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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Oct 31. 2018

설탕 20그램

 

커피와 설탕


카페 오너로 살아 본 적이 있어요. 가로수길 2층 카페 세컨드 팩토리에서는 2구짜리 이태리 제 달라꼬르떼 에볼루션을 썼습니다. 손님이 많아 바쁜 날엔 동료들과 난타하는 것처럼 리듬을 타며 설거지, 커피 뽑기, 서빙, 계산을 했어요. 에볼루션은 늘 그 자리에서 충직하게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부우웅 하고 묵직하게 보일러가 끓는 소리는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귀에서 맴돌아요.


그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면 스팀 보일러의 강한 압력으로 향도 크레마도 진한 에스프레소가 나왔습니다. 그 추출물에 각설탕 한 개를 넣어 마시면 그 순간만큼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어요. "흐음~역시 커피는 에스프레소야." 하는 독백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카페 비즈니스는 낭만적이지만, 좋은 점은 에스프레소 잔만큼이었어요. 저는 오너(Owner)는 음식물 쓰레기부터 화장실 청소, 설거지, 6m 천정의 전구 바꿔 끼기 같이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오우 너'가 해"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카페에서 쫓겨나듯 나오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에스프레소였어요. 달라꼬르떼를 쓰기 위해서는 전기선을 5KW짜리 굵은 선으로 따로 뽑아야 합니다. 일반 아파트에 들어오는 한 세대 총전기량이 5KW인데. 하루에 한두 잔 먹자고 그렇게 할 순 없었어요. 가정에서 쓰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가정용 반자동 머신을 구입했는데, 그 압력으로는 그 에스프레소 맛이 나지 않았어요. 설탕을 더 넣으면 나아질까 싶어 각설탕을 한 개 반씩 넣어 먹기 시작했어요. 맛이 진해지니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설탕이 두 개, 두 개 반 점점 늘어났어요.


그즈음 몸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평평한 바닥을 보면 자꾸 눕고 싶었고, 꼼짝도 하기 싫었어요. 오후 4시쯤 되면, 식은땀이 나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뭐지. 술도 안 먹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게 느껴진 그즈음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1'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첨가물이 위험하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늘 주방에 있는 뽀얀 설탕이 그렇게 위험한 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설탕은 알코올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어요. 공복에 설탕이라니. 그날부터 당장 커피에서 설탕을 뺐어요.


설탕, 중독

설탕에 중독이 되면 몸은 점점 더 단 것을 원하게 됩니다. 단 음식을 먹다가 바닥에 떨어 뜨리면 온 바닥이 끈적끈적해져 물걸레질을 해야 겨우 원상복구가 되어요. 피도 당 성분이 많아 달아 지면 끈적끈적 해지지 않을까요? 세균도, 벌레도 단 걸 좋아해요. 달큼한 수액을 뿜는 나무에는 벌레들이 귀신같이 달라붙어요. 혈액 속에 당 성분이 많아지면 세균도 빠르게 번식합니다.


저는 생크림을 얹은 달달한 커피를 디저트로 먹었더니 한 달 만에 2.5킬로가 늘었던 경험이 있어요. 아이들이 주로 먹는 과자나 음료수의 설탕량을 보면 더 놀라실 거예요. 대부분 팥빵 하나에 25~30그램 정도의 설탕이 들어 있고, 음료수 캔 하나에도 보통 20그램 정도의 설탕이 들어가 있어요. 실컷 운동하고 땀에 흠뻑 젖은 아이들이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걸 보면 걱정스러워요.


그게 뭐 어떠냐고 이의 제기하는 아들에게 설탕을 숟가락에 담아 보여 준 적이 있어요. 직접 보니 저도 놀라웠습니다. 설탕 20그램을 그릇에 담으면 산처럼 수북해요. 이걸 어떻게 한 번에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건지 의아해집니다. 실물 설탕을 눈으로 확인하고 놀란 아들도 스스로 설탕량을 조절하려 애씁니다. 초코드링크를 주셨는데, 설탕량이 20그램이라 다 먹지 않고 반만 먹었다고 전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아요. 음식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설탕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설탕 섭취량을 50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세계 보건기구(WHO)는 절반 수준인 25g 이하를 제안합니다. 실질적으로 사람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설탕의 양은 20그램 정도라고 해요. 아무리 조심해도 인간사는 결국 생로병사이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조금 더 조심하면 좋겠어요. 운동하고 나서 매번 설탕 가득한 음료수를 물처럼 마시는 아이들이 자꾸 생각나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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