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과연 어떤 내가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기도 한다. 어제저녁을 가볍게 먹었더니, 확실히 몸이 가뿐하다. 덕분에 오늘은, 첫 발걸음 내디딜 때, 오른쪽 발목, 무릎, 허벅지, 고관절, 골반, 등의 움직임이 부드럽다.
비 내린, 안개가 자욱한 운중천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 신선한 공기와 피부에 닿는 청량한 느낌. 천을 따라 흐르는 물의 유속이 빨라져, 졸졸 콸콸 대는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온다.
달리며 내 몸을 느낀다. 발의 움직임은, 발꿈치가 먼저 착지하고, 발바닥, 힘이 들어가는 발가락 관절 순서로 작동한다. 발이 움직이려면 골반부터 고관절, 허벅다리까지 연결된 긴 근육이 꿈틀거리고, 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어깨부터 등근육까지 움직인다.
그뿐이 아니다. 숨을 쉴 때마다 기관지가 자기도 여기 있다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폐와 심장도 부풀었다 쪼그라드는 움직임이 느껴지며 내 몸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달리다 보면 저절로, 이 많은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달리기에서 어려운 것은 의외로 호흡이다. 팔다리 무릎은 더 달리고 싶어 하지만, 기관지가 포기해 달리기를 중단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고 보니, 작년 건강검진에서 폐기능 체크할 때 바람을 두 어 번 더 불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기관에 비해, 폐가 더 빨리 약해지는 것인가.
당연히 머리가 명령하는 대로, 몸이 움직일 거라 믿어왔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을 먹었는지, 다른 운동을 했는지,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숙면을 했는지에 따라, 그날그날 몸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을 움직이며, 나의 유일무이한 악기, 내 몸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 비법이 있을까. 그저, 이렇게 한 가지 한 가지 더하며 저글링 하듯 하나 더 끼워 넣고, 하나 더 끼워 넣고 하는 거겠지. 시간과 체력을 관리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밤새 내린 비에 왕벚나무 잎이 깨끗해졌다. 산책로의 조팝나무들이 밤새 내린 비로 키가 더 자랐다. 빗방울을 실컷 머금은 잎은 무거워, 옆으로 드러누웠다. 그 가지가 꼭,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 같아,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한다. 에너지가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