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키워드: 레버리지
지방 출신으로 딱히 기댈 곳도 없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이 신혼집을 구한 분당에 오피스텔을 구해 살게 되었다. 사람 마주치기는 싫고 처지도 서글퍼서 당시 가장 좋은 오피스텔의 최고층 가장 끝 호실을 선택했었는데, 가격만 비싸고 북서향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춥고 초고층 진동까지 느껴서 1년동안 고생만 엄청하고 나왔다.
이번엔 여담을 먼저 풀고 가려고 한다. 오피스텔 들어가서 자던 첫날 밤이었다. 한참 잘 자던 중에 갑자기 도어록 번호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버렸다. 누군가가 도어록을 삑삑삑삑 눌렀으나 문은 열리지않았고, 계속 밖에서는 도어록을 여는 시도를 하다가 급기야는 현관문고리를 잡고 문을 흔들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정말 엥간한 공포영화도 이만큼 무섭진 않을거다. 그러다 눈을 떴다. 꿈인지 가위눌림인지 뭐 그런거였던 거다. 온몸엔 식은 땀이 가득했다. 도어록은 다음날 바로 열쇠하는 집에 전화해서 가장 좋은걸로 교체해버렸다. 사람이 기가 약해지면 이런건가 싶기도.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가서,,
부동산 사장님과 은행직원 덕분에 (#0편 참고...)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후로는 주변 탐색-소위 말하는 임장-을 시작했고, 분당 부동산들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급선무는 물론 "돈"이었다. 가진 돈이라고는 재산분할한 2억, 그리고 내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오피스텔 보증금으로 들어가있는 신용대출 2억뿐이었는데 갭은 최소 4억이상 이었기에 길바닥에 나앉지않는한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그 때 생각난게 "전세대출"이었다.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해도 이혼소송 중이라 전세대출도 살아있었는데, 이혼이 정리되면서 내 명의의 전세대출도 사라져서 다시 가능한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규제가 많아졌지만 당시만해도 전세대출은 신용대출과 아무 상관없었다. 마침 오피스텔도 덥고 추워서 맘에 들지도 않았던터라 전세대출을 받아들어갈 아파트와 매수할 아파트를 동시에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세대출은 일반적으로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받기도 쉽다고 한다. 물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웬만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물건 정도되면 은행입장에서는 리스크가 거의 없을테니.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나 스스로 "오, 머리 잘 썼는데.."라고 생각했던 전세대출+신용대출 조합은 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하고 있던 굉장히 당연한 플레이였다. 고급지게 표현하면 바로 '레버리지'. 이 방식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절대 이 방식이 좋다거나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다.)
아마 부동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벽을 느낀다. 일단 매달 주담대 원리금과 신용대출의 이자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하고, 감당이 가능하다 한들 수억원의 빚을 진다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거부감이 드는게 정상이고, 그럼에도 해야되는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수도 없다.
만약 감당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다음부터는 수학도 아닌 산수다. 최소 2년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2년동안의 이자비용 대비 집값이 얼마나 올라야 손해가 나지 않냐 정도 따지는 것만 남는다. 지역과 본인 자산에 따라서 무조건 이득이다 싶을수도 있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은 본인 몫. 투자비용에 대한 기회비용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따지면 머리 아프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2025년 전까지는 오르는 것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굳이 여기서 지역불균형이니 하는 원인분석까지는 들어가지 않겠다.
이런 말도 본적이 있다
"당신이 사는 아파트의 가격은 그 아파트에서 가장 대출을 잘 내는 사람이 결정한다."
어차피 현금부자들은 다른 나라에 산다. 이런 글을 읽어볼리도 없다. 금수저도 아니고,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결국 큰 돈을 조달할 방법은 대출뿐이기에 저런 말이 생겨나는 것이다.
혹시나해서 다시 써두지만, 이 상황이 정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뭐가 정상인 상황인지도 솔직히 모르겠고. 적어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평생을 살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토끼같은 새끼를 낳아 행복하게 살아야 할 젊은 사람들이 거주의 문제로 자식이나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현재는 진보 정권이 새로 들어서면서 이런 방식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정권의 어떤 정책이 옳냐그르냐의 판단은 하지 않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갭투자 자금까지 적지 않은 돈을 마련은 했지만 정작 뭐가 좋은 물건인지 전혀 감이 없었던 나는 일단 오피스텔 전세를 구할 때 도와준 부동산을 가서 매수를 하고싶다고 하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아무리 몰라도 그 근방의 대장주가 어느 아파트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일단 그 아파트의 20평 대를 물어보았다. 사장님 왈,
"너무 올랐어 저게 무슨 7억 4천이야 좀더 기다려봐. 내가 분당 생길 때부터 시작해서 쭉 이 동네서 부동산 해왔어. 올라도 너무 오른거니 기다려봐."
하긴 그 땐 다들 몰랐다. 그게 시작이라는 걸.
다시 떨어지고 오르고 하긴했지만 그 7억4천짜리 물건이 2배가 넘는 15억을 뛰 넘는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내가 그 말을 순진하게 믿고 알아보는 사이에 1억도 눈깜짝할 사이에 올라버렸다.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땐 그랬다. 그 이후로 2025년 중반까지도 그런 현상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난 그 이후로 부동산에 대해서는 기다려보라는 말은 듣지도 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