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삶에서 해방감을 느끼다
고기를 끊은 지 한 달이 넘어가요.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몸이 삐그덕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치질이라든지, 소화불량의 이유가 뭘까? 고기를 끊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매달 유료 구독자에게 조금 더 실용적인 재미도 주고 싶었고요. 환경이나, 동물 사랑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어요. 철저히 나를 위한, 자기중심적인 채식이었죠. 고기를 끊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요. 인도 푸쉬카르에선 반강제로 채식을 해야 했어요. 인도에서도 아주 엄격한 채식 마을이었거든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주변에 얼마든지 고기가 있어요. 어차피 한 달이면 끝나요. 먹고 싶으면, 한 달 후에 얼마든지 먹으면 되죠. 마음이 자유로워지니, 너무 쉽더라고요. 재밌기까지 하더라고요. 3월 1일부터 시작한 게 아니라, 2월 중순부터 재미 삼아(?) 고기를 끊었어요. 어떤 점이 좋아졌나고요?
1. 화장실 복지가 엄청나게 향상됐어요
예전엔 변비 같은 건 남의 일인 줄 알았죠. 이젠 쉽지가 않더라고요. 변비약을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요. 채식을 했더니 일사천리예요. 그렇게 쉽고, 개운할 수가 없어요. 그만큼 고기나 생선이 소화, 흡수에 장애물이었던 거죠. 화장실에서 다리가 저릴 때까지 앉아 계시나요? 채식을 추천합니다. 화장실 복지 관점에서 채식은 아주 추천할 만해요.
2. 식곤증아, 어디 갔니?
저는 밥을 먹으면 무조건 자야 했어요. 아주 잠깐이라도 졸지 않으면 하루 일과를 할 수 없을 정도였죠. 채식을 하면서부터 식곤증이 절반 이하로 줄더군요. 고기 소화로 부대끼는 에너지가 엄청났다는 얘기겠죠. 소화 불량도 훨씬 개선됐어요. 기분 좋은 허기도 오랜만에 느끼고 있어요. 지금까지 맞지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었던 걸까요?
3. 의외로 체력도 좋아지네요
운동을 할 때 덜 지쳐요. 고기 힘으로 운동하는 건 줄 알았더니요. 되려 운동 지속 시간이 더 길어지더군요. 그렇다고 월등하게 기운이 세졌다는 느낌까지는 아니고요. 운동하는 시간이 덜 고통스럽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채식이 너무 미화되는 것 같지만, 채식만 하면 기운이 없다. 그런 편견은 확실히 깨졌어요. 울룩불룩 근육을 원한다면,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닭가슴살을 먹는 사람보다야 근육은 덜 생기지 않을까요?
4. 몸이 깨끗해진 느낌이에요
저를 보는 사람들이 일단 인상이 맑아 보인데요. 땀을 흘려도 땀냄새가 안 나요. 방귀를 뀌어도, 냄새가 없어요. 한 인간이 물로만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걸어 다니는 거대한 물방을 같다고나 할까요? 땀을 흠뻑 흘려도, 냄새 때문에 예민해지지 않아도 돼요. 제 몸에서 악취는 확실히 안 나거든요. 그렇다면 고기를 먹었을 때는 늘 악취를 달고 살았던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5. 글을 쓰는 집중력이 올라갔어요
단순히 컨디션이 좋아서일 수도 있어요. 고기를 먹을 때와, 풀떼기만 먹을 때 글을 쓰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요. 풀떼기 인간이 되니까, 그토록 원하던 안정감을 갖게 됐어요. 왜 고기를 먹었을 땐 그렇게 안절부절하지 못했을까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딴짓을 했을까요? 풀떼기가 땅과 연결되어 있으니, 제가 무슨 뿌리채소라도 된 걸까요? 확실히 차분해졌어요.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1. 채소도 채소 나름, 소화가 안 되는 채소들이 있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렉틴 성분이 소화를 방해해요. 글루텐은 들어 보셨죠? 밀가루에 글루텐이 많이 들어가 았죠. 글루텐도 렉틴 성분 중 하나예요. 씨앗 채소에 렉틴 성분이 그렇게나 많다네요. 콩, 현미,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등등에 많이 들어가 있대요. 그런 것들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장 누수가 올 수 있대요. 끓이거나, 발효를 시키면 렉틴 성분이 많이 사라진다네요. 어쨌든 채식을 한다고 무조건 건강해지는 건 아니에요. 채식을 하면서 밀가루, 설탕, 렉틴 성분 채소 등을 과다 섭취하면, 되려 해로울 수가 있어요.
2. 얼굴에서 빈티가 작렬
이건 정말 개인차예요. 채식에 호감을 느낀 이유 중 하나가, 채식 주의자들의 뽀얀 피부 때문이었거든요. 저는 얼굴살이 없어요. 채식을 하니까 몸무게가 빠지더군요.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에요. 몸무게가 빠지면, 저는 얼굴살부터 빠져요. 가뜩이나 주름 많고, 패인 얼굴이 더 빈티 나게 변하더라고요. 한 달 채식 미션이 끝나고, 일부러라도 고기를 먹는다면, 그건 빈티 나는 얼굴 때문일 거예요.
3.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음식
특히 외출을 하면 먹을 게 없어요. 채식 식당을 일부러 찾아야 해요.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죠. 김치는 그냥 먹어요. 마트에서 간장 하나를 사도 뚫어져라 봐야 해요. 혹시 액젓이라도 섞었을까 봐요. 피곤하죠. 친구들을 만나면 갈 곳이 없어요. 이렇게 채식 주의자로 산다면 밥약속도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사회생활에 제약이 많아지죠.
고작 한 달 가지고 어떻게 알겠어요?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채식주의자들도 많아요. 그러니 저의 후기는 말 그대로 중간 보고서일 뿐이에요. 더 오래 채식을 할수록, 의미 있는 정보를 여러분께 드릴 수 있겠죠. 채식을 앞으로 할 건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 같아선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생선이나 해산물 정도만 먹고 싶어요. 이 기회에 육고기나 유제품과는 이별하고 싶어요. 그냥 한 번 해볼까로 시작했는데, 제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셈이죠. 여러분도 한 달 미션 뭐든 도전해보세요. 상당히 재밌어요. 한 달만 하면 되잖아요. 수백 가지의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글이 술술 나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가 글이고, 제가 책인 거죠. 글로 가득한 글자 인간이 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