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둘째와 재봉틀

소설 빨간 모자 | 1980년대 가족의 이야기

by 정재경 식물인문학자 라이프리디자이너

둘째


“언니, 엄마가 이거 사 왔다? 새 빗자루야. 마당도 잘 쓸려. 이거 갖고 놀자.”

“됐어! 너희랑 안 놀아. 배신자, 고자질쟁이. 나는 책 읽을 거야.”

“미안해, 언니,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앙.”

윤서가 책을 보고 있는 내 얼굴에 얼굴을 들이밀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한 손으로 윤서 얼굴을 밀쳐냈다.

“싫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윤아 언니, 안 되겠다. 그냥 우리 둘이 놀자.”

윤서가 윤아의 팔을 잡아끌고 방을 나갔다.

윤아와 윤서는 손에 인형을 하나씩 들고 있다. 방문 앞에 둘이 앉아 윤아가 말했다.

“그래서 이 아이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대요.”

“언니는 별이 좋아?”

“응, 나는 별이 좋아.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너무 예쁘잖아.”

“와, 신기하다. 나는 그건 슬퍼서 싫어. 나는 공주가 좋아. 그래서 이 아이는 공주가 되어서 왕자님을 기다렸대요.”

윤서가 말했다. 저 멀리 도란도란 말소리를 들으며 나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갑자기 윤아랑 윤지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언니! 언니! 언니! 골목에 어떤 애들이 우리한테 막 덤벼. 언니가 좀 혼 내줘.”

“진짜야? 누가 내 동생들을 혼내준대? 이씨. 누구야?”

“몰라, 언니, 나도 처음 보는 애들이야.”

윤아가 말했다.

이 골목의 골목대장은 나다. 책갈피 사이에 파란 책끈을 끼워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알았어.”

“너흰 여기 있어.”

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재경 식물인문학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8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 10년간 식물 200개와 동거하며 얻은 생존 원리를 인간 삶에 적용, 식물인문학 기반 라이프 리디자인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입니다.

4,91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