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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Feb 18. 2021

똥꼬119 반신욕의 놀라움

항문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 

작가님

제가 치질이 있는데

도움받았던 글을 보냅니다.

저도 병원 다니고 고민 많이 했는데

많이, 거의 나았어요.


두비두바님께서 블로그에 이런 댓글을 달아 주셨어요. 병은 소문내는 거라면서요? 치질이 왜요? 죄지은 거 아니잖아요? 똥꼬가 붓고, 가끔 응가 후에 핏방울도 떨어지기에 엄살 좀 떨었죠. 82cook 사이트에 나온 정보를 링크해 주셨는데, 반신욕이 답이라더군요. 반신욕 저도 알죠. 가끔 했어요. 별 효과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이트 사람들이 확신에 차서 무조건 2주만 해보래요. 내게 부족한 건 확신이 아니었을까? 문득, 반신욕이 신의 계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똥꼬에 넣는 알약 아시죠? 좌약식이요. 순백의 미사일처럼 생겼더군요. 성실하게 엎드려서 셀프로 넣어봤어요. 낫기만 한다면야, 그까짓 게 무슨 굴욕이라고요? 제가 귀가 얇아요. 맹물도 효과가 있다고 하면, 진짜 효과가 나요.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아픈 게 낫는다거나요. 그런데 이놈의 작은 미사일은 전혀 효과가 없는 거예요. 먹는 약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더군요. 속만 더부룩하던데요? 현대 의학, 제가 좀 불신해도 되나요? 반신욕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니, 안 해본 게 없더라고요. 이런 치료, 저런 치료 다 해봤지만 반신욕이 최고라는 거예요. 돈도 안 들지, 효과까지 좋지. 이걸 왜 제대로 할 생각을 안 했을까요? 약발도 안 받는데, 그깟 반신욕이 효과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 했던 거죠. 믿음이 없으면, 지속적인 실천은 불가능해요. 


태국에서 반신욕이 쉽지가 않아요. 욕조가 있는 집은 궁궐이죠. 욕조가 일단 없어요. 그럼 양은으로 된 세숫대야를 찾아야죠. 찾으면 있겠죠. 어찌 오래 앉아 있나요? 허벅지 운동까지 동시에 하고 싶지는 않아요. 똥꼬만으로도 서러운데, 두 다리까지 괴롭히고 싶겠냐고요? 두드리면 열린다고, 변기에 올리는 반신욕 전용 대야가 있더군요. 번기 커버 올리고, 그것만 올려 주면 돼요. 반신욕을 즐기면서 책도 읽고, 넷플릭스도 보는 거죠. 제 삶에 없던 힐링의 시간이 됐어요. 이삼일은 잘 모르겠더니, 4일 째부터는 확실히 차도가 느껴지더군요. 노화의 일종이겠죠. 괄약근이 한없이 늘어진 이유가요. 나무늘보처럼요. 용무를 보면, 그제야 힘겹게 말아 올라가는 게 느껴져요. 늘어진 괄약근이 조금씩 쫀쫀하게 엉덩이에 안착하더군요. 원래의 쫀쫀함으로 돌아가는 게 느껴져요. 지금도 불편감이 없지 않지만, 약을 먹게 했던 불편한 증세들은 사라졌어요. 


저는 제가 느꼈던 건강 정보를 마구마구 알리고 싶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편견에 가득한 제가 과연 정확한 정보를 알릴 능력이 있나? 늘 망설여지더라고요. 하지만 반신욕만큼은 알려야겠어요. 치질로 수술까지 생각하는 분들도 일단 반신욕에 2주를 투자해 보세요.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병원 달려가셔야죠. 반신욕으로 후회할 일은 없지 않나요? 부작용이 있을 수가 있나요? 그러니까 저도 용감하게 추천드리는 거예요. 저는 반신욕도 아니에요. 그냥 엉덩이만 걸쳤을 뿐이에요. 항문욕인 거죠. 그래도 이렇게 효과를 봤으니, 어엿한 욕조에서 몸의 절반을 담그면, 더욱 효과를 보지 않겠어요? 느린 것 같아도, 돌아가는 것 같아도 이게 사실은 지름길이었던 거예요. 


노화는 피해 갈 수 없어요.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것도 당연하죠. 우리가 아무런 몸의 불편 없이 평생을 산다면, 큰 반성 없이 몸을 막 쓰게 돼요. 오히려 건강한 사람이 급사를 많이 한다더라고요. 저처럼 시름시름하는 사람이, 가늘게 오래 산대요. 조심조심 몸에 미안해하며 살자고요. 조금씩 고쳐가면서 살아요. 뭘 하든 쌩쌩한 사람이 부럽지만, 그런 사람이라고 정말 쌩쌩하기만 하겠어요? 저는 이제 커피도 못 마셔요. 와인이나 맥주도 손대기 겁나요.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요. 고기도 많이 줄였어요. 제 삶의 낙을 이런 식으로 도둑맞는 건가? 참담할 때도 있죠. 그런데 먹을 수 있는 채소나 김치류가 그러게 감사하고, 맛나더라고요.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여전히 있다는 게 어딘가요? 그런 생각으로 살려고요. 겸손하고, 감사하기. 요 두 개만 잘해도, 잘 늙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 자신만 아프고, 늙는 거 아니에요. 우리 다 같아요. 위로가 되지 않나요? 저는 되던데요? 큰 위로가 되던데요? 같이 잘 늙어가자고요. 다시 한번, 똥꼬 반신욕을 추천해 주신 두비두바님께 큰 감사를 전합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어떻게 살아도, 잘 사신 거예요. 정답이 없어야, 정답에 가까워져요. 그렇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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