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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Feb 19. 2021

요즘 뜨는 유튜브 콘텐츠로 세상 읽기

이렇게라도 세상 돌아가는 걸 공부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x3GxpitvbY

속삭이는 ASMR, 왜 듣는 걸까?


ASMR 영상 자주 들으시나요? 저는 몇 번 듣다가 포기했어요. 먹는 소리, 빗소리, 카페 소음 등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는 건데요. 직역을 하면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에요. 한국 말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시겠죠? 일과가 끝나면 이런 콘텐츠를 들으면서 잠을 청한대요. 막연한 불안함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이런 영상이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건, 불안감에 잠 못 드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겠죠? 같은 소리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대요. 저는 아무 감흥이 없는 걸 보니, 불안을 덜 느끼는 쪽인가 봐요. 집중하려고 빗소리나 카페 소음은 가끔 이용하기도 해요.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 누구보다 불안해하고 있어요. 불안에 대한 면역성도 취약한 편이고요. 그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면 줄여줄 수 있을까요? 같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pDZ7c8grnaw&t=3081s


아재들이 산에 갔는데 왜 너희들이 열광하니? 


한사랑 산악회라고 아시나요? 유튜브의 BTS라고 할 수 있는 '피식 대학' 채널에는 여러 콘텐츠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한사랑 산악회 인기가 최고예요. 개그맨들이 50대 중년 남자들을 흉내 내면서 산에 올라가요. 요즘엔 산에도 안 올라가고, 등산복만 입고 한 회 콘텐츠를 채우더라고요. 아저씨들 특유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내면서요. 정작 내용 자체는 별 거 없어요. 아재들의 말투가 전부예요. 그 영상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친구들이고요. 나도 이런 사람 봤어. 우리 아빠가 저래. 공감하면서 댓글로 키득거리는 거죠. 각각의 캐릭터는 그래서 철저하게 사실성에 초점을 맞춰요. 고등학교 물리 선생 캐릭터를 맡은 정재형 같은 경우엔 목소리가 잘 안 들려요. 지루하고, 얌전한 중년 선생님을 실감나게 표현하려고, 재미까지 포기한 것처럼 보이죠. 그래서 인기가 없냐고요? 지루한 물리 선생님의 물리 수업(상황극이라고 볼 수 있죠)이 조회수 90만 명을 돌파했어요. 진짜 수업에선 자기 바쁜 아이들이, 똑같이 지루한 수업이 상황극이라는 이유로 열광해요. 재밌죠? 일상의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들도, 막강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죠. 왜 저런 말투와 행동을 할까? 얼마나 신기하면 재밌어할까요? 그만큼 세대의 간극이 넓다는 걸 보여주는 예이기도 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PkbVKZroeto


https://www.youtube.com/watch?v=xtuy9Imuspc

거북함과 역겨움의 사이, 재수 없어서 사랑스러운 남자 최준 


처음엔 온통 욕 댓글이었어요. 캐릭터는 느끼한 유학파 카페 사장이에요. 여자들이 싫어할 만한 느끼한 말을 남발해요. 귀여운 우리 꼬마 아가씨, 나한테 너무 빠지지 말아요, 사랑에 비겁하지 않아요, 까꿍 키스할 뻔했습니다.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여자들이 질색할 개드립을 남발해요. 나는 이 재수 없는 영상에 왜 빠져 드는가? 너무 수치스러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이런 댓글들이 수백 명의 공감을 받으면서, 최상위 댓글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죠. 이성적으로는 침 뱉고 돌아서야 맞는데, 감성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는 치명 세계관 최강자가 최준이라는 사나이예요. 이 남자는 내 발 냄새 같은 존재예요. 불쾌하지만, 맡고 싶은 내 발냄새요. 말을 센스 없이 했다면, 성공할 수 없는 캐릭터죠. 편집 없이 원 테이크로, 부끄러워 마땅한 개소리를 남발하는 것만으로도 최준(개그맨 김해준의 부 캐릭터예요)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자신이 캐릭터에 빙의해서 한 시간 이상, 신들린 듯 떠들 수 있어야 유튜브 생태계 최강 포식자가 되는 거예요. 2021년 슈퍼 스타를 이미 예약해 놨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해 두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G0BvbPFJvdo

문명 특급 재재, 쇼터뷰 제시, 일주어터 김주연 - 예쁜 여자 말고, 속이 뻥 뚫리는 당당한 여자들의 시대 


문명특급이나 쇼터뷰는 연예인들 인터뷰를 해요. 연예인 인터뷰 자체는 식상한 콘텐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폭발하는 이유는 진행자 때문이죠. 문명특급의 재재는 빨간 머리에 텐션이 상당히 높아요. 전성기 시절 노홍철도 얼핏 겹쳐요. 내숭 없고, 끼가 저 세상 레벨이에요. 요즘 여성들이 꿈꾸는 워너비인 거죠. 제시도 비슷해요. 마이크가 켜져 있지만 X팔, 존X가 마구 튀어 나와요. 욕 잘 하는 게 미덕은 아니지만, 가식 없는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주죠. 요즘 일주어터에서 맹활약하는 김주연 역시, 솔직함으로 중무장했어요. 일주일간 다이어트를 하거나, 삼겹살만 먹거나요. 예쁘게 보이는 건 진즉에 포기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진솔하게 다가와요. 나도 저런 언니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언니 로망을 심어주는 거죠. 예쁘다는 것만으로는 상대적으로 콘텐츠 힘이 달려요. 끼가 키워드예요. 세상 눈치 안 보고, 깨발랄 한 여자들의 전성시대죠. 반대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회에서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는 반증일 수도 있죠. 내 대신 당신이라도 좀 함부로 까불어줘인 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M38W2SNrRNE&t=606s

남자 화장품 유튜버가 근육질 남자보다 대세 


근육질 남자는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아요. 메이크업을 가르쳐 주는 뷰티 유튜버, 게이들이 여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죠.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경계는 어쩌면 촌스러운 옛날 사람들만 문제 삼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커밍 아웃을 어렵지 않게 한다더군요. 몰카나 성희롱의 위협이 제거된 남자가, 일반적인 남자보다 덜 불편한 걸 수도 있겠네요. 남자가 여자처럼 저게 뭐야? 그런 비아냥 댓글은, 공격받기 딱 좋아요. 중성적인 성향이 가득한 이성애자가 요즘 여자들이 생각하는 백마 탄 왕자님이에요. 동물에 대한 사랑도 빼놓을 수 없죠. 어린 강아지가 굶어 죽는 영상은, 사람이 죽는 영상보다 훨씬 더 가슴 아파해요.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가 키우던 동물이 갑자기 사라지면, 은퇴도 각오해야 해요.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포기한 거니까요. 이제 애완동물은 가족이에요. 사람과 동물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이 위다. 그런 생각은 요즘 친구들에겐 안 먹혀요. 동물도 소중하고, 사람도 소중한 거죠. 옛날 생각만 하고 동물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요즘 친구들의 극혐 대상이 됩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 부족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누면서 조금씩 성장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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