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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Feb 25. 2021

3월 정기 구독 주제는 - 고기 없이 한 달 살기입니다

매일 받아보는 글로 조금 더 행복해지셔요 



네, 저도 고기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 못 살아서, 더 고기에 집착했죠. 고기 굽는 냄새가 나면, 큰 상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 맛있는 고기를 갈아서 만든 핑크빛 소시지 역시 천국의 맛이었죠. 이런 걸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살까요? 설령 건강해진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죠.


일주일 전쯤에 육고기를 끊어 봤어요. 소화불량, 치질 등이 혹시 고기 때문은 아닐까? 제 몸에 실험을 하는 걸 좋아해요. 하다가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니까요. 3월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매달 구독료를 받으면서 글을 쓰는데, 과연 내 글은 신선한가? 의심스럽기만 한 거예요. 그 큰돈을 지불하는 독자에게, 돈값에 걸맞은 글이란 뭘까요? 우선은 제가 젊어져야 해요. 젊은 생각으로 요동쳐야 해요. 젊음은 도전이죠. 새롭게 시작하면, 그만큼 젊어져요. 그래서 일체의 동물성 음식을 끊어 보려고요. 한 달이니까요. 평생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 달이 뭐가 그리 어렵겠어요?


식물성 인간이 되면, 어떤 글이 나올까요? 음식이 과연 글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온전한 채식은 괴로울까요? 의외로 즐거울까요? 태국이란 먼 나라에서, 채식은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채식의 세상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맛'은 뭐가 있을까요? 고기가 안 그리울 정도로 맛있는 채식도 존재할까요? 저는 후회할까요? 만족할까요? 저의 칙칙한 피부는, 몸무게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저를 통해 채식을 미리 경험하세요. 작은 시작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법이죠. 어쩌면 지금 저는 송두리째 바뀌는 삶에 첫발을 내디딘 걸 수도 있어요. 매일 아침 받아보는 글에서 소소한 재미와 뜻밖의 정보를 기대해 보세요(매일 저의 글을 이메일로 받아 보시는 거예요). 삶은 길지 않아요.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보는 것. 한 번뿐인 삶, 짧디짧은 삶을 다채롭게 채워 보는 것. 그게 삶의 지혜가 아닐까요? 더 흥미로운 삶, 제가 돕겠습니다.

마감은 2월 28일까지고요. 밤 열두 시에 신청을 종료합니다. 늘 기다려주시고, 서둘러 구독신청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3월은 더 신선하고, 흥미로울 거예요. 이왕 오는 봄, 글쟁이 박민우와 함께 맞아보시는 건 어떤가요? 소중한 구독료 12,000원을 입금해 주시고, 댓글로, 이메일로(modiano99@naver.com)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남겨 주세요. 2021년은 결코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음을, 박민우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실험하고, 쓸 거니까요. 방콕의 따뜻한 기운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전 원고 중 하나를 샘플로 올립니다. 오늘의 글은 이 글로 대체합니다.


오늘은 1월 21일입니다. 어떤 날이냐면 두 달 연장 비자를 받으러 가는 날이에요. 제가 칠칠치 못해서, 체류일이 8일이나 지나서 부랴부랴 이민국으로 달려갔잖아요. 쫓겨날 줄 알았는데, 돈만 내라더군요. 덕분에 이십만 원 이상 깨졌지만, 쫓겨나지 않은 거에 너무 감동해서 다 감사하더군요. 내라는 돈 냈으면, 깔끔하게 그날 처리해 주면 좀 좋아요? 다시 오래요. 꼴랑 두 달 비자 연장해 주면서요. 일개 외국인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갔죠. 아, 이민국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부터 하래요.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성실하게 하고, 여유, 감사함, 사랑을 가득 담아서 이민국으로 향했어요. 비싼 택시 타고 내가 왜 이 먼 곳까지 가야 하나? 중간쯤 잠깐 사랑이 흔들렸지만, 부정의 기운은 아무 쓸모없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열한 시 반으로 예약했지만, 조금 일찍 갔어요. 사람 없으면, 오는 순서대로 처리해 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오후 두 시에 다시 오세요. 예약을 잘못했어요.     

           

나는 사랑과 감사함에다가 이민국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순종까지 가지고 갔어요. 그런데 세 시간 후에 다시 오래요. 사막 같은 곳에 건물 몇 개만 달랑 지어놓은 곳에서 세 시간을 죽치고 있으래요. 흐으음. 사랑이란 건 이렇게나 어려운 거예요. 우선 저는 쫓겨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어딘가요? 최악의 상황을 면했으면, 차악의 불운은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죠. 구글맵이 있는데, 이 황무지에서 세 시간 삐댈 곳 못 찾겠어요? 입구까지 나오는데만 십 분이더군요. 길 건너에 스타 벅스가 있다는 거예요. 황무지가 아니었던 거예요. 거대한 전시장 건물이더라고요. 우리나라 일산 킨텍스나 부산 벡스코 같은 거요. 입구에서부터 또 한참을 들어갔어요. 정말 스타벅스가 있더군요. 문을 닫았더라고요. 접었으면 구글맵 새끼가 알아서 지웠어야죠. 스타벅스가 일개 구멍가게도 아닌데, 폐업을 했으면 득달같이 구글맵에 알렸어야죠. 구글맵을 욕하다가, 스타벅스를 욕하다가, 다시 사랑으로 돌아와요. 제가 이렇게 다국적 기업만 욕해요. 이런 남다른 스케일이면, 정의로운 분노라고 해주셔야죠. 저만 좋자고 짜증 내는 게 아니잖아요. 공동선, 공공의 정의를 위해 다국적 기업 새끼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자, 이십 분을 헛걸음했어요. 아침에 사랑을 듬뿍 장착하고 오기를 잘했어요. 여전히 사랑이 찰랑찰랑해요.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요. 그것도 무려 태국어로요.  

              

-근처에 카페가 있을까요?             

   

조금만 더 걸어가면, 태국 국민 카페 아마존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이디야나, 빽다방 생각하시면 돼요. 아마존이면 감사하죠. 그래요. 거기서 그린티 라테 쪽쪽 빨면서 세 시간, 아니 두 시간 반 잘 버텨 봐야죠.                

아마존도 닫았더군요.  

              

풉. 웃음이 나지 뭡니까? 저 어쩌면 좋죠? 공중부양이 멀지 않았나 봐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급사를 한다던데 저 급사를 걱정해야 하는 거 맞죠? 너무 평화로워진 제가 낯설어요. 저,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인데 말이죠. 여전히 여유롭고, 사랑이 잔잔하게 남은 저는 노보텔 호텔을 발견해요. 입구 오른쪽에 있는데, 몰라 봤어요. 알았어도, 호텔로 들어갈 생각은 안 했겠지만요. 노보텔 정도면 밥값도 그렇게까지 안 비싸요. 저도 이제 호텔 전문가 다 됐어요. 방콕에서 오성급 바로 아래 호텔이면, 만 원으로 점심 먹을 수 있어요. 까짓 거 이만 원까지 쓰겠습니다. 땡볕에 삼십 분 가까이 헤매고 있는 저에게, 이만 원도 못 쓸까 봐요?   

             

-어디를 가는 거예요? 못 들어가요.        

        

호텔 가는데, 경비를 서던 군인이 불러요. 약간 기분 나쁘려고 해요. 설마 호텔 출입할 꼬락서니가 아니라고, 저를 불러 세운 건 아니겠죠? 안전을 위해 입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호텔 앞에는 구급차가 있더군요. 군인이 있고, 구급차가 있고. 이건 또 뭐죠? 뭔가 불길해요. 코로나 환자가 발견된 걸까요? 호텔이 사람 출입을 막는다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형씨, 다시 이리로 와요.    

            

뭐죠? 저는 어서 이 불길한 곳에서 멀어져야 한다고요. 왜, 왜 다시 부르는 걸까요?  

              

-신분증 내놔요.                


신분증은 또 왜요? 여권을 줬죠. 누군가와 무전으로 열심히 저의 신상을 까발려요. 한국에서 온 남자예요. 네, 네. 식당을 찾고 있었대요. 네, 네.            

    

-마스크 내려요. 더, 더 내려요.      

          

한 군인은 정면에서, 한 군인은 옆에서 제 얼굴을 폰카로 찍어요. 옆모습은 자신 없는데, 진짜 거슬리는군요. 다행히 사진만 찍고는 가보래요. 드디어 자유인이 됐어요. 식욕은 사라졌고, 사랑의 마음은 흔적조차 없어요. 1km를 걸으면 쇼핑몰이 나온대요. 이십 분은 더 걸으라는군요. 공터와 건물, 차와 인도, 껍데기만 있고, 모두 폐업한 전시장. 이 재미없는 길을 20분 더 걸으래요. 뙤약볕도 찬조 출연 중인데 눈치 없이 이글대는 꼴이 아주 가관이네요.    

             

왜 두 시에 오라고 한 줄 아세요? 예약 사이트에서 비자 종류를 고르라고 해요. 저는 당연히 관광 비자를 골랐죠. 제 비자가 관광비자니까요.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관광비자가 아니고 짧은 기간(Short Term) 비자래요. 그걸 알아서, 정확히 콕 집어서 예약을 했어야 했어요. 아니 X발, 그걸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미리 알려줬어요? 프린트 한 장이라도 해서, 알려라도 줬냐고요? 그게 내 복이라고요? 박복한 하루를 알아서 받아들이라고요? 네, 저 X발이라고 했어요. 배고프고, 덥고, 희망이 없는데 혼잣말로 욕도 못해요? 깨달음의 경지에 '거의' 온 사람을 이렇게 패대기쳐도 되나요? 공중부양 한 번 해보겠다는데, 이런 식으로 초를 쳐요? 이민국, 네까짓 게 뭔데? 나한테 좀 맞자. 오냐오냐 해줬더니 오징어로 보이냐? 오니기리로 보여? 내가 진짜 배가 너무 고파서 걷기는 하겠는데, 이민국 새끼야, 이따가 옥상으로 와라. 이 악 물고 대기해라. 턱 나가면, 너만 손해니까. 오늘을 제 기억 속 액자에 걸어두고, 두고두고 분해할 겁니다. 이 놈의 나라, 이 지긋지긋한 나라                

콱!

              

콱, 그냥. 저주를 퍼부울 용기는 또 없네요. 그래도 좋다잖아요. 제 속마음이요. 짝사랑도 정신병이에요. 이렇게 억울한데 좋답니다. 그래도 좋기만 하답니다. 밥이나 먹으려고요. 비싼 걸로, 맛있게요. 얼빠진 놈, 배라도 채워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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