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정말 이십 대에 끝나는 걸까?

우리가 노화를 이해하고, 소화하는 방식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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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팔자 주름으로 특이한 유년기를 보낸 것도 이유가 될 거예요. 남들과 다르게 생기면, 일단 부정을 하죠. 내가 생각한 것만큼 이상하진 않을 거야. 중 2 때였나? 친구 녀석이 초상화를 그려 준다더니, 팔자 주름만 덜렁 그려놓고 낄낄대는 거예요. 내 눈에만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 믿음이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죠. 이렇게 늘어지는 얼굴 피부는 저 말고는 본 적이 없네요.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 한없이 늘어나는 고무줄 피부요. 무슨 특수 분장도 아니고요. 그게 나이를 먹고 처지니 아주 볼만 해요. 사진으로는 잘 안 드러나는데, 실제로 보면 좀 많이 심각해요. 나이를 먹어서 망정이지, 어릴 때는 고민이 많았답니다. 의술이 발달해서일까요? 알아서 건강을 챙겨서일까요? 말도 안 되게 안 늙는 사람들이 참 많죠. 관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스무 살 이상 차이 나 보이더라고요. 이제 노화도 경제적 상황이나 개인적 관심사에 따라 천차만별인 시대가 됐어요. 나이가 비슷하다고, 결코 비슷하게 나이를 먹는 게 아니더라고요.


톡 까놓고 한 달에 백만 원씩 강남 피부과에 바치는 사람은 동년배보다 십 년은 젊어 보일 수 있죠. 그런데 그게 또 진짜 청춘을 의미하지는 건 아니죠. 눈빛만 유난히 초롱초롱한 사람들이 있어요. 나이를 먹어도요. 배우 윤여정 씨도 뭔가 모르게 달라 보이죠. 그게 외적으로 젊어 보인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아요. 갇혀 있고, 굳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죠.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 PD 나영석이 윤여정과 계속 작업하는 이유가 단순히 스타성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꽃보다 할배' 등에서 인연 맺은 다른 배우들도 많잖아요. 콕 집어서 윤여정과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말이 통해서일 거예요. 같이 일하면서 시너지가 안 나면, 다시 부르기가 쉽지 않죠. 나영석처럼 흥행에 자신 있는 사람은 더더욱요. 이름 없는 신인만으로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능력자니까요.


나이를 먹는다고 다 똑같이 늙는 게 아닌 거죠. 단지 외모만 그런 게 아니라요. 이제 한참 때는 지났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죠.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이 궁금해. 사람이 궁금해. 새로운 여행이 궁금해. 궁금한 것 투성이인 사람들은 눈빛이 달라요. 새로운 것들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네가 아무리 잘나 봤자 나는 못 따라오지, 그렇게 살면 안 돼, 그거 해봤자 별 거 없어. 자신의 경험으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과거로만' 되돌리려는 사람은 당연히 늙을 수밖에요. 과거가 최고의 기준이 되니까요. 과거의 할아버지, 할머니로 살겠다는 다짐과 같은 거니까요. 새로운 것들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을 누릴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참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사진을 올리는 여성 사진작가에게 누군가가 나이를 묻더군요. 좀 많아요. 여든 넘었어요. 그 답에 깜짝 놀랐어요. 육십 초반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저도 좀 꼰대스럽기는 하네요. 누구나 다 젊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젊게 늙고 싶어요. 생각만이라도요. 어린 친구들이 스승이 되고, 멘토가 되고 제가 열심히 듣고, 배우고 싶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내 안의 꼰대는 까불고 있네, 깝치지 마라, 내가 더 잘 났다. 이런 안쓰러운 자의식이 남이 있어요. 어떻게든 털어내려고요. 세상을 인식하는 버릇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궁금해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게 더 재밌지 않나요? 어떻게 살아도 살아지긴 하지만, 삶의 시간을 채우는 방식도 고민해 봤으면 해요. 먼저 살다 간 이들이 나눠 주고 싶었던 지혜는 뭘까요? 미래의 내가 간절히 비라는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 걸까요? '깨어 있기'일 거예요. 늘어지지 않기, 교만하지 않기, 잠들지 않기. 반짝이는 자세로, 세상의 변화에 쫑긋 귀 기울이기. 그게 체로 곱게 걸러낸 소중하고,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요?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사금처럼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매일 반복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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