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에 대한 부러움과 반감
육식에 대한 반감이 크지는 않은데, 어느 정도는 있어요. 꼭 고기를 먹어야 할까? 안 먹고도 살 수 있으면, 안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요. 배가 금방 꺼지는 젊을 때야, 고기가 최고였죠. 왕성한 호르몬과 육식엔 연관 관계가 있는 걸까요? 무조건 제육볶음만 시켰던 대학생 때가 떠올라요. 고기가 아니면 외식이 아니었죠. 풀떼기야 언제나 먹는 거니까요.
채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건 채식 주의자들 때문이죠. 채식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생명에 대한 연민 때문에 채식을 택한 경우가 가장 많더군요.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내 개, 내 고양이만큼, 돼지, 소, 닭들도 소중한 생명이다. 자연스럽게 모든 생명과 연대하게 되는 거죠.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모든 동물을 사랑하지만, 내가 죽인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먹게 되더라고요. 좀 뻔뻔한가요? 내가 안 먹는다고, 이미 죽은 동물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혈색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사실 솔깃했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맑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프랑스 친구가 달걀도 안 먹는 비건이었는데, 체취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보통 서양 친구들은 데오도란트 없으면 못 살아요. 여행 중 데오도란트를 깜빡했다면, 일단 그것부터 사러 나가더군요. 서양 사람끼리는 체취에 둔감할 줄 알았어요. 늘 나는 냄새니까, 익숙하겠지 했죠.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이탈리아에서 온 남자가 체취가 심했어요. 그런데 같은 이탈리아에서 온 여자애가 교실에서 악취가 난다며 책으로 부채질을 하는 거예요. 환기하는 시늉을 하면서요. 재밌는 건 냄새의 당사자는 자기 얘긴 줄 모르더군요. 예전에 투어를 할 때 좁은 버스에서 체취가 강한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요. 그런데 비건 프랑스인은 데오도란트를 안 쓰고도 체취가 없어서 놀랐어요. 인종에 따라 체취가 난다고는 하지만, 식습관도 정말 중요하구나. 늙어갈수록 몸에서 나는 체취가 강해질 텐데, 일부러라도 채식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도를 다녀오고 나서 채식에 대한 호감이 옅어졌어요. 세계에서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나라죠. 힌두교인이라서 소고기를 아예 안 먹고, 돼지고기도 남부 일부만 먹죠. 육식이라고 해도 닭고기 정도고, 양고기는 귀한 음식에 속해요. 특정 지역은 아예 고기를 구경도 할 수 없어요. 대표적인 곳이 푸쉬카르죠. 처음엔 재미도 있고, 이참에 채식주의자가 되어 볼까? 도전하는 자세로 한 끼, 한 끼 먹었죠. 이틀 정도 지나니까 극도의 무력감과 답답함이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마을 전체가 그렇게 풀떼기만 먹으면 얼마나 건강할까? 전혀 못 느끼겠더라고요. 푸석푸석하고, 우울한 인상이 많았어요. 인도의 채식 주의자들을 보면서, 건강=채식이 맞나? 갸우뚱하게 되더라고요.
채식주의자들 중에는 예민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냄새에 거부반응이 정말 심해요. 육고기 비린내에 몸서리를 쳐요. 식탐도 많아요. 의외죠? 물론 제가 만난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강박증이 느껴졌어요. 입에 맞는다 싶으면, 멈추질 않더군요. 채식 메뉴가 단조로우니, 입에 맞는 걸 찾기가 쉽지는 않겠죠. 단 맛에 대한 집착도 강했어요. 꿀이나 과자 같은 거에 목을 매더라고요.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튀긴 음식, 단 음식, 술에는 관대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제가 채식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동물권보다는 솔직히 건강 때문이거든요. 채식주의자는 건강하다. 그런 확신은 많이 옅어졌어요. 어떤 채식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확실한 건 고기를 먹으면 부대껴요. 쉬운 음식이 아니게 됐어요. 그건 밀가루도 마찬가지고요. 저 같은 경우엔 채식을 하더라도, 밀가루, 튀긴 음식, 흰 설탕도 멀리해야겠죠. 하아. 마음은 그런데요. 과연 행복할까 싶어서요. 가끔이라도 먹고 싶은 거 먹는 삶이 여전히 더 행복해요. 딱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고기의 비중은 줄고 있어요. 이렇게 천천히 채식주의가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즐기는 마음으로 채식을 하고 싶어요. 저번에 스타벅스에서 채식 버거를 먹어 봤는데, 이상하게 징그럽더라고요. 너무 고기 흉내를 내서, 고기 비린내까지 나더라고요. 제가 채식주의자 된다면, 굳이 고기 맛 나는 채소를 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내 존재가 세상에 무해했으면 해요. 약간은 유익하면 바랄 것도 없고요. 하지만 지나치게 유익한 사람도 되고 싶지 않아요. 적당한 진동 속에서, 적당한 호흡으로 내 세계를 지키고 싶어요. 그냥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