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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타고 다닌 크루즈

웰니스 가이드, 초록생활

by 정재경 식물인문학자 라이프리디자이너

혹시 암스테르담에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겐 암스테르담 식물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1638년에 설립된 아주 오래된 식물원으로, 유럽의 여느 식물원이 그렇듯 약으로 쓸 식물 재배를 위해 시작되었는데, 17세기엔 동인도 주식회사 통해 전 세계에서 수집된 식물을 수집해 암스테르담 식물원에 모아 두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400년 전에 세계 곳곳에서 식물을 수집했을까요?


초기엔 씨앗을 수집해 발아시키는 형태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식물을 옮기면 뜨거운 바다에서 몇 개월씩 걸리는 항해를 견디긴 힘들었습니다. 물도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살아남는 강인한 식물들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천 개의 식물 중 한 개 비율이었습니다. 그러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그 비밀은 우연히 만들어진 어떤 상자에 있습니다.


워디언 케이스는 워드의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는 말 그대로 워드의 상자라는 뜻입니다. 이 상자를 만든 사람은 너새니얼 워드라는 영국인입니다. 그는 1791년 8월 13일 런던 화이트 채플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화이트 채플 지역은 런던 부두와 가까운 곳입니다. 워드의 아버지는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였고, 이름은 스티븐 스미스 워드입니다.


너새니얼 워드는 어릴 때부터 식물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워드는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기 위해 의학을 공부했고, 외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18세기는 병을 고치기 위해 약초를 재배하는 식물원이 많았습니다. 우리도 몸이 추울 땐 생강차를 마시거나, 소화가 되지 않을 땐 박하차를 마시곤 하는 것처럼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선 몸이 아프면 차를 마시는 등의 민간요법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런던에는 약초 정원 겸 식물원으로 첼시 피직 정원이 있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너새니얼 워드가 식물원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는 평생 약제사 협회에 있었고, 노년에는 협회장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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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디언 케이스의 탄생


너새니얼 워드가 태어난 1700년대,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약 1760년에서 1820년 사이는 런던의 산업혁명 시기입니다. 워드가 살던 지역 웰클로스 스퀘어는 영국 제조업의 중심이 되던 지역으로, 대기 중에 매연이 너무 심해서 식물이 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워드는 그럼 병 안에 식물을 넣어 키워볼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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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 10년간 식물 200개와 동거하며 얻은 생존 원리를 인간 삶에 적용, 식물인문학 기반 라이프 리디자인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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