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셜 딜레마' 꼭 보세요
오토바이 소매치기가 한 여자의 핸드폰을 채가요. 안 뺏기려고 여자는 오토바이에 질질 끌려가요. 필사적으로 매달려요. 태국 뉴스에서 봤던 장면이에요. 그깟 핸드폰이 뭐라고. 목숨을 거는군요. 어쩌면 저리 어리석을까요? 진짜 어리석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매달렸을 거예요. 핸드폰 뺏기면 쇼핑은요? 계좌 이체는요? 외국에서 공인인증서 발급받아본 적 있으세요? 은행 어플 다운 받아본 적 있으세요? 그 쉬운 본인 인증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시죠? 본인 명의 핸드폰 번호로 인증을 하라는데, 그게 있어야 말이죠. 신한은행 어플을 다시 다운 받았더니, 아예 안 되더군요. 어렵게 전화로 물었더니, 해외면 답이 없대요. 은행 어플 다시 쓰고 싶으면, 한국 오래요. 핸드폰이 없어지면, 카드빚 연체자가 돼요. 빼앗길 때 빼앗기더라도 매달려는 봐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인터넷의 노예다. 동의하시나요? 아니라고요? 진짜요? 핸드폰을 안 뺏기려는 이유가 기계 때문인가요? 당장 친구들과 연락해야 하고, 내 정보도 지켜야 해요. 핸드폰은 제2의 자아예요. 그래도 노예가 아니라고요? 요즘 댓글 보면 화난 사람들뿐이죠? 코로나 때문이라고요? 코로나 때문만일까요? 넷플릭스 '소셜 딜레마' 를 꼭, 꼭 보셔야 해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개발자, 전 대표들이 우리가 얼마나 놀아나고 있는지를 꾸짖고 있어요. 자신들이 개발했지만, 자신들조차 중독에서 못 빠져나오는 '새로운 마약' SNS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엔 돈이죠. 광고를 팔려면 사람들을 계속 붙잡아 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알고리즘을 활용해야 해요. 이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클릭하는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 어떤 시간대에 클릭을 하는가?를 정밀하게 분석해요. 당연히 인공지능을 활용해서요. 진짜 뉴스보다 가짜 뉴스가 여섯 배 빨리 전파된대요. 가짜 뉴스가 더 자극적이니까요. 자기 입맛에 맞으니까요. 우리가 아무 뉴스만 클릭을 할까요? 아니죠. 보고 싶은 뉴스만 클릭해요. 본인은 진실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정해놓고 뉴스를 선택해요. 가짜 뉴스인지가 뭐가 중요해요? 내 믿음을 그들이 응원해 주는데요. 그러면 진짜 뉴스인 거예요. 자신의 구미에 맞는 뉴스만 클릭하면, 인공지능은 귀신처럼 그들의 성향에 맞는 뉴스와 콘텐츠들을 줄줄이 배치해요. 자신의 정치 논리와 꼭 맞는 세상이 구축돼요. 반대편 이야기는 사라지고, 자신과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분노해요. 반대편 사람들이 너무나 멍청하고 답답해져요. 그들이 제거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요. 걱정돼 죽겠어요. 이제 이해가 되시죠? 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공격적인지요? 사실 진영과 상관없어요. 어디나 완벽할 수 없는데도, '불완전함'이 공격받으면 적으로 간주하죠. 뜻이 맞는 사람들만 모이면 정의가 완성된다고 착각해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똑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으르렁대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내전을 걱정할 만큼 심각하더라고요.
슈퍼 컴퓨터와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마리오네트 인형 놀이를 하고 있어요. 실에 매달린 나약한 개인은, 함부로 자부심을 느끼며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죠. 기껏해야 좋아요 몇 개에 자부심을 느끼면서요. 광고를 팔아 돈을 버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이 상황이 너무 좋아요. 극단적인 콘텐츠를 소비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 테니까요. 싸움을 좋아할수록, 자극적 콘텐츠의 우량고객이 되는 거니까요.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두세 배 폭증해도 상관없어요. 자신의 외모와 자존감이 지금처럼 불만일 때가 또 있었나요? 원래 돈 버는 거는 좀 악마스러워야 해요. 그래도 없으면 못살겠다고 알아서 노예 선언을 하는데요, 뭐.
고민조차 하지 마세요. 우리는 노예 맞아요. 우리의 생각은 수많은 정보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더 치우쳐지고 있어요. 어제와 오늘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도, 우리는 더 화가 나요. 왜냐면 화가 나는 콘텐츠를 클릭하니까요.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고, 댓글로 저주해요. 전쟁통 세상에서, 어떻게 상대방을 죽일까? 진지하게 고민해요. 우리는 정의를 위해 사생결단을 하는데, 콧노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부르고 있어요. 그래, 이 멍청이들아! 열심히 싸워라. 우리는 돈을 챙길 테니까. 개발자들이, 이전 대표들이 스스로 잘못을 커밍아웃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우린 계속 놀아나야 할까요? 적으로 둘러싸인 세상은 누가 만들었나요? 이제 인터넷 감옥에서 나와야 할 때가 아닐까요?
PS 하루 SNS 사용 시간을 정해 놓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만 SNS를 하세요. 자신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에 가끔은 시비를 걸고 싶어요. 놀아나고 있다는 것만 각성해도, 우리의 시간과 사고를 다르게 쓸 수 있어요. 깨어 있는 사람만이, 온전히 세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