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를 만든 이수만(이수만 선생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공적인 글이니까)의 나이를 알고 계시나요? 52년생, 한국 나이로 예순아홉. 한 달 하고 열흘만 더 있으면 일흔이 돼요. 나훈아보다 다섯 살 어리더군요. 이번에 에스파(AESPA)라는 4인조 걸그룹을 냈어요. 실제 가수와 아바타를 매칭 시키는 거니까, 8인조라고 해도 되겠네요. 에니메이션 그룹 K/da가 이미 있으니 표절이다. 누군가는 비난을 해요. 표절이다, 아니다는 제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시도를 표절이 걱정돼서 다른 기획사에서 포기했다고는 생각 안 해요. 게임 회사 CF를 찍는 것도 아닌데, 아바타까지 내세울 필요가 없으니까요. 연습생 트레이닝만으로도 벅찬데, 애니메이션 캐릭터 관리까지 엄두가 나지 않을 테고요. 에스파는 시작 전부터 비난 일색이에요. 이런 유치한 아이디어 창피하다. 하던 거나 제대로 해라. 나중에 아바타가 포르노 영상으로 활용되면 대책은 있냐?
댓글들을 보니 저도 생각 못한 부작용들이 걱정은 되더군요.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시도조차 하면 안 된다. 그것 역시 시대에 역행하는 거죠.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발전해 나가야죠. 중요한 건 지금의 초등학생, 중학생들과 SM엔터테인먼트의 시도가 맞아떨어지느냐죠. 그 아이들이 지갑을 열 테니까요.
저는 예전부터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노래들을 욕하면서 들었어요. 손발이 좀 오그라들어야죠. H.O.T가 '전사의 후예'를 들고 나왔을 때도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노래를, 서태지의 '컴백홈' 스타일로 내놨더라고요. 학교 폭력을 껑충껑충 뛰면서 기계음에 떡칠을 해서 부르더군요. 자기네만 공익적이면, 일진이 참된 반성을 하며 눈물이라도 흘린다는 건가요? 저만 손발이 오그라들었나 봐요. 청소년들은 열광을 했으니까요. 동방신기 데뷔곡 'HUG'도 저에겐 큰 충격이었어요.
하루만 니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
Oh Baby
더 따스히 포근히
내 품에 감싸 안고 재우고 싶어
아주 작은 뒤척임도
너의 조그만 속삭임에
난 꿈속의 괴물도 이겨내 버릴 텐데
와, 이런 가사를 맨 정신으로도 쓸 수 있나? 이런 가사를 훌륭해. 적절해. 자기네들끼리 좋다고 녹음하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그룹 이름이 동방신기? 홍콩 영화 '동방불패'를 이수만이 무진장 감명 깊게 봤나 봐. 멤버 이름은 또 왜 이래? 영웅재중, 최강창민, 믹키유천. 아주 난리가 났구나. 멤버들 가창력까지 뛰어나서 더 안쓰럽더라고요. 이 친구들은 평생 저 이름으로 불리겠구나. 손주가 '최강창민' 할아버지, 이러면서 달려들면 죽고 싶겠다.
동방신기는 국민 그룹이 되죠. 일본에서는 더 대박이 나죠. 한자로 이름을 지은 건, 한자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선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왔죠.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 부분을 아카펠라풍으로 부를 때도, 온몸에 닭살이 돋더라고요. SM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은 손발 퇴갤 감각이 아예 없나? 설탕을 실수로 쏟은 케이크를 먹는 기분이었어요. 엑소는 각 멤버들에게 초능력까지 부여하더군요. SM은 정말 어디까지 갈 셈이야? 또 한 번 진저리를 치려다가 정신을 차려요. 내가 쭉 틀렸으니까요. 보란 듯이 다 성공시켰으니까요. 나 같은 사람을 만족시킬 이유가 없어요. 그저 가끔 들으면서 좋네, 나쁘네 하는 돈 안 되는 사람이 왜 중요하겠어요? 음반을 사고, 콘서트를 보는 연령대의 눈높이만 읽으면 되는 거예요.
저는 이젠 SM에서 무슨 시도를 하든 존경부터 해요. 곧 그들이 맞을 테니까요. 물론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과거의 성공을 그대로 답습했다가,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죠. SM은 가장 오래된 기획사지만, 모험적인 시도에도 주저함이 없어요. F(x)나 소녀시대 'I got a boy'를 보세요. 레드벨벳의 '짐살라빔'은 또 어떻고요? 그래서 SM 노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인정받죠. 시대를 앞서도, 너무 앞서간 곡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당장 들으면 귀가 불편할 때도 많아요. 이 해괴한 음악을 들으라고 내놓은 거요? 당시의 대중 귀만 맞추려던 기획사들은 다들 사라졌어요. 즉, 그때의 눈치만 봤던 기획사들은, 대중의 '싫증'을 읽지 못한 거죠. 정확히 구매자의 눈높이에 맞출 것.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가 돈이 되지 않음을 명심할 것. 이런 원칙이 지금의 SM을 만들었어요. 이제는 아바타로 지금까지 없었던 아이돌을 만들려고 해요. 일흔이 내일 모레인 이수만이 전두지휘하고 있죠. 일흔의 남자가 초등학생의 눈높이를 예리하게 읽고 있어요. 제가 이수만을, 아니 이수만 선생님을 존경 안 할 수가 있겠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을 읽는 작은 창이 되고 싶어요. 너무 비대하지 않는 눈높이로, 너무 거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