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 사람도 결국 다들 비슷하더라고요. 좋은 사람 좋고, 나쁜 사람 나빠요. 그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아, 역시 나는 한국 사람인가 봐(혹은 동아시아 사람). 그런 거리감을 느낄 때는 있죠. 아주 사소한 순간에, 저는 그런 걸 느껴요. 예를 들면
1. 빵 한 조각을 먹는데도 나이프와 포크를 찾을 때
피자나 빵을 손으로 집어 먹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쳐다보더라고요. 브라질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가난하고, 못 배운 집 아이들이나 그렇게 먹는다는 거예요. 빵 한 조각을 접시에 올려놓고, 굳이 부엌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찾아와서 얌전하게 썰어서 입에 넣더라고요. 저는 왼손으로 포크 쓰는 것도 여전히 불편해요. 입에 넣을 때, 자주 오른손으로 바꾸게 되더라고요. 아, 그리고 샌드위치나 햄버거 먹을 때요. 서양 친구들은 채소를 안 흘리고, 잘도 먹더라고요. 저는 씹을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거든요. 소스도 질질질 흘리고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스킬이란 게 저런 건가 싶더라고요.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파먹더라고요. 요즘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도, 능숙하게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겠죠? 저는 그게 좀 어렵더라고요.
2. 아니 형광등 조명이 왜? 서양 친구들이 질색
아주 어려서는 백열등 전구였어요. 백열전구 시대를 잠깐 거치고, 형광등, LED등으로 바뀌었죠. 외국에 나가면 방이 너무 어둡더라고요. 왜 외국 사람들은 어둡게 살까? 부분 조명을 선호하더라고요. 한국 사람들 기준으로는 답답하죠. 한국에 사는 외국 친구들도 하나 같이 형광등 조명을 거북해했어요. 너무 환하대요. 신기하죠? 저도 이제는 약간 반형광등, 반전체조명 파가 됐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어디나 전체 조명이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굳이 고르자면 부분 조명파로 옮겨지고 있는 중이에요. 좀 더 아늑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취향도 빈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해요.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고, 취향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형광등 조명에 기겁하는 친구들을 보면 낯설어요. 기겁할 정도인가 싶은 거죠.
3. 신발을 벗는 게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라이언 레이놀즈가 한국에 왔을 때 에릭남과 인터뷰를 했었죠. 안마 의자를 미리 준비했더라고요. 협찬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신발을 벗고 앉아 보라고 했더니, 라이언 레이놀즈가 당황하더라고요. 분위기가 싸해지는 걸 눈치챈 에릭남이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신발을 신고, 안마 의자에 앉아요. 아니, 신발 좀 벗는 게 뭐라고? 신발을 안 벗어 버릇한 서양 사람들에겐, 발이 노출되는 게 불편한가 봐요. 호텔 침대 위에 쓸데도 없는 직사각형 헝겊 쪼가리 기억하시죠? 용도 아시나요? 신발 신고 침대 위에 올라갈 때, 발 올려놓으라고 있는 헝겊이래요. 신발을 어떻게든 안 벗어야겠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희한한 문명의 산물이죠. 자신들의 체취가 강해서, 더 조심하는 걸까요? 샤워하고 어디서나(남들 다 보는 도미토리에서도) 옷은 훌렁훌렁 잘 벗으면서, 신발은 어떻게든 안 벗으려는 게 참 신기해요.
4. 미국인들의 어마어마한 커피 사랑, 우리는 아직 멀었어
커피 사랑? 커피 안 좋아하는 나라도 있나? 맞아요. 커피 안 좋아하는 나라 없죠. 제가 놀란 건 그 양이예요. 요즘 우리나라도 1리터 커피가 출시되기는 하지만, 미국은 스타벅스에 거의 1리터(916ml) 트렌타 사이즈가 있어요. 위장의 평균 크기가 900ml래요. 위장 크기를 넘어서는 양인 거죠. 그 거대한 커피를 손에 들고 출근하더라고요. 그런데 섀이크섁 버거는 또 생각보다 아담하더군요. 감자튀김에 콜라까지 먹으면 칼로리야 엄청나겠지만, 처음 보자마자 너무 평범한 크기에 실망했어요. 아침마다 던킨 도너츠와 스타벅스는 커피 줄이 엄청나요. 유럽 사람들이 코딱지 만한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죠.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긴 한데 유럽 사람들은 커피 차갑게 잘 안 마셔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결국 못 찾았다니까요. 엄청난 관광지여서, 길바닥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팔아도 떼돈 벌겠다 싶더라고요. 한국인에게만 팔아도 하루 백 잔은 우습게 팔겠던데요.
5. 밥을 두 시간 이상 먹을 일이야? 스페인, 이탈리아
밥을 오래 먹기도 하는데, 늦게 먹기도 해요.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주말이 되면 밤 아홉 시, 열 시에 밥을 먹어요. 그렇게 늦게 먹으면서, 두 시간 이상을 먹어요. 밥은 거들 뿐이고, 사실은 떠들고 싶어서 식당에 가는 사람들 같아요. 밥을 열 한 시, 열 두 시까지 먹고는 클럽을 가요. 클럽은 새벽 세 시나 돼야 북적거리죠. 주말 밤은 아예 안 자겠다는 거죠. 코스 요리로 먹을 경우 양이 엄청 많아요. 특히 이탈리아요.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 전에, 탄수화물(파스타나 리소토)을 먼저 먹어요. 우리로 치면 중국집 코스 요리랑 비슷하겠네요. 우리는 짬뽕이나 짜장면을 나중에 먹죠. 이탈리아는 그걸 미리 먹어 줘요. 저걸 다 어찌 먹나 싶은데, 워낙 천천히 먹으니까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아요. 전에 뭘 먹었는지가 까마득해지거든요. 밤 열 시까지 기다렸다가, 저녁밥을 먹는 건 한국 사람에겐 고문이죠. 그전에 배 안 고프라고, 이것저것 주워 먹기는 해요. 열 두시에 점심 먹고, 열 시까지 기다리는 거 아니냐고요? 무슨 말씀.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 다섯 번은 먹어요. 진정한 식탐 국가들입니다.
6. 우산 쓰는 게 뭐가 어때서?
서양 친구들은 우산을 잘 안 써요. 왜 안 쓰냐니까 자기는 게이 아니래요. 즉, 진짜 남자라면 비 정도는 그냥 맞아줘야 한다는 거죠. 비에 대해서 상당히 둔감하더군요. 부슬비는 당연히 그냥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비가 오면 기겁을 하는 것도 갸우뚱해지기는 하더라고요. 감기 걸리니까, 젖지 말아야지. 그렇게들 믿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데 한 여름에 부슬비 좀 맞는다고 감기에 걸릴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마음. 그런 차이가 분명 있기는 해요. 그러고 보니 대낮에 꽁꽁 싸매고 다니는 사람은 동양인(그중에서도 한국인이 최고), 훌렁훌렁 벗고 대자연의 축복이라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은 백이면 백, 서양인이네요. 태워야 부티도 나고, 더 건강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백인, 태우면 주글주글 노화만 촉진한다고 생각하는 동양인. 피부 상식만 놓고 봤을 땐, 동양인의 시각이 맞겠지만, 서양인의 태양광 사랑은 정말 어마어마하기는 하네요.
7. 스파게티를 면 맛으로 먹는다고? 흥건한 것도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스타와 외국에서 먹는 파스타의 결정적인 차이는 소스 양이죠. 우리는 흥건하게 소스 맛으로 먹어요. 이탈리아 셰프들은 혀를 차죠. 한국의 흥건한 파스타는 가짜 파스타라고요. 재료 맛을 살리는 게 진짜 요리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아요. 봉골레 파스타는, 신선한 조개 맛으로 먹는 거니까요. 면도 과연 맛을 살려야 하는 재료로 쳐야 하는가? 수제비 맛을 살리기 위해 쪄서 간장에 찍어 먹는 거 괜찮나요? 떡볶이 맛을 살리기 위해, 떡만 따로 익혀서 떡볶이 소스 살짝 끼얹는 건 어떤가요? 동양의 면요리는 면맛 자체를 살리는 요리가 없죠(제가 못 먹어본 걸 수도 있지만요). 그에 반해 서양의 면요리는, 면맛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밀가루의 오묘한 맛을 즐길 능력이 있는 거죠. 국물에 흥건한 면요리도 서양에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동아시아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질척대고 흥건한 음식은 동아시아에서 압도적으로 사랑받는 걸 보면, 건조하고, 꾸덕하게 먹는 서양 음식 문화와 차이가 확연하기는 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이기를 바랍니다. 큰 행복 말고, 꼭 작은 행복이었으면 해요. 작은 울림, 작은 여운, 작은 반가움. 그런 소소함이 좋더라고요. 이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