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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an 30. 2019

일과 삶, 균형 잡기

얼굴이 빨개지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안간힘을 쓰며 균형 잡기

소아과에 갔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성의 밀도가 매우 높았다. 예방 접종 수첩을 들고,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들이 많았다. 내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예방 접종하러 아빠와 함께 오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오늘 소아과 풍경에서 새삼 그걸 느낀다. 팔뚝만 하던 내 아이는 이제 내 옆에서 비슷한 덩치를 하고 있다. 아기 아빠, 신생아, 육아, 일, 여러 생각이 흐른다.


처음 운전을 할 때가 생각난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누군가 앞에서 알짱거리면 시원한 육두문자와 함께 삿대질을 하고 클랙슨을 울려 댈 거라 생각했었다. '아마도 매우 터프한 운전자가 될 거야. 조심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들을 잡았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나의 자아는 프로 기사님처럼 매우 침착하고 차선을 양보하며, 신호등은 철저하게 지키며 FM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아이를 낳고도 낯선 자아를 만났다. 늘 일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도 육아는 외주를 주고 일에 열중하는 워킹맘으로 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집에 있는 아이가 눈에 밟혔다. 나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아이는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저 웃었다. 아이를 놓고 일터에 갈 때엔, 울적해졌다. 나도 몰랐던 나의 사랑 본능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18개월 즈음 말도 잘 못 하는 아이가 걸어와 내 다리를 두 팔로 껴안고 “엄마, 사양해.” 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빙하처럼 꽝꽝 얼어붙은 마음이 햇빛에 녹아 눈으로 흘렀다. 20개월 즈음 출장을 갔다가 화상통화를 하며 서로 전화기를 붙들고 울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약한 마음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 거야. 한편으로는 독하게 일에 매달리지 못한다는 자책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늘렸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나일지라도

아이가 나만큼 자란 지금도 전력질주하지 못하는 커리어에 아쉬움이 있고, 육아에도 100% 충실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 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나름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다. 명품 브랜드 셀린의 수장이었던 피비 파일로는 아이를 셋 키우면서도 화려한 커리어를 이끌어 가던데, 나는 뭐지. 하지만, 그런 비교는 건강하지 않다. 알면서도 오늘은 하이드가 나타났다.


외부의 소음이 들리지 않게 헤드셋으로 귀를 덮고, Raise me up 폴더의 플레이리스트를 켰다. 홍송 디퓨저에 오렌지 에센셜 오일 세 방울, 레몬 오일 두 방울, 베르가못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마테 차를 끓여 작업 책상 앞에 앉았다. 인생은 긴 여행이다. 타인을 부러워하며, 동시에 나를 미워하며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 우린 모두 다른 씨앗이고, 그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성장했는지에 집중하면 된다.


어제보다 오늘 더 노력했는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는지는 나만 안다. 내 양심이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말고 내 양심에 묻는다. 오늘 마음먹은 대로 일찍 일어났어? 글도 썼어? 요가도 했어? 어제보다 조금 성장한 것 같아? 그 모든 질문에 씩씩하게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때, 내가 나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잘했어! 그렇게 노력하는 내가 좋아!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는 걸 연습한다.


대단히 잘 나가는 그 어떤 사람도 영원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순 없다. 그런 인생은 없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롤러코스터처럼 위로 향할 때도, 끝없이 아래로 떨어질 때도 있다. 너무 일이 잘 풀려 하늘 끝까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정말로 날아가 버리는 수가 있다. 깊은 수렁에 빠져 손을 탁 놓아버리고 싶을 때, 그때도 조심해야 한다. 그 시기는 고비이기 때문에, 오히려 점점 나아진다.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그 시간을 쌓아야지. 모든 경험은 내 안에 나이테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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