀는 그 남자의 개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네 번째 단계의 아니무스는 간디나 마르틴 루터 킹처럼 영적인 가르침을 전달하는 인물로 나타난다. 이 단계의 아니무스를 가진 여자는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으로 떠올려,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안내자로서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여자에게 성은 단순한 신체적인 행위가 아닌 영적인 심오함을 의미한다.
각 단계의 아니무스는 남자들에게 투사되어,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의 아니무스 상에 맞게 살아주기를 바라라게 되는데, 남자들은 이런 기대들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그녀의 아니무스는 두 번째 단계에 보호자로서의 남자에서 시작되어, 세 번째 단계인 존경심과 네 번째 단계인 그녀 자신을 도와주고 성장시켜주는 남자를 바라고 있는 그녀의 무의식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자신의 무의식을 인식함으로써 성장하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성장을 위한 안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