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딘가에선 아메리카노에 설탕 타주는 곳이 있겠죠. 처음엔 대부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타서 주는 거예요. 씁쓸하고, 담백한 맛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에서 특유의 싸구려 단맛이 날 때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그 실망스러움과 짜증, 한국 사람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아메리카노죠. 설탕을 빼 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야 했어요. 그런데 또 설탕을 안 넣잖아요? 어찌나 경우 없이 커피콩을 볶았는지, 써서 못 먹어요. 풀이 죽은 얼굴로 다시 가지고 가요. 시럽 좀 넣어 달라고 하죠. 이제는 아메리카노에 설탕 안 넣어요. 태국 사람들도 건강 엄청 챙기기 시작했어요. 단 거, 설탕 넣는 거 질색하는 사람이 참 많더군요.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면, 태국 사람들 기겁합니다. 조금은 섭섭해요. 평생 아이처럼 단 것만 찾을 줄 알았더니요. 이렇게 세련된 태국이라서, 이제 아메리카노에 설탕 걱정은 안 합니다.
2. 배달 문화가 태국을 완전히 장악했어요
우리나라도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없이 생활이 불가능하죠? 다 코로나 때문이죠. 밖에 나갈 수도 없을 때, 배달시켜 먹어야지 어쩌겠어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태국 역시 배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요. 이 나라는 그랩(Grab)이 배달 시장을 장악했어요. 우리로 치면 카카오 택시인 애플리케이션이, 배달 시장까지 접수해버린 셈이죠. 태국은 택시만 애플리케이션으로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토바이 택시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부를 수 있거든요. 차 막힐 때는 택시보다, 오토바이 택시가 훨씬 더 유용해요. 그래서 택시나 오토바이 택시나 가격 차이도 별로 안 나요. 오토바이 택시가 사람도 배달하고, 음식도 배달하는 거죠. 인기가 많은 식당은 아예 배달맨들이 앞에서 진을 치고 있어요. 저기가 배달 맛집이구나. 쉽게 알 수가 있죠.
3. 투웨니원에서 블랙핑크로
태국에서 블랙핑크 인기는 독보적이에요. 태국인 리사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랑 비교해야 할까요? 올림픽 금메달을 연거푸 거머쥔 전성기 때 김연아 선수 정도 될까요?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한 마디로 국민 영웅이에요. 유치원 다니는 여자 아이들은 그냥 꿈이 리사예요. 펩시 콜라 광고에서도 블랙핑크 넷 중에, 리사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요. 재밌는 건 중국에서도 리사의 인기가 독보적이라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제니가, 다른 나라에선 리사가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그러고 보니, 블랙핑크의 언니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투웨니원도 태국에서 인기가 상당히 많았어요. 시원시원한 걸 크러시 그룹에 진즉부터 목말라했었죠. 게다가 태국 멤버가 그룹의 핵심이라, 그 반응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요즘 한국 드라마는 과거에 비해, 그렇게 압도적이지는 않네요. '별에서 온 그대'는 태국에서 리메이크됐는데, 완적 폭망했지 뭡니까?
4. 물가가 올랐어요
12년 동안 물가가 안 오르면 이상한 거죠. 예전엔 30밧 쌀국수가 기본이었어요. 25밧 쌀국수도 있었죠. 요즘은 40밧(약 천오백 원) 전후예요. 생각보다 많이 안 올랐죠? 쌀국수가 비싸지면, 뉴스에서도 난리가 나요. 그러니 쉽게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요. 워낙 원재료들이 풍부하기도 하고요. 쌀이 흔한 나라여서, 가능한 가격이지 싶어요. 버스 비도 굉장히 싸요. 십 밧(370원)이 기본이고요.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는 거리마다 가격이 달라요. 보통 20밧(740원)을 넘지 않아요. 최근에는 우리나라 버스와 흡사한, 새끈한 버스들이 돌아다니더군요. 택시는 지금도 방콕 끝에서, 끝을 가지 않는 이상 만 원을 넘기 힘들어요. 함정은 있어요. 차가 막히면, 도로에 갇히게 돼요. 마트 물가는 생각보다 싸지 않아요. 동남아시아니까 훨씬 싸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재래시장이 확실히 더 저렴하고요. 수입 차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비싸요. 차 가격만큼이 세금이라서요.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벤쯔, BMW 모는 사람들은 훨씬 더 부자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5. 왕의 권위가 추락했어요
푸미폰 왕의 서거 이후 왕의 권위가 말이 아니죠.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은 태국의 종교였어요. 태국은 불교 국가가 아니라, 왕이 종교인 나라라고 보시는 게 맞아요. 그만큼 선정을 베푼 왕이기도 했고요. 치적에 가려진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오늘의 태국이 있기까지 그의 공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죠. 그런데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큰 아들이 왕위를 계승해요. 온갖 성적인 추문으로 이전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나 사생활로 별의별 구설수에 올라요. 코로나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을 때, 배꼽 티를 입고 독일에서 쇼핑을 하지를 않나, 죽은 애완견에게 공군대장 직위를 부여하지 않나. 우리나라였으면 진즉에 끌어내렸을 거예요. 태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반국왕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요. 이젠 왕도 더 이상 신성시될 수 없다는 거죠. 초법적인 왕 말고, 법 아래 왕으로 내려오라는 거예요. 이 당연한 요구에, 기성세대는 반감을 가져요. 왕이 종교니까요. 모자라는 면이 있어도, 종교니까요. 기성세대는 지금의 왕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요. 그래도 정말 태국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왕이 싫어요. 대놓고 거리에서, SNS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요. 태어날 때부터 공기와 같았던 왕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였나요? 일요일이 끝나서, 조금은 섭섭하시죠? 그런데 또 시간은 말도 안 되게 빠르잖아요. 곧 또 금요일이고, 곧 또 봄이에요. 벚꽃 만발하는 봄을 함께 기다려 보아요. 앗, 내일이 삼일절이네요. 대한독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