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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Feb 12. 2020

샤를로트페리앙을 만나러 갑니다

조 콜롬보의 미니 키친 

  

  디자이너 조 콜롬보는 1930년 생으로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화가로, 조각가로, 건축설계 분야에도 종사했고, 1962년부터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41세인 1971년에 영면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7년 동안 40여 개의 상을 수상하며,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 디자이너의 작품 중엔 트롤리가 마음으로 훅 들어왔다. 


  조 콜롬보의 트롤리는 직사각형 입면체로 이루어진 상자에 가로로 90도 회전하는 서랍을 넣고, 다른 면에는 포켓을, 또 다른 면에는 세로로 긴 물체를 수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길게 비웠다. Boby라고 이름 붙여진 트롤리는 4면에서 수납이 가능한 입면체이면서 하부에 세 개의 바퀴를 갖고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다. 처음 이 디자인을 접했을 때, 손과 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생각났다.  

사진 출처 : rooming.co.kr

  조 콜롬보는 비슷한 접근 방식의 미니 키친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도마, 가열기구 같은 주방 용품을 모두 수납하면 정육면체에 가까운 직사각형 큐브지만, 펼치면 주방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이 나타난다. 사진으로 보는 2D와 실물로 보는 입체감은 이상과 현실만큼의 갭이 있어서, 꼭 실감으로 느끼고 싶었다. 마침 금호미술관 30주년 기념 전시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전에 등장한 것을 알게 되었다! 보고 싶었던 것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이 기회, 놓칠 수 없다.  

조 콜롬보의 미니키친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의 국립 조형학교와 미술공예학교로 시작했지만,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하나의 이념이 되었다. 금호미술관에 전시된 조 콜롬보의 미니 키친은 실물로 보아도 재미있었다. 사각형의 구석까지 발라 수납공간으로 승화시켰다. 동서남북으로 열리는 수납대 겸 조리대라니. 옆에서 보던 아들의 눈도 동그래진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 냈지?”하며.  

샤를로트 페리앙의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

  옆에 있던 따뜻한 원목의 ㄱ자 주방도 눈에 들어온다. 환한 오렌지 진열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 주방은  작은 듯 하지만, 개수대, 조리대, 가열대, 배선대의 순서도 정확하고, 야물다. 문짝은 양쪽으로 밀어 여닫는 미닫이 문이다. 문짝은 두께 5mm 남짓의 나무 문으로, 가벼워 열고 닫기 쉬워 보인다. 문짝이 휘지 않았을까 찬찬히 관찰해 보니, 손잡이가 문을 따라 세로로 길게 부착되어 지지대 역할을 겸하고 있다.  

  가로 세로 2미터도 안 되어 보이는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에서 식사에 관련된 일은 모두 할 수 있었던 걸까? 그들은 어떤 음식을 주로 먹길래 이 정도 크기의 주방으로 생활이 가능했던 걸까? 구석구석 뜯어보다, 주방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음식을 바로 낼 수 있는 배식구 같은 공간을 발견했다. 동선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디자이너의 배려가 느껴졌다. 하부장의 수납공간 역시 주방 안쪽과 바깥쪽에서 접근이 가능하도록 양쪽으로 문을 냈다. 갑자기 디자이너 샤를롯 페리앙이 궁금해진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으로 알고 있었던 대부분의 의자들이 사실은 르 코르뷔지에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했던 샤를로트 페리앙의 디자인이라는 걸 알았다. 더 알고 싶어 졌는데,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책을 뒤지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파리 루이뷔통 재단에서 지금 샤를롯페리앙을 헌정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정말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보러 갈 수가 없잖아. 마침 파트너 사인 루밍의 대표님께서 마침 이 전시를 보고 계셨다. 정말 보고 싶은 전시였다고 글을 남기자, 아직 늦지 않았다고 시간이 허락하면 꼭 보시라고 댓글을 달아 주신다. 그렇지. 규모를 보면 평생 다시 못 볼 전시일 가능성이 높다. 4박 5일이라도 가보는 것을 추천하신다고. 루이비통 재단에서 무려 4개 층을 모두 그녀의 전시에 헌정했다고. 아쉽지만 4박 5일이라도 가 보는 방법도 있다.  


  가서 온몸으로 만나야겠다. 삶은 곧 디자인으로, 글로, 그림으로, 영화로 빚어져 나온다. 그녀의 일상을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다. 나는 늘,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이고, 건강한 디자인이 좋았다. 일상생활에서 늘 함께 하며, 기분 좋게 오래오래 사용하는 제품. 덕분에 나의 브랜드 더리빙팩토리 역시 17년 째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나. 샤를롯페리앙의 삶이 디자이너로서의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지. 벌써부터 두근두근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재경 : http://modernmother.kr

제품 디자이너 정재경 : http://theliving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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