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 ‘별이’가 처음 왔을 때, 겨우 800그램 정도 남짓의, 1리터 우유팩 한 개보다 가벼운 생명체였다. 태어난 지 두 달 남짓 되었을까. 풍선이 바람 빠지는 소리 정도의 작은 데시벨로, 니아야옹 우는 별이는 두 손바닥으로 안으면 폭 들어올 만큼 작고, 귀여워, 보는 사람마다 별이와 사랑에 빠졌다.
태어난 지 2개월 남짓의 아기 고양이가 바로 대소변을 처리하는 걸 보면, 인간 유전자의 우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은 같은 일을 처리하는 데 3년 정도 걸리지 않나. 그것도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야 겨우 가능한 일인데.
별이는,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크고 작은 장난을 쳤다. 좋아하는 소파의 인조가죽을 발톱으로 긁어 모두 뜯어 놓았고, 식물 잎에 구멍을 내놓기도 했다. 화분 위에 올라가 몸을 똬리 틀거나, 흙을 파헤쳐 화분 주변이 흙투성이가 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반려동물을 전혀 키워보지 않는 나는,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비위생적이고, 기생충이 있고, 냄새가 나고, 나를 할퀴거나 깨물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실제로 애기 고양이 별이는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 머리카락을 발로 휙 치며 내 얼굴을 함께 할퀴기도 했다.
작년 추석 즈음 왔으니, 벌써 9개월 즈음되었다. 그 사이 나는, 베를린 장벽 같았던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경계 없이 허물어졌다. 그동안 우린, 서로 익숙해졌다. 별이는 니아 아옹하며 내 품을 파고들어 그르렁 대며 잔다. 이젠 내 머리카락을 쳐도, 얼굴을 할퀴진 않는다. 가끔 그리마도 잡고, 뿌리파리도 잡아 탁 찍어 먹는다.
얼마 전 미팅에서 강아지가 내 옆으로 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릴 때 잠시 키웠던 강아지 해피가 나에게 컹컹 짖으며 달려들 때부터 질색이었는데, 이번에 나는 강아지가 옆에 온지도 몰랐다. 빤히 쳐다보는 눈을 보곤, 별이에게 하듯 머리를 쓰다듬고, “너도 내가 좋구나?”라고 말했다.
거미가 블루베리 나무 가지 사이로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를 헤치며, 블루베리 성과를 따며 거미에게 고마워한다. 거미는, 내 블루베리에 침공하는 작은 적들을 막아주는 충실한 파수꾼이다. 탄성 있는 거미줄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익숙하다. 혹시 블루베리를 거두는 내 손길에 거미줄이 흐트러지더라도, 거미는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줄을 칠 거라는 걸 안다.
모르니까 무서운 거야. 이제 다섯 잎이 된 애기 라일락을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어, 잎이 말려 있네? 라일락 잎도 이렇게 나나. 돌돌 말린 잎을 펴 보니, 초록색 애벌레가 들어있다. 아니, 이 얄미운 녀석이! 하는 사이에, 녀석은 굵은 마사 사이로 몸을 숨긴다. 다음에 또 오기만 해 봐라.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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