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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배신감

선을 잘 그어야한다

by soulgarden

저는 친구가 많이 없어요.

대신 선배들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어떤 일이 생기면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언이 나오고 방법을 찾게 되는

성장구조를 가지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친구들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

부러움과 질투, 시기의 감정을 느끼는 단계를 거치면서

서로가 든든해지는 관계인데

저는 부러움과 질투, 시기를 느끼면 힘들어서

회피하거나 도망을 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인 것 같아요.

친구가 생기려면 부러움과 질투, 시기의 감정들을 잘 처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나 봐요.

실은 제가 더 잘나고 싶은 마음인데

그럴 정도의 능력은 제게 없다는 자신감 부족이 원인인 거죠.

또 제 마음속

이기기 아니면 지는 것, 흑과 백, 빛과 그림자라는

이분법적인 특성을 정하는 것이

마음을 정하는데에 더 편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선배님이 편해요.

아니면 제가 가르칠 수 있는 후배가 편하고요.


그걸 저를 알기에

저는 관계에서 나름 선 설정을 해가며

잘 지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질없는 기대는 하지 않으며

저를 잘 보호하며 지내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던 저에게

간만의 배신감이 찾아왔어요.


그건 바로바로

제가 알던 선배님과의 일이었답니다.

그 선배님과는 벌써 알고 지낸 세월이 15년이 되었네요.

그 선배님은 15년 동안

성취를 이루시고 잘 지내시다 최근에 슬럼프를 맞이하게 되셨어요.

선배님의 보지 못했던 모습을 뵈었지만

저에게는 선배님이었고 늘 멋있었답니다.

그러다 얘기할 기회가 되어

서로의 힘든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성과가 없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요.




그렇게 그 대화의 시간을 잘 보내고

선배님께 좋은 기회가 될만한 일들을 주선하여

추진해서 성사시키고 있는 그때

두둥~~~

그 선배님의 새로운 전시회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그렇게 힘들다 하시더니 할 일은 다 하시는~~

내가 누굴 걱정해준다고,

내 실속이나 찾자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어요.


간만의 배신감이 찾아왔어요.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공부 안 했다고 했던 친구가 전교 1등을 찍는 그 사건 이후로 간만에 느끼는 날이었어요 ㅎㅎ


그래서 선배님께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리고는 축하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니 선배님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있는 쇠파리 격이라는 말을 하시며

얼떨결에 업혀간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저는 깨달았죠.

선배님과 저의 클래스가

노는 물이 다르라는 것을요....

기분도 나쁘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소위 말하는 수준이 다른 걸 어떡하나요?


그래서

그 배신감에 대해 선배님께 표현을 하고

그 이후

배신감의 에너지를 돌려서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배신감은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해 찾아오는

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보았을 때 찾아오는

일시적인 감정인 듯합니다.


하지만

음식이든 감정이든

무언가를 소화를 시키는 건 품이 들지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저는 남을 챙기지 않고

저부터 좀 보고 챙겨주려고 해요.


배신감 들고

품 들고

마음 상하기보다

저를 챙기고

제가 저를 보호하면서

상대의 선도 살피고

제 선도 긋고

살아보려고 해요.


그게 훨씬 더 좋은 듯합니다.

훨씬 더 가벼운 듯합니다.


사뿐히 살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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