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에너지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러온다
시장 골목길을 들어서면 중간 즈음 오른쪽에 시계방이 있었다. 진한 커피색 창틀 사이에 투명한 유리가 끼워져 있고, 붉은색 글씨로 ‘시곗줄 바꿈’, ‘시계 수리’, ‘손목시계’, ‘괘종시계’라고 쓰인 가게였다. 길을 지나다니며, 주인아저씨가 유리창을 마른걸레로 수시로 닦는 걸 보았다. 얼룩 하나 없는 유리는 실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가끔 손을 내밀어 유리창을 만져 보곤 했다.
시계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칠 만큼 가까웠다. 몇 걸음 안 되는 작은 공간을, 괘종시계와 뻐꾸기시계가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큰 시계추나, 작은 시계추나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끔 시간 대를 잘못 맞춰 정각에 머물 땐, 온갖 뻐꾸기와 괘종시계가 한 번에 울려 넋이 나가곤 했다. 이상한 나라에 온 기분.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문 밖에 서 있곤 했다.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모든 시계가 한 번에 울리는 걸까? 주인아저씨가 일일이 하나하나 다 맞춰 둔 걸까? 어떻게 그렇게 하지? 혹시 마법이 아닐까? 모두가 사라진 컴컴한 밤에, 아저씨가 시계들 사이에 서서, 지팡이를 하나 들고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상상했다. 두 손을 움직여, 태엽을 감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아날로그의 시대, 1980년대 중반 즈음이다.
그 궁금증은 얼마 전, ‘오유경의 인생 책방’에서 추천한 <소망을 이루어 주는 감사의 힘>을 읽다 해결되었다. 시계추는 가장 강력한 리듬의 시계추와 일치하게 된다고. 17세기 추시계 발명가였던 크리스천 호이겐스는 모든 시계추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발견하고, 시계추를 다르게 조절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모든 시계추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책에서는 이 현상을 ‘동조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기분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우울해지는, 그 기분도 동조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제, 향기 작가 한서형의 향기로 동조 현상을 경험했다.
작년 11월부터 아나운서 오유경 언니와 향기 작가 한서형과 <아티스트 웨이> 책을 펴고, 창조성을 찾아 떠나는 12주 간의 워크숍을 시작했다. 내겐 세 번째 워크숍이었다. 같은 것을 세 번이나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듯,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모임을 만들라 독려한다. 우린, 그 길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화상 워크숍을 진행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했다. 반년 남짓 동안, 나는 두 번째 책을 출간했고, 유경 언니는 25년 동안의 아나운서 생활을 마무리하고, <오유경의 인생 책방>을 시작했으며, 서형 씨는 전시도 하고, EBS 건축 탐구에도 나왔다.
어제 오랜만의 오프라인의 만남이 있었다. 한서형 작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몸을 씻고, 새벽의 허브 향기 가득한 존경과 행복의 집의 기운을 담아, 우리를 상상하며 향수를 제조해 선물했다. 레몬과 라임을 베이스로 프랑킨센스를 블렌딩 했다고 한다. 포장 주위로 오라가 뿜어 나와, 두 손 위에 공손하게 올려놓았다. 한서형 작가가 만든 향기는, 영혼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한서형 작가의 향잔 위에 향기를 두 방울 떨어뜨린다. 향기는 코를 넘어 온몸으로 퍼진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마음을 쓰다듬는다. 침대 곁 협탁, 얼굴 가까운 위치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향기 작가 한서형의 향기가 깨우는 창조성. 이제 막 시작한 소설의 다음 페이지를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