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에 아들이 올린 사연을 봤어요. 어머니가 평소에 몸이 잘 부어서 짠 음식을 자제했대요. 아들이 모처럼 큰 마음먹고, 라면을 끓였대요. 혹시 짤까 봐 포트에 물을 따로 더 끓이면서요. 그런데 어머니가 포트 물을 그냥 라면 냄비에 다 붓더랍니다. 아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졸이면 먹을만하겠지. 기다렸대요. 그랬더니 가스불 아깝다고 어머니가 당근이랑 애호박을 넣더래요. 아들이 넣으려고 했던 콩나물과 파를 치워 버리고요. 화가 난 아들이 새로 라면을 끓였대요. 엄마가 처음 라면을 싱크대에 버리더니, 새로 끓이는 라면에 찬 생수를 또 들이붓더랍니다. 그걸 본 아버지가, 라면을 먹고 싶을 땐 라면 맛 때문인 건데 좀 너무 한다고 한 소리 했대요. 어머니는 울면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요.
댓글 분위기는 어머니 상담 좀 받게 해 드려라. 몰래 먹어라. 독립해라. 독립은 무슨 독립이냐. 부모님 돌아가시면 후회한다. 이런 내용들이었어요. 나중에는 독립을 해라, 안된다로 치열하게 다투더군요. 저는 독립을 해서는 안 되는 걸로 못 박는 사람들이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그런 일로 가족이 갈라서서야 되겠는가? 부부라면(이런 일이 빈번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노력해야죠. 세상 완벽한 사람 없으니까요. 부모와 자식은 결국엔 갈라서는 게 가장 아름답지 않나요? 그걸 왜 '해서는 안 되는' 금기로 여길까요? 그만큼 가족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거겠죠. 하지만 같이 산다고 해서, 가족의 의미가 더 아름다워지는 걸까요? 전통적인 대가족이 최고의 선일까요? 가족 중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땐 다른 얘기죠. 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줘야죠. 가족의 가치가 종교가 되면 저는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가족도 인간이에요. 회사나 학교, 그 어디든 별의별 인간이 꼭 있어요. 어디서 왔겠어요? 평범한 가족에서 배출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불완전한 곳을 그냥 '가족'으로 퉁치면,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황폐해지겠어요? 평범한 가족은 가족이 종교가 돼도 되겠네. 당연하죠. 자발적으로 고마운 가족과 연대하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아셔야 해요. 폭력과 무책임, 이기심에 평생을 시달려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입도 뻥끗 못하는 사람도 생각하셔야 해요. 가족을 불평하면, 비난하면 큰 죄인 건가?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의의 피해자들을 생각하셔야 해요. 본인의 도덕적인 만족감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돼요. 그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예요. 보기 좋아야, 인내해야, 내가 바라는 세상이 되어야 참세상. 이런 논리도 사실은 폭력이죠.
독립할 수 있으면 독립하세요. 누구든지요. 거리가 생기면, 불편함도, 미움도 잦아들어요. 오히려 건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어요. 참는다고 효도 아니고요. 같이 산다고 효도 아니에요. 나를 존중하는 것 역시, 자신의 책임임을 잊어서는 안 돼요. 가족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어도 되고, 아니어도 돼요. 자신이 판단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콩가루라는 거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세요.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알 수 없어요. 타인의 고통은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의 삶만 대입해서 하는 잔소리일 뿐이에요. 가족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 건강한 자립심이 생기는 거예요. 가장 아름다운 관계는 각자의 완벽한 독립에서 시작되는 거 아시죠? 연애가 그렇듯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공감을 먹고 삽니다. 작은 공감이 큰 힘이 됩니다. 저도, 여러분도 이렇게나 작고, 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