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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Apr 22. 2020

식물 키우기, 시작하신 분들께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식물 키우기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싱긋. 표정이 밝아집니다. 저는 식물을 하나도 안 키우시는 분들은 계셔도, 한 개만 키우시는 분은 없다는 걸 압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식물이라도, 식물이 틔워내는 새 잎을 보는 순간 얼굴이 바나나맛 우유를 먹은 것처럼 빙그레 해지거든요. 그 순간이 주는 에너지는 바나나 우유 한 모금 못지않습니다.


  식물을 파는 곳에 들락날락하며, 한 개 두 개 들이다 보면 금방 열 개가 되고, 스무 개가 됩니다. 이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구입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편입니다. 식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라 관리가 필요합니다. 노란 잎이 생기면 따 주고, 벌레가 생기면 잡아 주고,  닦아 주고, 차츰 식물과 함께 사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식물에게도 지나친 관심보다는 모자란 편이 낫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쯤 되면 식물과 아이 컨택하며, 식물에게 말을 걸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바야흐로 반려식물이 되는 시기입니다. 아마 식물 이발도 해 주고 싶고, 예쁜 옷도 입히고 싶어 지실 거예요. 식물의 잎을 솎아 주는 것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잎이 너무 빼곡하게 자라 있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해충이나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조량에도 간섭이 생깁니다. 적당하게 이발해 주세요.  


  식물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을 땐, 화분에 눈이 가실 거예요.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의 키가 1미터 미만이라면 토분을 사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식물은 통기가 중요한데, 창문이 다 닫힌 실내에서는 바람이 전혀 불지 않으니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토분을 써주시는 편이 좋아요. 식물의 키가 1미터 이상이라면 무거워 관리가 어려워지니,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뿌리도 잘 자란 상태라 견딜 수 있을 거예요.


  식물도 가끔 바깥바람을 쐬어 주거나 홈트를 해야 합니다. 베란다나 발코니가 있는 집이라면 잠깐 자리를 옮겨 주세요. 그저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어 주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식물은 바람에 흔들리며 뿌리가 뽑히지 않으려 흙을 움켜쥐고, 줄기를 흔들며 물관과 체관이 강해집니다. 집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풍기나 서큘레이터의 바람을 강하게 틀어주시면 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식물도 운동을 해야 튼튼해집니다.


  공간에 식물이 가득 차 더 놓을 곳이 없는데, 그래도 식물을 데려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공간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바닥 쪽에 올려 두는 형태로 키웠다면, 이제 벽이나 천정에 걸어 키워야 합니다. 1킬로 미만의 식물이라면 꼭고핀을 이용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크 벽지에 침을 꽂아 거는 형태인데, 벽에 깨보다 작은 구멍 3개가 생기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천정에 거시려면 커튼 박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바닥을 좀 더 이용해 보시려면 식물의 높낮이를 주시면 더 많이 키울 수 있습니다. 발길이 닿지 않는 코너 자리를 공략하는 것도 좋습니다. 동선을 막지 않아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코너에 쌓이는 먼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나쁜 기운이 쌓이는 코너는 식물을 키우면 상쇄할 수 있습니다. 창이 있는 코너 자리는 꼭 식물을 배치해 두세요.

  

  이렇게 배치를 해 두어도 식물은 살아 있기 때문에 계속 모양이 변합니다. 식물은 주로 빛이 있는 방향을 따라 자랍니다. 가끔 한 번씩 모양을 체크해 보면서, 줄기가 자라는 반대 방향으로 화분을 돌려주세요. 그래야 균형 있게 자랍니다. 멋진 인테리어 잡지에 가끔 한 줄기 바람처럼 휜 떡갈나무나 인도 고무나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천정고 2.3미터의 아파트 환경에서는 동선을 막아 불편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조금 더 아름답게 연출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세 권 권해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은 <그린인테리어 교과서>라는 책입니다. 주부의 벗 사는 일본 출판사로, 한 가지 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무슨무슨 교과서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책입니다. 식물부터 공간 연출까지 세심한 레시피 북처럼 안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할머니로부터 식물이 가득한 집을 유산으로 받아, 그 식물들을 죽일 수 없어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영국인 디자이너 자매가 쓴 책입니다. <식물과 함께 사는 집>으로, 페이지 하나하나 사진 한 컷 한 컷이 모두 아름다워 심미적인 만족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입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 식물을 가득 키워, 에코 플랜테리어 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YES24 오늘의 책에도 선정된 책입니다. 거실, 욕실, 주방 등등 연출된 사진이 가득한, 한국형 플랜테리어 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권의 책 모두, 식물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식물로 아름답게 연출하는 방법, 플랜테리어에 정답은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놓아보며, 식물이 주는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마음의 소리를 듣기 좋은 일단 멈춤의 시간입니다. 식물은 먼지를 먹고, 습도를 조절하며, 항균 물질을 뿜어 건강한 공기를 만들어 줍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즈음, 식물이 주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영상이 편하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클릭하시면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ellnKG29-2GNZp0MoQ8r4Q?sub_confirma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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