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전재산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했죠. 다시 스무 살이 될 수 있다면요. 몇천억 재산도 젊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요. 왜 저는 이 부분에 공감을 못 할까요? 생각이야 다 다를 수 있죠. 몇 천억을 이미 손에 쥔 양 대표가 부럽지 않은 걸 보면, 저 속물 아닌가 봐요. 아, YG 구내식당 밥이 그렇게 맛나다면서요? 그건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돈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신경 쓸 일도 많아질 테니까요. 수백 억, 수천 억 재산가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어요. 대화의 절반은 돈 이야기던데요? 지금 어떤 주식을 사면 열 배 남길 수 있다. 그림을 사라. 와인을 사라. 펀드를 사라.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가장 가난한 저만, 재미없어하더라고요. 투자할 돈이 없으니까요. 통장 잔고가 이백만 원 이하면 공황 장애는 안 오지 않을까요? 무언가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할 일은 없으니까요.
일단 스무 살로 돌아가면 군대를 가야 해요. 지금도 가끔 군대 끌려가는 꿈을 꿔요. 제가 꿈에서도 잘 안 속으니까, 꿈이 진화를 해요. 꿈속에서 입영 통지서가 날아와요. 이미 갔다 온 군대인데, 입영 통지서가 다 뭐죠? 병무청의 착오가 분명해요.
-한 번 더 가야지. 두 번 갔다 와야 진짜 제대인 거 몰랐어? 잘 다녀와.
꿈속 친구의 말에 설득당하고, 춘천 102 보충대로 가는 버스를 타요. 훈련소에서 한 열흘은 똥도 못 누고 구를 생각을 하니까 아득해요. 별별 미친놈들에게 들볶일 생각을 하니까 살고 싶지가 않아요. 한 번만 더 하자. 한 번만 더 죽었다고 생각하자. 에이, 확 죽어 버릴까? 그러다가 잠에서 깨요. 악몽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어요. 어쨌든 꿈이니까요. 꿈에서 깬 저는 군대에 안 끌려간다는 사실에 눈물이 다 날 것 같아요. 오십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그런 꿈을 꾼다니까요? 스무 살로 돌아가라고요? 내 전 재산까지 바쳐가면서요?
군대를 안 가도 된다면? 그래도 잠깐만 좋겠죠. 이렇게 뽀얗고, 젊을 수가. 그런 감격도 하루, 이틀이죠. 그래 봤자 내 몰골이에요. 결국 먹고 살 걱정해야죠. 왕성한 성욕도 불편해요. 쫓기는 멧돼지처럼 초조하고, 굶주린 괴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의 스무 살이 끔찍했다는 건 아니에요. 멋진 친구들을 만났고, 겁 없이 희망하고, 도전했어요. 성취감과 좌절도 골고루 맛봤고요. 다시 돌아간다면, 후회 안 하고 살 자신이 없어요. 그 증거는 지금도 매일 후회하기 때문이에요. 태국어 실력이 안 느는 이유죠. 최소 삼십 분만 공부하자. 매일 다짐하고, 매일 못 지켜요. 그런 놈이 스무 살이 된다고, 얼마나 극적으로 달라지겠어요?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겠어요?
지금의 나이도, 부모님 세대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나이죠. 더, 더 젊어지고 싶다. 몸이 말을 안 들으면, 청춘의 육체가 부럽기는 하죠. 스무 살의 불안과 근본 없는 욕망, 감정의 기복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젊을 때는 안정을 원하고, 늙어서는 젊음의 불안을 그리워해요. 가지지 못한 걸 탐내는 것뿐이에요. 가지고 나면 지루해할 거면서요. 스무 살로 돌아가기보다는, 내가 가진 하루를 똑똑하게 소비하고 싶어요. 생각을 과거에 묶어두면, 미래의 나에게 줄 것들이 줄어들어요. 그러니까 저는 스무 살로 안 돌아가겠습니다. 그런 생각조차 먹지 않으려고요. 타임머신이 생긴다고 해도요. 갔다가 다시 오는 거면, 한 번쯤 탑승해보고 싶지만요.
PS 시간을 쓰는 요령을 깨우치고 싶어요. 불안해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면서 내 시간을 음미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시간의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중부양 도사가 안 부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