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과외 금지령이 있겠네요.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과외는 불법이었어요. 저처럼 가난한 학생에겐 좋은 거죠. 과외 못 해서 대학 못 갔다. 그런 핑계는 댈 필요가 없었어요(알게 모르게 있는 집 애들은 다들 했지만요). 대학교에 들어갔더니, 과외 금지가 풀렸어요. 과외로 돈 열심히 벌었어요. 왜 과외비는 30만 원에서 오르지를 않는 건가? 이따위 푸념이나 하면서요. 집안이 어려운 친구들은 어쩌나? 그런 생각 눈곱만큼도 안 했어요. 내 배만 부르면 되니까요.
외국에 나가면 영어 잘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얄밉더라고요. 나는 입도 뻥끗 못 하는데, 하하하, 호호호. 영어가 벼슬이에요, 아주 그냥. 제가 조금씩 영어가 느니까요. 어느 순간 말이 빨라져요. 과시하고 싶은 거죠. 못 알아듣는 사람은 끼지도 마. 유세 떠는 거죠. 너희들도 억울하면 실력을 갖추렴. 모두가 다 영어를 잘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가진 자가 되면 달라져요.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누리고 싶어져요. 영어가 만만해질 때부터, 한국인 여행자와는 확실히 덜 어울렸어요. 여행까지 와서 한국인과 어울려야 해? 내 영어 기득권을 늘 확인하고, 누리기 바쁘니까요. 그렇게 얄밉던 한국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너희들이 그래서 그렇게 됐구나. 이제는 이해한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던데요?
인종 차별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인이어서, 동양인이어서 서러웠던 적이 분명 있었어요. 사람을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비문명적인 행위가 또 있을까요? 어라? 제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태국에서, 멕시코에서, 콜롬비아에서, 라오스에서 환영받아요. 누구를 더 무시하는 것도 인종 차별이지만,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더 좋아하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죠. 일본 친구랑 다닐 때, 일본만 찬양하는 서양인들이 꽤 있었어요. 진짜 기분 나빠요. 한국인으로 대접받으니까, 좀 공평해지자. 이런 생각 쏙 들어가던데요? 나한테 잘해 주는 사람한테까지 정색해야 하나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하면, 반의 반도 공감 못해요. 그럴 것이다. 짐작만 할 뿐이죠. 평균적인 사람의 국어 실력이나 독해 실력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요. 짧은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거나, 아프다는 사람한테 예쁘네요. 아름다워요. 이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나마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불가능한 사람이 최소 20%는 돼요. 싫어하는 연예인이 실수를 하면 그럴 줄 알았다. 욕부터 하기 바쁘죠.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고 치면, 그럴 리가 없다. 네가 뭘 안다고 까불어? 자신도 잘 모르면서 수호천사를 자처해요. 이미 삐뚤어진 채로, 해석해요. 그런 해석력으로 역지사지요?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 독해력과 상상력, 객관적인 사고가 결합해야 겨우 가능한 난이도 높은 사고예요. 누구나 지닐 수 있는 덕목이 아니에요. 떡이 생기나요? 돈이 생기나요? 자신에게 득이 없다면, 역지사지는 더욱더 멀어져요. 남성 우월주의 남자도 딸이 사위에게 맞고 오면 눈 돌아가죠. 그제야 딸, 아니 여자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죠. 페미니스트의 아들이, 또 다른 페미니스트에게 고소라도 당해 봐요. 그땐 페미니스트보다는 엄마가 되어 아들을 지키고 싶어질 거예요.
자신은 그나마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치우치지 않은 사람이기만 해도 이미 대단한 사람이에요. 한국인이어서, 남자여서(혹은 여자여서), 대학을 나와서, 부자여서, 운동을 잘해서, 인기가 많아서 얻는 것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저는 아직 멀었어요. 적당히 척이야 할 수 있죠. 양심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균형감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누려도 되나? 미안해하며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나라면? 이런 상상을 자주 해야 해요. 내가 여자라면? 내가 몸이 불편하다면? 요즘의 이십대라면? 부자라면? 기득권자라면?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그룹을 혐오하는 건 쉬워요. 혐오로 이룰 수 있는 건 없어요. 나라도 그랬겠다. 이해가 먼저예요. 일단은 껴안고, 토닥이고 시작해야죠. 그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다. 그 마음이 화해의 열쇠가 될 거예요.
PS 밥 잘 먹고, 왜 이 글을 쓰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졸음이 쏟아지는데, 이 글이 나오네요. 그러니까 이 글은 졸음이 썼다고 해두죠. 원래 비몽사몽 좋은 진심이 나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