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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1년 1월 첫 구독을 시작합니다

매일 여러분의 영감을 1%씩 늘려 드리고 싶습니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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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12월 구독을 이제야 알리게 됐어요.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하는 건 없어도, 마음은 싱숭생숭 들떴나 봐요.

저만 그러겠어요?

코로나에, 연말에 여러분 마음은 더 바쁘실 거예요.


저는 매일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아침마다 제 글을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어요.

글을 써서 팔다니?

봉이 김선달처럼 보이시나요?

제 글을 받아보는 분들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상품을 파는 사람이 자기 상품에 자신 없으면 팔지를 말아야죠.

가난한 한 작가의 고민과 몸부림, 영감을 가득 담아서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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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저의 글과 함께 쓰기를 시작하고

자신만의 책 한 권에 도전하고 계세요.

아침의 커피 향이 달라지고

생의 목표가 새로 생겼대요.


맨땅에 헤딩하듯 세상을 향해 나를 던지는 과정에서

큰 울림과 의미가 생성되고 있다 믿어요.


소중한 한 달 구독료는 12,000원입니다.

씨티은행 계좌 372-19560-260으로 입금하시고

댓글로 성함, 이메일을 남겨 주세요.

제 이메일로 보내 주셔도 되고요 modiano99@naver.com


2021년 저를 읽어 보시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써보시겠습니까?

새로운 한 해가 두근거리지 않으세요?


지난달에 보낸 글 중에 하나를 샘플로 싣습니다. 매일 쓰는 글은 이 글로 대체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분명히 어제 만든 주스가 냉장고에 있어야 하는데요. 해독주스를 만들어 마시거든요. 당근, 토마토, 브로콜리, 양배추를 삶아서 사과, 바나나랑 갈아 마셔요. 매일 하기는 귀찮고, 이틀 치를 만들어서 마셔요. 어제 한 게 안 보이는 거예요. 텀블러에 잘 담아뒀단 말이죠. 안 만들고 착각을 한 걸까? 그 생각까지 드니까,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 정도면 가벼운 건망증은 넘어선 거니까요. 만들지도 않은 주스를 찾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하아아. 문제의 주스는 찬장에서 나와요. 제가 빈 텀블러는 찬장에다 놔두거든요. 주스를 열심히 갈았어요. 그걸 텀블러에 예쁘게 담아요. 그리고 그걸 찬장에다가 넣어 둔 거예요. 더운 나라라, 하루 지났는데도 상했더라고요. 말이 되는 일이냐고요?


1주일 전엔 전자레인지를 돌리다가 땡 끝나는 소리가 나서 열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빈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있었더라고요. 넣었다고 생각했던 반찬 접시는 선반 위에 덩그러니 있고요. 기억하시죠? 방문 활짝 열어 놓고 에어컨까지 틀어 놨던 날이요. 모기가 물기는 했는데, 모기일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방이 좀 안 시원하다 싶었지만, 기분 탓이려니 했어요. 몸이 더워지는 건가? 평소 손발이 차기 때문에,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어요. 혈액순환이 잘 되니까, 손발이 따뜻해지나 보네. 밤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창문을 활짝 열어 놨다는 걸 알게 돼요. 정말 큰 일 아닌가요?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해요? 부모님보다 치매가 먼저 오는 경우도 있나요?


치매라고까지 생각은 안 해요. 종일 생각이 많아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하나에만 집중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겠다. 당연하고, 쉬웠던 것들이 힘겨워지는 때는 분명히 와요. 어머니, 아버지와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노화는 쓰나미 같은 거란 생각을 했어요. 2004년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28만 명이 죽었어요. 그렇게 무시무시한 해일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감탄하기 바빴대요. 흰 거품을 말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대자연의 분수쇼를 멍하게 바라만 본 거죠. 우아한 속도로 천천히, 만만한 파도가 다가오더래요. 가까워져요. 어? 이게 아닌데. 공포를 느낄 때는 이미 늦었죠. 느리고, 아름다운 파도는 결코 느리지도, 자비롭지도 않았어요. 무서운 속도로 집과 도로를 삼키고, 사람들을 삼켰죠. 그 아름다운 파도의 군무에 홀리지 않고, 높은 곳으로 도망갔던 사람들만 살아남았어요. 노화는 느리고, 타인에게만 일어나는 먼 일 같죠?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우리를 집어삼킬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가 겁이 많아지고, 떼를 쓰고, 무조건 못 한다, 도와 달라. 더 이기적이고, 아기처럼 변하는 게 바로 노화였던 거예요. 본인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공정하게 따지는 거라 생각하지만, 제삼자가 볼 때는 몰상식할 뿐이죠. 나를 낳아준 소중한 부모님이라, 더 마음 아픈 순간들이었어요. 그 순간이 저를 비켜갈 리 없어요. 누구에게라도 노화는 와요. 시간은 흐르고, 뇌는 쪼그라드는데도 늘 자신이 옳아요. 자신의 관점이 타당해요. 악에 받쳐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노인들이 답답하신가요? 우리도 그렇게 돼요. 멀리서 오는 파도를 보고 도망갈 수 있으려면,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거리가 멀수록, 속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물리적인 사고가 있어야 해요. 노화에 대비하려면, 옳다고 생각하는 나는 사실은 바보다.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즉 통찰력이 있는 자만이 노화에서 달아날 수 있어요. 모두가 끄덕일 때, 도리질을 하는 사람이 옳은 사람일 수 있어요. 내가 옳다는 확신에 빠져 살면 뇌는 점점 더 딱딱해져요. 나는 부족하다. 나는 모른다. 나의 감각은 부정확하다. 늘 새로운 의견과 젊은 생각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해요. 가장 소중한 노후 대비는, 깨어 있는 거예요. 젊게 펄떡이는 뇌만 있어도, 우리는 훨씬 당당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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