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태국은 코로나 청정국이었어요. 지역 내 감염은 0에 수렴했죠. 그게 가능한가 싶지만, 정부가 그렇다니까 믿었어요. 석연치 않은 건, 태국에서 미얀마나 일본으로 출국한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자가 된 거예요. 태국에선 멀쩡하다 비행기에서 감염됐나? 수상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낫겠지. 그것만 믿고 안심하며 살았어요. 태국 사람들의 코로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해요. 에스칼레이터, 지하철, 식당 의자에도 X자 표시를 해놔요. 띄엄띄엄 앉으라고, 아예 X 표시를 해놓은 거예요. 같이 살조차 닿으면 안 된다. 그렇게 유난을 떨어서, 코로나 청정국이 된 거예요.
그런데 사뭇사컨주에서 이틀 동안 무려 689명의 확진자가 나온 거예요. 방콕에서 차로 딱 한 시간 거리예요. 그전까지 총 확진자 수가 삼천 명대였어요. 해외 감염자를 빼면, 지역 감염은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하루에 689명이요? 방콕에서 한 시간 거리에서요? 지난주에 라차부리에 다녀왔거든요. 사뭇사컨 주 바로 옆동네예요. 미얀마 국경과는 더 가까운 곳이죠. 지금 코로나는 미얀마에서 넘어온 불법 체류자 때문인 걸로 추정하고 있어요. 합법적으로 넘어와서 일하는 사람도 많지만, 밀입국하는 사람도 많아요. 체류 기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돈을 벌고 싶은 거죠. 미얀마는 코로나 확진자가 십만 명을 넘기고 있어요. 우리나라와 미얀마 인구가 비슷한 걸 감안하면, 미얀마도 상황이 썩 좋은 건 아니죠(한국은 총확진자가 5만 명이 아직 안 되니까요). 미얀마 불법 체류자가 휘젓고 다니는데, 그동안 0의 행렬이 말도 안 되는 거긴 했어요. 태국 정부가 눈에 불을 켜고 확진자를 잡아내고 있기는 해요. 사뭇사컨 주 사람들은 외부로 나갈 수 없어요(나갈 경우 신고를 해야 하고,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준수해야 합니다). 불법 체류자들이 순순히 나 잡아가쇼 하겠냐고요? 진즉에 뿔뿔이 흩어졌겠죠. 즉 태국 코로나는 통제 불능 상태로 진입했어요.
식당 영업이 중단되고, 통금이 재개되겠죠. 오늘 방콕에서 확진자가 2명 발견된 이상 이미 코로나는 시작된 걸로 보여요. 이 2명과 동선이 겹치는 사람을 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그 만 명을 검사할 예정인 걸 보면, 태국 정부가 코로나에 관해선 발작에 가까운 대응을 하는 건 맞아요. 2명과 같은 공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을 추적하겠다는 거니까요. 2명에서 만 명으로 불어난 경우의 수에서 태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제가 비관적인 걸까요? 글을 쓰는 저 같은 사람이야 약간 불편하면 끝이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쩌나요? 외국 관광객들이 뚝 끊겨서, 이미 경제가 초토화된 상황인데요. 내수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또 코로나 광풍이 불면 서민들은 죽으라는 거죠. 태국 사람들이 겁이 많다는 거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모두가 철저히 마스크 쓰고, 대면 접촉을 자제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니까요. 2021년도 시련의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백신이 대량으로 생산되기만을 바라봅니다. 코로나가 방콕 한 시간 거리에서, 조용히 사그라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PS 혼란과 공포의 시간을 살고 있어요. 어디든 참 많이 힘듭니다. 이 시간을 함께 견디고, 이겨나가고 있음을 잊지 말자고요. 이 순간을 추억할 날은 반드시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