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어이없게도 나의 부동산 경험의 첫 시작은 이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혼을 결심한 나는 곧바로 그 집을 떠나 혼자 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같이 사는 바로 그 집으로 내가 보낸 이혼 소장이 날아올 테고, 내가 보낸 소장을 받은 여자와 한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물론 수개월 전부터 그 집은 아늑한 안식처가 아니라 긴장과 분노만 남은 지옥이기도 했고.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일반적으로 이혼 과정에서는 집에서 먼저 나가는 사람이 손해를 보거나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동산 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이혼소장까지 보내게 한 그 사람은 이혼과정에서도 끝까지 돈을 협조적으로 주지 않았다. 이혼에 대해서는 결국 오래 걸리지 않고 동의를 받았으나, 내가 그동안 보냈던 돈에 대해 지출을 "합리적으로" 제하고 받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튼,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가서,,
벌어온 모든 돈을 10원 한 푼 남기지 않고 모두 그 사람에게 매달 꼬박꼬박 넘겨줬던 나는 막상 이혼을 결심한 상황에서 무일푼일 수밖에 없었다. 이혼을 결심하고 난 후 첫 월급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겨우 한 달 치 월급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결국 회사 내에 들어와 있던 은행을 찾아가서 신용대출을 풀로 당겼다. 2억. 나름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를 다니고 그런 회사에는 보통 직장인 우대대출이 있어서 한도나 금리에 메리트가 있었다. 덕분에 사회생활 4년 남짓 지난 나도 적지 않은 금액의 대출이 가능했다. 당연히 전세대출이 더 메리트가 있었지만, 신혼집에 이미 전세대출이 들어가 있었던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신용대출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출받은 신용대출 2억으로는 분당에 오피스텔 전세를 구해 새 거처로 삼았다. 딱히 분당하고는 상관없던 나였지만 지방 출신인 나로서는 이혼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동생 신혼집이 있는 분당이 심적으로 가까웠다.
이때 부동산 귀인을 두 명, 아니 두 분을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몇 달간의 힘든 시간을 거쳐 이혼과 재산분할에 대한 결정이 나고 내 몫의 재산을 다시 돌려받게 되었다. 전세금의 얼마를 내 몫으로 하라는 판결을 받고 나는 신혼집 전세계약을 담당한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사장님께 이래저래 그동안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 돈을 받았다. 그때 사장님이 한 가지 물으셨다. 그 돈을 어떻게 할 거냐고.
개념(?)이 없던 나는 당연히 신용대출을 갚는다고 대답했고, 그때부터 사장님의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결론은 그 돈을 들고 당장 어디든 집을 매수하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전셋집은 도곡동 구축이었는데, 이 동네는 이미 비싸서 못 사니까 거기서 가까운 분당을 가서 갭으로 하나 사두라는 조언이었다. 정자, 서현이 어려우면 야탑에 부동산을 소개해줄 테니 거기라도 꼭 가라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결혼과정에서 집을 마련해가지 못한 설움을 충분히 겪었기에 가볍게 들리진 않았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집을?"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크게 무게를 두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 그 돈을 들고 회사 지하에 있는 은행을 찾아갔다. 금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2억이라는 대출을 들고 있고 싶진 않아서 바로 상환할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바일로도 상환이 가능했을 텐데 괜히 금액이나 절차에 쫄아서 대면을 선호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런데, 은행 직원이 부동산 사장님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이 정도 대출금액에 금리면 굳이 상환하지 말고 집을 사는 게 어떠세요? 이 정도 금액의 신용대출은 앞으로도 쉽게 대출받지 못할 수도 있고요"
18년이면 이미 상승장이 두어 번 거쳐간 상태였지만, 지옥 같은 결혼생활과 지루한 이혼과정을 거치던 나는 그 분위기조차도 몰랐던 거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그 ㅇㄹ은행 직원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그렇게 난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 덕분에 2억 조금 넘는 돈을 가지고 분당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네이버 부동산으로 분당지도를 띄우곤 한다.
프롤로그가 너무 길었나...
이제는 전 국민이 알지만, 알아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그 경험을 여기서 이제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이번 정권에서는 꽤 갭투자가 막혔지만 항상 기회는 열려 있는 법. 부동산으로 부부싸움을 하고 있거나, 결혼 전에 집을 마련해두고 싶은 흙수저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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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여담을 하자면, 판결이 나고 부동산에 갔던 나에게 사장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그 사람의 어머니가 일단 본인에게 전세금 전액을 달라고 했다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원... 대략의 전후 상황을 알고 있었던 사장님은 다행히도 센스껏 그 압박을 버티고 계셨고 난 내 몫을 안전하게 챙길 수 있었다. 정말.... 사람은 참 한결같다. 사람이 우스우면 법원 판결문까지도 우스울 수 있나 보다. 만약 사장님이 안 지켜줬으면 난 또 힘든 2차전을 했었어야 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간혹 인사드리다가 언젠가부터 찾아뵙지 않게 된 거 같은데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