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경 Feb 13. 2019

쓰레기가 싫어요

평택항으로 돌아온 폐기물 1200톤

쓰레기를 실은 평택항 컨테이너


필리핀에 불법 수출되었던 폐기물이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는 뉴스를 보았다. 자그마치 그 양이 6,300톤이다. '분리 선별된 폐플라스틱류'라고 신고했던 폐기물이 사실은 폐목재, 철제 등이 섞여 있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필리핀 정부와 환경단체가 한국 반입을 요구하는 등 국제 문제로 비화했고, 그중 일부인 1,200톤이 컨테이너 51개에 실려 국내로 다시 반입되었다. 이 와중에 수출했던 회사는 폐업했다. 6,300톤이면 컨테이너 268개 정도 분량이다.


저 컨테이너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틈새마다 쓰레기 오수가 흘러 구석구석 악취가 배었을 테고, 세척을 한다고 그 냄새가 사라질까 싶어 걱정이 된다. 가정에서도 쓰레기 냄새는 관리가 어려운 악취에 속한다. 쓰레기에는 세균과 해충이 함께 하기 마련인데, 괜찮을까? 필리핀의 해충이 좋아하는 서식지가 되었다면 어떻게 하나. 그에 따른 방제 비용은 누가 부담하게 될까?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낭비가 되는 걸까. 공돈이 아니라, 우리의 세금인데.


6300톤, 컨테이너 268개 분량의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까? 도대체 쓰레기가 6300톤이 쌓일 때까지 우리는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플라스틱은 분리 배출하기 때문에 폐목재와 철제, 기타 쓰레기와 섞일 일이 없다. 폐목재는 폐목재대로, 철제는 철제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나. 만약 분리수거 방법이 정확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면 6300톤이 쌓이기 전에 오류를 잡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쓰레기를 재활용 플라스틱이라고 신고하고 수출한 업체만을 탓할 수도 없다. 다들 언젠가 터질 폭탄을 저글링 하듯 돌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쓰레기들은 모두 미세먼지가 되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미세먼지가 후쿠시마 원전처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강력한 촉매가 되면 좋겠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고,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일본에서는 2011년 3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를 목격하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 라이프스타일이 급진적으로 변화했다. 이 즈음, 미니멀리즘이 대유행했다. '퇴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 역시 그랬다. 그 역시 충격을 받아, 급진적일 정도로 에너지를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을 지속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도쿄 한 복판에 거주하며, 전기와 가스를 끊고, 냉장고를 치웠다.  


한겨울에도 집을 난방하지 않고, 탕파 주머니와 핫팩과 담요로 몸을 감싸고, 동네 목욕탕에서 뼛속까지 데우며 일상을 살아간다. 냉장고도 없이 끼니를 해결하는데, 주로 현미밥과 햇볕에 반건조한 야채로 끓인 미소된장국이 주식이 된다. 현대 사회의 식생활에선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에도 시대의 드라마를 보며 식단을 연구한다 했다. 늘 재난 사태에 있기 때문에, 재난이 별로 두렵지 않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도 미세먼지 속에 장을 보며 비닐봉지 없이 장을 보는 방법을 고민했다. 요즘 마케팅적으로도 복고가 대유행이니, 우유병을 80년대 스타일의 유리병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슈퍼마켓에서는 힘들더라도, 정기배달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면, 냉장 우유차가 아침마다 내 우유병에 우유를 배급하는 건 어떨까? 기꺼이 우유를 받는 수고로움은 감당할 수 있는데. IT 기술로 모든 것의 사용량을 예측하고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좀 더 환경친화적인 삶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80년대 초반 즈음에는 매일 만든 따끈한 두부를 골목까지 배달해 주시는 두부 장수가 있었고, 신선한 생선을 싣고 집 앞까지 배달해 주시는 생선 리어카도 있었고, 골목 어귀까지 와 주시는 과일 트럭도 있었다. 그분들이 오시면, 집에 있는 양동이나 양푼을 들고나가 값을 치르고 받아 오면 그만이었다. 비닐봉지는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되었고, 포장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필요 없었고, 집에 가져와 다시 포장재를 분리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모든 게 물고 물려 돌아간다.


http://m.blog.naver.com/jjk0077/221439103663

http://blog.naver.com/jjk0077/221453619025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617245

http://modernmother.kr                                                

http://www.brunch.co.kr/@modernmother                                            

http://instagram.com/jaekyung.jeong    



작가의 이전글 귀가 예민한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