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채식주의자들의 삶이 궁금해요. 기웃거리고 있어요. 모르죠. 제가 채식주의가 될 지도요. 고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겁이 나요.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인도 푸쉬카르라는 곳이 있어요. 엄격한 채식 마을인데, 탈출하다시피 나왔어요. 고기가 아예 없는 삶은, 반인간적인 거구나. 설명하기 힘든 공복감이라는 게 있더군요.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아무리 먹어도 만족감도 없는 거예요. 고기를 먹는 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인간다워지려면 고기를 먹어야 해. 그랬는데 왜 요즘 다시 채식에 관심을 갖냐면요. 제 소화 기능이 예전만 못해서요. 고기가 소화에 쉬운 음식은 아니니까요. 제가 먹방 유튜버처럼 뭐든지 씩씩하게 소화시킨다면, 이런 고민 자체를 안 했겠죠. 고민을 왜 해요? 그 맛난 고기 씹으면서, 채식주의자들을 조롱했겠죠. 아이고, 벽에 X 칠할 때까지 사세요. 눼눼. 맛없는 풀떼기 드시면서 만수무강하세요. 무슨 재미로 살까 싶지만요. 이런 식으로 비아냥댔을 거예요. 저는 지금 매우 진지하게 채식주의를 고민하고 있어요.
채식주의자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고 있어요.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있고, 핼쑥해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비율로 따지면, 그래도 건강하고, 뽀얀 사람들이 많더군요. 솔깃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저처럼 늘어지고, 거무튀튀한 피부도 개선될 수 있다면, 채식해봐야죠. 열심히 해봐야죠.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그들이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는 거예요. 행복한 척하는 거겠지. 약간의 의심도 들기는 하지만, 진심인 것 같아요. 육식까지 하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선택의 폭이 좁을 텐데도, 뭔가 더 평화로워 보여요. 그럴 수가 있나요? 제가 순진해서, 속고 있는 걸까요?
육식주의자 VS 채식주의자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요? 그 누구도 답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마약까지 손대는 사람은 어떨까요? 고기와 채소, 거기에 마약까지 하는 사람은 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태국 뉴스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실제로 이성을 잃고 거리를 헤매고, 누군가를 폭행하는 뉴스를 자주 보여줘요. 마약 자체가 죄다. 이런 윤리적 접근이 아니어도, 충분히 답이 나오더군요.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들 무언가를 두려워해요. 쫓기는 환각을 보나 봐요.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 하지 않을 때는 지옥인 거잖아요. 천국을 느끼기 위해서, 끊임없이 마약에 손을 대야 해요. 채워지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욕망은 과연 바람직한 욕망일까요? 식욕도 비슷하죠. 먹지 못하는 순간 우울해지죠. 원하는 걸 못 먹으면, 삶의 의욕까지 흔들리게 돼요. 그래서 맛있는 걸 먹는 순간엔, 그 누구도 부럽지가 않아요. 이러려고 돈 버는 거야. 상당한 만족감에, 눈을 감고 순간을 음미해요. 그러니까 전 채식주의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거면 좋겠어요. 환경을 생각해서, 동물이 가엾어서 고기를 끊은 사람들은 '고기 맛' 자체는 포기 못한 사람들이 맞죠? 그런 사람들은 연기라고 봐야겠죠? 어차피 못 먹는 고기, 아쉬워하면 뭐 하나? 행복하다고 우기면, 행복은 온다. 일종의 정신승리라고 봐야겠죠?
고기 맛을 능가하는 채소가 있다고요? 저에게는 그런 채소가 없어요. 채식주의자가 되면, 저는 불행해질 게 뻔해요. 만약 채식주의자들의 행복이 진짜라면요? 그럴 리 없지만, 만에 하나요. 열을 가지고, 열을 누리는 것과, 다섯을 가지고, 다섯을 누리는 것. 이 두 가지 삶은 전혀 차이가 없는 건 아닐까요? 언제부터인가 뷔페를 안 가게 된 이유는 뭘까요? 가도 재미가 없어요. 백 가지 음식이 오히려 피곤해요. 맛있는 김치찌개 집에서, 김치찌개 하나에 밥이 더 만족스러워요. 이미 행복이 뭔지 깨우친 건 아닐까요? 쾌락의 가짓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태도에 행복이 있는 건 아닐까요? 채식주의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릴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냔 말이죠. 그러니까 채식을 한다고 해서, 더 불행할 이유가 없어요. 저 뭔가 약간 깨달은 것 같아요. 고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고기가 내 선택지에서 사라졌을 뿐이에요. 말장난 같지만,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전부라고 믿으면, 그 안에서 얼마든지 행복을 솎아낼 수 있어요. 이미 충분해요. 자신이 집중할 마음만 준비하면 돼요. 어허. 저,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가요? 물론 피부가 뽀얘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포기할 겁니다. 혹시라도 뽀얘진다면 천년만년 채식주의자가 될 마음도 있습니다. 제 인생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려나 봅니다.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설레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요. 가벼워지고 싶어서요. 가끔씩 속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의 가치를 의심해 보기도 해요. 깨어있고 싶어요. 어렵죠. 지금도 깨어 있다고 착각하고 사니까요. 글을 쓰면서, 제가 부족한 사람임을 잠깐씩이라도 각성하고 싶어요. 그래서 매일 씁니다. 저를 닦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