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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an 22. 2020

작은 집

르코르뷔지에와 함께 일했던 샤를롯페리앙의 작은 주방.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 전시 중

  엄마와 아빠는 방 네 개, 앞 뒤 베란다가 모두 있는 비확장형 42평 아파트에서 31년 동안 생활하셨다. 이번에 이사하신 집은 37평. 5평이 줄어들어 든 것 같지만, 새로 이사하시는 집엔 전용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3평 가까운 서비스 면적, ‘전실‘이 있었다. 계산해 보면, 물리적으로 약 2평 줄어드는 셈이었다. 2평은 4.8% 정도인데. 그런데, 엄마는 여러 번 ‘집이 작다 ‘고 푸념하셨다.  비록 비용을 지불하신 것은 엄마 아빠셨으나, 두 분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했기 때문에 푸념은 꼭 나를 원망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치이. 두 분이 사시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은 거지.’.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는지, 기어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전문가인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이 살기에 ‘너무 많은 살림살이‘가 있는 것이 문제였다. 내가 아니라, 누가 봐도 많지 않나. 하지만, ‘많다’라고 말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두 사람이 생활하는 데 살림살이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면적은 어느 정도이면 적당할까. 나의 질문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주거 면적의 평균값은 31.7제곱미터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발표 자료). 그러면 2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약 63.4제곱미터. 약 21평 정도가 된다. 두 분이 생활하시는 공간은 21평이면 충분한 것인가. 너무 작은가. 또 너무 작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이럴 때 나는 늘 도서관에 간다. ‘작은 집’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해당 키워드에 등장하는 모든 책들을 꺼내, 눈에 들어오는 책을 골랐다. 그날따라 도서관 카트 위 ‘라이프 인테리어가 있는 집’이 눈에 들어온다. ‘라이프 인테리어‘는 우리말로 풀면, 삶으로 실내를 장식하는 것이 아닌가. ‘주부의 벗’ 사라는 일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그곳은 일상을 요약해 교과서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곳이다. <그린 인테리어 교과서>, <라이프 인테리어 교과서> 등 몇 권을 유익하게 읽은 적 있다.   <라이프 인테리어가 있는 집>은 일본의 평범하지만 예쁜 가정집, 18채를 분석해 다섯 가지의 공통점을 추출했는데, 아래와 같다. 좋아하는 가구가 있다. 좋아하는 일용품이 있다. 오래된 것이 있다. 식물과 꽃이 있다. 가족의 추억이 있다. <라이프 인테리어가 있는 집>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중 대다수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이라는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본다고 했다.   스위스 생이지만, 프랑스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유명해 지기 전, 부모님을 위한 집을 지었다고 했다. 그 집이 작은 집이다. 도면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알프스 산맥의 호숫가를 보고 ‘이곳이다!‘ 해서 그곳에 작은 집을 지었다고 한다. 걸어서 20분만 가면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베를린, 빈, 제네바로 가는 기차역이 있고, 정남향에, 호숫가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1년 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100세까지 사셨다. 그 집은 18평이었다. 18평이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내 체질에 잘 맞는 음식을 해 먹고, 내 몸에 잘 맞는 잠자리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림과 책이 있는 보금자리. 균형을 이루는 그 지점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 예술과 같다. 작은 집에는 불필요한 요소가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낸, 정수만 남은 공간. 어쩌면 삶이 곧 장식품이 되는 집이란, 작은 집일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바로 가기
http://bit.ly/작가정재경의초록빛창작생활
 책, 더 알아보기 :  http://bit.ly/초록이_가득한_하루를_보냅니다
 책, 더 알아보기 : http://bit.ly/우리집이숲이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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