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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Oct 23. 2018

나는 왜 책만 보면 잠이 올까?

책을 잘못 고르셨어요

난독증


"나 난독증인가 봐. 책만 잡으면 잠이 와."

"책은 이제 못 읽겠어요.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아."

"눈이 침침해서 그런지 책 내용이 겉돌아요."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저도 난독증으로 오해하고 책을 멀리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또 어떤 책은 술술술 잘 읽히더라고요. 그럼 난독증인 건 아니잖아요. 용기를 내서 다시 독서의 세계로 컴백을 했습니다. 작년 재작년 책을 엄청 읽어댔어요. 한 달에 십 수권 읽는 달도 있었고, 수십 권 읽는 달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가닥이 잡혔어요. 결론. 책을 읽으면 잠이 오는 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


일단, 잘 읽히지 않는 책이 있어요. 책의 작가도 한 명의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한 권의 책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가 담기게 됩니다. 그 책이 주로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책이던, 소설이나 에세이던 어떤 기준을 갖고 쓰인 건데, 잘 읽히지 않는 책은 그 방식이 내 사고와 달라 문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면, '누구나 좋아하는 사과처럼'하는 표현이 있다면 '나는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의 흐름에 장애물이 생기는 거예요. 공감할  없는 책은 읽 힘들어요.  


어떤 책은 나의 배경지식과 독서 수준에 비해 고난도의 책을 고른 것일 수도 있어요.  3+3+3을 배우는 아이에게 3*3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힘들겠지요. 저에게 그런 책은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고풍스러운 케이스에 담겨 있던 6cm 두께의 이 책은 읽는 데 큰 마음을 먹어야 했는데, 케이스에서 꺼내야 하니 진입이 어려운 고통스러운 책이 되었어요. 오랫동안 책장에 모셔두다 결국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어떤 책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그 분야 전문가가 쓰셨지만, 문장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잘 살아나지 않았을 수 있어요. 알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주제를 쉬운 언어로 번역이나 통역을 하는 것 같다고 하면 적합한 표현이 될까요? 또, 작가가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책도 있습니다. 읽으면서도 이게 한글이지?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책은 문장을 해석하는 데에도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쓰여요. 세상의 책들은 바닷가 모래알과 같아서 종류가 많고, 크기도 내용도 다 다릅니다.

관심사는 점점 확장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그러니 잘 읽히지 않는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어요. 읽히지 않는 책을 인내심을 발휘해 끝까지 다 읽는다 해도 이해가 되긴 힘들어요. 왜냐하면 사고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책을 만나면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과감하게 패스하세요. 그리고,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작가의 책을 골라 보세요. 어떤 작가의 글들은 머릿속에 다가와 콕콕 박히는 책도 있을 거예요. 그럼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으세요.


그런 식으로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내가 잘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다섯 권쯤 한꺼번에 읽어보세요. 호기심이 해결되고,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에 대해 이론적 근거가 나타납니다. 저는 요리책에서 그런 예를 많이 많이 발견했어요. 이렇게 읽다 보면 한 분야에 대해서 어둠 속에서 코끼리의 발을 어루만지는 것만큼 두리뭉실하게라도 형체를 알 수 있습니다.


푹 빠져 읽은 책에서 연관된 인용구와 도서 제목들이 나오면 메모를 합니다. 작가가 나와 비슷한 사고 체계와 가치관을 가진 분이니, 그분이 참고하신 서적들을 따라 읽으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져요. 이 즈음 '작가 따라 읽기'가 시작되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은 박완서, 김형석, 임경선, 오경아, 이나가키 에미코, 도미니크 로로 작가님 등등이에요. 이 분들의 글은 곁에 두고 언제나 읽고, 본문 중에 언급된 책들도 찾아 읽고, 신간이 나오면 또 주문해 읽습니다. 글은 삶을 가루 내고, 반죽하고, 빚어 만드는 거라, 제겐 작가님이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도 중요해요.


그렇게 책을 통해 자기 관심사를 점점 확장하게 되어요. 관심사를 확장해서 뭐하냐고요? 책이 안 읽히면 안 읽히는 대로 그냥 살면 되지 왜 책을 읽어야 하냐고요? 제가 답을 드리긴 경험이 너무 미천하고, 철학박사이신 김형석 작가님의 신간 '행복예감' 중 '누구의 소유도 아닌 기쁨'이라는 글에 답이 있습니다. '인간은 성장하는 동안에는 행복이 따른다.'라고 하십니다. 마침 독서의 계절 가을도 되었으니, 책을 읽어 보아요! 행복해진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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